[Opinion] 인간과 기계가 감정적으로 소통할 수 있을까? [전시]

<내일의 예술展>, 예술의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 (~ 4/18)
글 입력 2021.04.1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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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모습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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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다음 날이라는 뜻이지만, 올 ‘래’와 날 ‘일’이 결합해, “다가올 미래 또는 그에 대한 기대나 희망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현재 예술의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리는 <내일의 예술展> 역시 다가올 미래를 기대하면서 선보인 전시이다.


이 전시는 예술의전당과 한국 전력이 협업했고, 기술과 융합한 뉴미디어 아트 열두 작품을 공개한다. 뉴미디어 아트 공모전에서 선정된 열두 명의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고, 참여형 전시로 즐겁게 관람할 수 있다. “금민정, 김준수, 민찬욱, 에스씨아이, 신승재&김지수, 아톰앤비츠, 이스트허그, 이장원, 장입규, 천영환, 한재석, 황주리” 작가들이 전시의 주인공이다. 그중 4개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전시의 큰 틀은 기술과 인간 사이의 ‘소통’이다. 일반적으로 ‘소통’은 막히지 않고 뜻이 통할 때 쓰이는 단어이다. 여기서 서로의 감정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소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기계와 막히지 않고 소통하며 감정적으로 교류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내일의 예술전은 그렇다고 답하고 있다. 풍부한 인터렉티브 작품들이 그 대답이다.


전시장을 처음 들어가면 주황색 조명으로 내일의 예술전이라는 투명 글씨를 비추고 있고, 어두워서 영화관에 입장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첫 작품은 김준수 작가의 <감각의 요소>로, 프리즘에 반사된 빛을 보면서 공간에 동화될 수 있다. 전시장 섹션 역시 대체로 빛과 어둠을 활용해 작품에 몰입도를 높인다.

 

 

 

감정 백신 실험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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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천영환 작가의 <이모션 백신 팩토리>를 소개한다. 말 그대로 감정 백신을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여기서는 사람들의 감정(뇌파)과 색상 (시신경)의 반응 관계를 분석해, 보이지 않는 개인의 감정과 기억의 색을 만들어준다. 관람객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의 감정 색을 작은 바이알에 담아 간직할 수 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의 감정으로 만들어진 백신들은 데이터로 구성되어 실혐실 벽면에 빼곡히 전시된다. 자세히 보면 단어들과 색의 매치가 재미있다. ‘서울 집값’ 단어엔 파란색이,‘ 눈물이 주륵주륵’이라는 단어엔 분홍색의 백신이 있다. 만약 서울 집값 때문에 골치 아프다면, 파란색과 대치되는 백신을 맞으면 좀 나아질까? 다양한 색의 백신들을 보면서 관람객은 즐거운 상상을 해볼 수 있다.


이 백신 실험실의 구조 또한 특이하다. 정사각형의 구조로 벽면이 투명하고 환한 조명을 써서 SF 영화를 보는 듯하다. 실험에 도움을 주는 분과 관람객도 흰 가운을 입고 실험실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실험실은 음압 공간으로, ‘기압의 원리를 이용하여 공기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도록 설계하는 방식’으로 구축되었다. 또 이동되고 확장될 수 있는 구조라고 한다.


감정 백신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관람객의 특정 기억과 감정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VR로 노출 시킨 후, 뇌파와 안구 변화 측정 기기를 이용하여 감정 데이터를 추출한다. 이후 ‘개인의 색상 선호도와 유사도 분석’을 통해 새로운 색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이 작품은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감정을 색으로 표현해냈다. 같은 상황을 보더라도 각자가 느끼는 감정의 색이 달랐던 것처럼 인간의 감정은 인간성의 대표적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AI에게 슬플 땐, 파란색, 기쁠 땐 노란색처럼 단답형으로 입력할 수 없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래 전시장에 쓰인 글귀처럼, 기술이 우리의 인간성을 제한하도록 두는 것이 아닌 기술에 인간성을 입히는 작업인 것이다.


“기술이 우리의 인간성을 없애진 전에, 우리가 기술에 인간성을 입혀야 한다.” - 올리버 색스


이처럼 기술은 소통의 기본 요소인 인간의 감정에 대해 인간적으로 학습하고 있다. 이는 사람과의 소통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낙서하는 기계, 인격체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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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소개할 작가는 민찬욱이다. 그의 작품 <휴머노이드 오브젝트>는 기계가 인간처럼 낙서하는 행위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낙서는 인간 무의식의 과정을 그리는 행위에서 시작된다. 빈 종이에 낙서하다 보면, 평소 좋아하는 글자를 쓰기도 하고, 일정한 패턴을 그리기도 하며, 그림을 그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과정을 기계도 해낼 수 있었다. 전시장의 기계가 남긴 흔적들을 보면 일정한 패턴, 단어, 그림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계는 일상생활과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 후 이미지나 텍스트로 변환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간다. 자석끼리 서로 당기는 힘으로 펜이 플로터 장치 위에 떠 있는 상태가 되고, 펜은 XY 플로터의 움직임에 따라 종이 위에 낙서하게 된다. 데이터를 가지고 낙서를 하는 기계의 모습이, 경험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인간의 모습과도 닮았다.


이렇게 인간 고유의 영역에 들어오는 기계를 보며,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기계를 인격체로서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에 대해 아직 의논해야 할 시간이 길지만, 만약 기계가 그린 그림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영감을 받았다면 그것은 기계와 부분적 소통이 이루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전시의 지평을 확장하다, 식물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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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신승재 & 김지수 작가의 <소리 심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기술을 이용해 ‘소리’로 자연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한다. 두 사람 정도 들어갈 공간의 크기로, 둥그렇게 모여 있는 식물들을 간소한 철제들이 감싸고 있는 형태이다. 그 공간 안에 다양한 크기와 잎의 모양을 지닌 식물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관람객이 식물과 더 집중해서 교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소리 심기>는 식물의 미세 전류를 측정해 음악적 신호로 변환한 뒤 소리를 내는 형식이다. 식물 성장에 인간의 말이 영향을 준다는 유명한 양파 실험처럼, 인간과 소통하며 성장하는 식물을 보여주는 듯하다.


따라서 <소리 심기>는 식물과 인간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또 전시 공간을 나서며 관객은 씨앗과 심는 방법이 적힌 종이를 선물 받게 된다. 이 종이에는 <소리 심기>를 코딩으로도 설명하는데,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래서 관객은 씨앗을 심는 방법을 읽으면서 각자의 공간에서 씨앗을 심어보고, 전시가 끝난 이후에도 전시의 여운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전시장에서 식물과 소통하면서 집에서 씨앗을 심고 잎사귀를 맺기까지 정성을 들이는 과정 자체가 인터렉티브 아트였고, 전시의 지평을 확장해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인간의 감정으로 연결되는 구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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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소개할 작품은 이스트허그의 <신명 : 풀림과 맺음>이다.

 

이 작품은 제3전시실에 전시되어있는데, 한 공간을 다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있다. 사다리 모양처럼 뼈대가 반복적인 구조물이며, LED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은 큰 사회 속 개인의 작은 공간이며, 시각적으로는 연결되지만, 물리적으로는 단절된 것을 표현하기 위해 설계되었다고 한다.


관객은 뇌파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기기를 착용 후 작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음악을 듣는 관객이 몰입할수록 LED의 색이 다채롭게 변한다. 관객의 뇌파 데이터에 따라 구성되는 색이 달라지는 것이다. 음악은 한국의 대표적 강신무 굿인 황해도 굿 음악을 모티브로 하여, 한국의 전통 색채와 현대 전자 음악이 지닌 현대 색채를 결합했다.


이 작품을 체험하며, 영화 큐브가 떠올랐다. ‘큐브’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정육면체의 구조물에 갇힌 사람들이 탈출하는 내용으로,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심리, 감정을 치밀하게 묘사한 영화이다. 정육면체는 계속 열리고 닫히게 되는데, 작품 또한 빛이 풀리고 맺히는 것과 유사했다. 인간의 심리에 따라 달라지는 상황처럼, 관객은 음악이 나오는 과정에서 빛을 이용해 작품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이렇게 전시는 기술과 인간의 감정적 소통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전시 중 관객은 대화의 주체가 되어 작품과 소통할 수 있다. 언택트 시기, 우리가 보지 못했던 면들을 꺼내 보여주기도 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해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 전시 도록과 작품 설명문을 참고하였습니다.

 

 

[심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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