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무도 없는 곳, 그리고 나의 물음

그날의 생각과 감정을 회상하며
글 입력 2021.04.05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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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궁금한 점이 있었다. 항상 삶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말씀을 해주시는데, 그렇다면 당신에겐 작품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구분 짓지 않게 되는 순간이 있느냐고. 소설의 인물이 곧 내가 되고, 그의 고통과 역경이 곧 나의 현실과 마주하게 된 적이 있느냐고, 이렇게 물어보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동경하는 대상에 대한 호기심이라기보단, 창조된 세상에 대한 막연한 의문이었을 것이다. 가끔 어떤 작품의 주인공들은 지나치게 슬프기도, 애틋하기도 하면서 또 어느 순간엔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GV를 가는 것에 있어서 가장 설레었던 점은 역시나 감독님에게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왔다. 코로나 19로 직접 질문을 드릴 수는 없었어도 다행히 댓글을 남기면 직접 답변을 해주시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3개의 질문을 보냈지만, 시간관계상 첫 번째로 쓴 질문에만 답변을 해주셨다. 막차를 타도 좋으니 3시간, 4시간 해주시길 내심 바랬지만 아쉬운 마음은 마음속에만 묻어두었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계속해서 의문이 들었다. 주인공의 심리에 대해서도 궁금했고, 애정하는 감독님의 필모그래피에서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에 대한 질문도 하고 싶었다. 분명 화려한 기법을 활용하는 분이 아님에도 매번 나는 다른 감정들로 마음이 가득차는 느낌을 받곤 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본 직후 써 내려간 나의 3가지 질문이 어떤 것들이었는지, 그날의 나는 어떠한 생각과 감정이있었는지 영화의 줄거리를 회상하며 다시 향유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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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곳. 그리고 난 너를 생각한다.


 

짧은 감상평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는 '창석'이라는 인물의 에세이다. 소설을 쓰는 자신의 삶을 일상의 순간으로 담아낸 에세이다.

 

'창석'은 '성하', '미영', '주은', 그리고 '유진'이라는 인물들을 만난다. 김종관 감독의 작품 중 '더 테이블'이라는 작품에서는 서로 다른 인물들이 나오는 4번의 대화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가 된다면, '아무도 없는 곳'은 한 명의 인물이 4명의 인물을 만나는, 하나의 일대기이자 생각의 흐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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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창석의 이야기지만, 대화의 영역들이 겹치지 않는다. 아마 몇몇 관객분들은 이 영화의 내용이 부족하고 분위기와 감성만 있는 영화라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난 서로 다른 인물과의 대화들이 접합점이 없다는 것, 그리고 한 인물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옴니버스라고 느껴질 만큼 맥락에서 접속사 역할을 해주는 것이 없다는 점이 오히려 영화의 특색을 살려주었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역할은 단지 이야기 전달자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창작가와 대중 사이의 감정의 동화를 영상화함으로써 단순히 보고 이해하는 과정 이상의 것들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인물들과 만남은 '창석'의 서로 다른 감정들을 의미한다. 물론 영화상에서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리워하는 존재에 대한 감정일 것이다. 우리가 겪는 삶의 이야기가 모두 같은 문체를 띄지 않는 것처럼, 창석이 그녀를 떠올리게 되는 다양한 순간의 감정들을 현실적으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Q1. 주인공 '창석'은 어떤 이유로 글을 쓰는 것인가요?


 

예술가에게 행위에 대한 동기를 묻는 질문은 어리석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고통을 감내하는 과정 속에서 글을 써 내려 가는 것인지, 혹은 타인의 고통 곁에서 얻을 수 있는 영감의 존재를 반기는 것인지 조금 고민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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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라는 존재는 무척이나 순수함과 동시에 이질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보고 있는 영화의 프레임이 인물의 시선과 같다면 '창석'의 침착한 상태는 점점 이질적으로 느껴졌고, 타인의 절망이 그에겐 표현의 기회가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창석은 무척이나 선한 인물이다. 행동과 언행, 주변 사람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를 볼 때마다 그에게 어떤 사정이 있을진 몰라도 사랑받는 사람임이 느껴졌다. 첫 번째 질문은 감독님에게 '왜 창석에게 이러한 시련을 주셨나요.'와 같은 질문을 하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영화와 현실의 구분을 조금 넘어서 그의 감정에 동화되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Q2. 창석의 삶이 소설이었을지, 혹은 소설에 그의 삶을 써 내려 가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상당히 이상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영이 끝난 후 가장 처음으로 떠올린 질문이었다. 과한 해석일 수도 있지만, 영화는 4편의 단편집처럼 느껴졌다. 창석을 주인공으로 전개되는 옴니버스 소설 같았으면서도 결국엔 창석의 소설 안에 등장하는 4명의 인물로, 액자식 구성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해석하고 감상할 점이 많은 영화라 철학적인 고민을 조금씩 하게 되었다. 첫 번째 질문에서처럼 감독과 인물의 동기에 대한 궁금증이 계속해서 피어났다. 그가 쓰고 있는 소설에 상상의 인물들을 탄생시킴으로써 내면의 감정을 대화로 풀어낸 것인지, 혹은 직관적인 해석으로 영화의 모든 장면이 창석이 직접 겪은 일들로 각각의 사연들에 공감함으로써 결국 자신의 감정을 써 내려가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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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첫 번째 해석으로 영화를 받아드렸다. 물론 아닌 것은 알지만, 창석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였다는 결론은 내가 느낄 수 있는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더 몽환적이고 극적으로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영화에서처럼 하루 이틀, 짧은 시간 동안 감정적으로 큰 소모를 하게 되는 상황을 안타깝게 느꼈기 때문에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있었던 것 같다.

 

 

 

Q3. 감독님에게 공간이란 어떤 의미인지, 지금 관심이 가는 장소가 있으신가요?


 

김종관 감독님 작품을 좋아한다면 느낄 수 있는 특징이다. 영화의 매력에서 공간의 매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이나 크다는 점이다. '최악의 하루'에서는 남산, '더 테이블'에서는 서촌 근처의 카페,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는 역시나 종로 근처에서 모든 일이 일어난다. 이번 작품까지 종로 3부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에서 태어나, 스무 살이 넘어 서울에 올라왔다. 서울은 나에게 멀고도 가까운 존재였고, 종로는 왠지 모르게 정이 가고 익숙한 곳이었다. 느슨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던 종로라는 공간과 조금 더 끈끈한 관계를 갖게 해준 영화들이었다는 점에서 정말 반갑게 느껴졌다.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었지만, 감독님에겐 삶의 공간이었다. 집이 근처고, 출퇴근하는 길거리다. 현실적인 답변이 너무 재밌게 느껴졌고, 앞으로도 익숙한 공간들이 영화에 담길 거라는 생각에 만족스러운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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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가 좋다. 흥미진진하지도 않고, 긴장감을 주는 영화는 아니다. 특별한 반전이나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의 삶과 생각에 대해서 깊이 고민을 하게 만들어준다. 이런 영화는 수용자의 성향과 가치관에 따라서 천차만별하게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영화를 하나의 장르, 그리고 숱한 고민 끝에 탄생한 하나의 문화예술이라고 생각한다면,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영화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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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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