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들이 희극'배우'인 이유 [사람]

나는 왜 준며들었나
글 입력 2021.04.1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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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났다. 뒤늦게 준며들었다.

 

친구의 간절한 영업에 마지못해 접하게 된 'B대면 데이트'의 영상들은 어느새 내 일상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렸다. 시작은 최준으로 했지만 점차 다른 데이트 후보들(?)에게도 빠져들기 시작했고, 채널 '피식대학'에서 연재하고 있는 또 다른 코너 '한사랑 산악회'와 '05학번 is back'에도 완전히 매료되었다. 개그콘서트나 웃찾사와 같은 유명한 개그 프로그램들에게 어떤 매력도 느끼지 못했던 과거의 나였기에 더욱 이러한 변화가 생경하게 느껴졌다.

 

위처럼 개그계에 가혹한 심미안(?)을 가지고 있던 내가 이토록 그들에게 빠져든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혼을 갈아 넣은 '연기력'이라 할 수 있다. 왜 코미디언들을 희극'배우'라 부르는지 이해하겠다.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는 정극 배우 못지않은 '메소드 연기'를 펼치며 아예 다른 인격으로 등장하는 코미디언들의 등장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다. 이를테면 카페 사장 최준과 동대문 시장 옷가게 사장 쿨제이 같은 경우 누가 설명해주지 않는 한 그 둘이 같은 사람임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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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사에 공격적인 상남자 쿨제이와

사랑에 늘 공격적인 로맨티스트 최준

 

 

피식대학 콘텐츠를 시청하면서 새삼 코미디언들의 명석한 두뇌와 관찰력 등 철저한 준비성에 깜짝 놀랐다. 그들의 철저한 준비 덕에 하이퍼 리얼리즘이라 불릴만한 상황/표정 묘사가 가능한 것이다. 이 역시 앞서 말한 배우들의 특성과 닮아있다. 단편적으로 피식대학 구성원의 주축이자 핵심 멤버인 개그맨 김민수의 프랜차이즈별 알바생 성대모사나 수능/공무원 강의 인강 선생님 성대모사 등 영상을 보면 그들이 캐치해내는 사소한 포인트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주옥같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 하나 분석을 해보자면 시공간적 그리고 여타 여러 제약이 덜한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아무래도 짜여진 무대를 배경으로 한 이전의 개그 프로그램 플랫폼보다 자유롭게 그들의 끼를 펼치기에 훨씬 적절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전에 20년 넘게 장수하던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가 폐지될 때 수많은 코미디언들의 눈물을 보며 필자 역시 오지랖 넓게 그들의 앞날이 걱정되었던 적이 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럴 필요가 없었을 뻔했다.

 

기존 개그 프로그램의 폐지는 개그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시대의 흐름에 맞춘 새로운 막을 여는 변화의 움직임 중 하나라고 보아도 무방하겠기 때문이다.

 


내가 그들에게 매료된 이유는 이쯤으로 하고 본격적으로 그들의 콘텐츠 몇 개를 소개하겠다.

 

 

B대면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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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가장 크게 뜨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AC시대(after corona)에 맞춰 비대면으로 소개팅을 해보자 하는 아이디어가 시작이었다.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묘하게 비호감이고 위험한(?) 남자들을 풍자하는데 이만한 명배우들이 없다.

 

사실 최준의 그림자에 가려져서 그렇지 래퍼 임플란티드 키드나 중고차 딜러 차차차차진석, 뉴-라이프에 미친 사람 방재호의 풍자력은 가히 대단하다. 또 바로 바로 댓글을 확인하며 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의 반(半)참여적인 성격 덕분에 재미는 두 배가 된다. 이전에는 일방향적인 개그가 주되었다면 확실히 이제는 시청자와 소통하는 양방향적인 개그가 대세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한사랑 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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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쩡! 열정! 열정!

 

 

산악회를 즐기는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을 담은 콘텐츠이다. 가장 무해하고 서정적이어서(?) 팬층도 전연령대로 고루 분포되어있다. 사진 차례로 배재고 물리교사 현직, 삼천리 자전거 대리점 운영, 영등포 상가 번영회 부회장, lp바 '엘비스 프레슬리'운영 중이다.

 

종종 컨셉에 본체를 잡아 먹히기도 하는데 배재고 물리교사 정광용 역인 정재형의 경우, 수능날에 맞춰 무려 8시간 동안 시험 감독 ASMR을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중간중간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조명하는 영상은 재미뿐만 아니라 감동을 주기도 한다.

 

 

05학번 is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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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감성을 너무나 잘 녹여냈다. 필자는 05학번은 아니지만 그 시기를 살짝 걸친 세대로, 당시 동경했던(!) 언니 오빠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아 소름이 돋았다. 이 시리즈를 촬영하는 '민수'는 2005년으로 타임 슬랩 하지 않은 유일한 2021년형 인간(?)인데 민수와 05학번들의 충돌을 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이다.

 

당시 지하상가 옷가게를 운영하는 '쿨제이'의 다소 거친 판매법이나 복학생 스멜이 풀풀 풍기는 혁이 선배의 '간지작살' 어록도 그 시절 현실 고증을 제대로 한다. 또 하나, '길은지'라는 캐릭터가 이 시리즈가 낳은 원석이라 할 수 있는데 그녀는 목소리톤부터 시작해, 몸짓, 패션, 말투 모두 그 시절을 완벽 재현하고 있다.

 

길은지(본명 이은지)는 이 시리즈 이후로 8년 간의 무명시절을 딛고, 최근 김해준(최준, 쿨제이 역)과 함께 하는 '찐한 친구' 등 각종 콘텐츠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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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이은지'의 코미디언 생활에

변곡점이 된 '길은지' 캐릭터

 

 

이 외에도 풍계리민철tv, 로니앤스티브, 피식대학 예능학과 등의 시리즈가 있으나 지면 관계상(?) 모두 싣기는 어려우니 궁금하다면 직접 확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이들의 진짜 매력은 '본캐'에서 나타난다. 캐릭터와 특히 거리가 있는 본캐의 모습들은 충격요법(?)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의외로 조신한 '유교 보이'이고 노래 실력이 뛰어난 김해준(최준 역)이나 '양아치' 같은 연기를 잘하지만 신실한 의외로 크리스천인 이용주(차진석 역), 세상 수줍은 05학번 '간지남' 같지만 사실은 진행도 잘하고 말도 많은 정재형 등 이들의 본체가 주는 신선한 매력이 이들의 인기를 더욱 유지시키는 듯하다.

 

또 이들이 소수자나 약자를 비하하거나 몰래카메라 등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웃기지 않는 것이 이들이 롱런했으면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진 만큼 코미디언들이 더욱 상처 주지 않는 개그를 고민하고 노력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피식대학 늦깎이 재학생(?)의 바람이다.

 

 

*대표사진 출처는 에스콰이어x피식대학 화보

 

 

[이강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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