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안녕하세요 제 취미는 자기계발입니다. [문화 전반]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자기계발에 관하여
글 입력 2021.03.30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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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블로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 다양한 SNS 채널에서 이런 문구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새벽 4시 기상 미라클 모닝 인증 모임, 랜선 독서 토론 모임, 매일 운동 인증 모임, 1일 1 글쓰기 모임, 영어 회화 스터디, 경제 금융, 부동산, 주식, 재테크 스터디. 이처럼 다채로운 형태의 모임들이 즐비하고 있는 가운데 그것을 하나의 공통점으로 꿰어본다면, 자신의 삶에서 성장과 발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자기계발'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근래 1~2년 사이 자기계발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은 부쩍 뜨거워지고 있다.

 

예전에는 비교적 재미와 오락거리를 소재로 한 유튜브 채널이 구독자 100만을 넘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체인지 그라운드, MKTV 김미경TV, 신사임당, 슈카월드와 같은 독서와 공부, 경제와 금융, 부동산과 재테크 등 자기계발에 관한 유튜브 채널이 구독자가 100만이 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형 서점을 방문해도 이런 변화를 느낄 수 있다. 2021년 3월 28일 월간 베스트셀러 기준, 교보문고, yes24, 알라딘 베스트셀러 상위 50위 안에는 부, 미래, 주식 투자, 성공, 교육 등. 자기성장과 자기계발 카테고리의 책이 과반수 차지하고 있었다.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 질문 TOP77, 나의 첫 투자 수업, 질서 너머, 공정하다는 착각, 2030 축의 전환, 마지막 몰입: 나를 넘어서는 힘, 돈의 속성,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한다 등등. 코로나를 맞이한 후로 격동하는 주가 탓일까. 불안정한 경기 때문일까. 특히 주식 투자와 관련된 책이 상위권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수능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을 위한 콘텐츠가 전부였던 과거의 교육 시장과 달리, 근래에는 글쓰기 강의, 온라인 쇼핑몰 강의, 디자인 강의, 영상 편집 강의, 코딩 강의 등, 대학생과 직장인의 취미 혹은 커리어를 발전시키기 위한 교육 콘텐츠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클래스 101, 패스트 캠퍼스처럼, 제2의 직업과 커리어 개발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도 각광받고 있는 추세다. 그 외에도 작가, 영상 크리에이터, 디자이너, 개발자, 뮤지션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개인들도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SNS 플랫폼을 통해 자체적으로 강의와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고 있다. 그 역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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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이 취미가 된 사람들


 

이러한 변화가 최근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계와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로 인해 더욱더 커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트리거가 되었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또한,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직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도 크게 한몫했을 것이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자격증, 학벌, 직장, 사업 등. 그 무엇도 안정된 미래를 100% 보장해 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 모두가 코로나 판데믹 사태를 경험하면서, 명문대 학벌은 더 이상 취업의 프리 패스가 되어줄 수 없고, 잘리지 않는 회사는 없으며, 망할 리 없는 사업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음을 몸소 실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새롭게 등장하는 정보와 기술을 따라잡는 것도 벅찬데, 이 세상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이 되어버렸으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는 싫어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는 분명 이전과 다른 세상이 펼쳐질 거라는 사실을. 그리고 또다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지금과 같은 불안한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각자 저마다 자신의 삶을 어떻게 개척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고민 끝에 결국, 자기 자신의 능력과 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얻은 자격증, 학벌, 회사, 사업에 안주하는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의 실력과 능력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시간을 쏟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한다.

 

스물셋 생명공학부에 재학 중인 대학교 3학년 김ㅇㅇ은 낮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한다. 매번 지각을 1분 앞두고 아슬아슬하게 회사로 출근했던 박ㅇㅇ은 어느 날부터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헬스장을 간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교과서와 문제집 외에 책 한 권 읽지 않았던 최ㅇㅇ 대리는 주말마다 독서 토론 모임에 참석하여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벌써 직장 생활 10년 차에 접어드는 이ㅇㅇ 과장은 퇴근 후 코딩 학원에 등록했다. 동네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정ㅇㅇ 사장은 매일 밤 랜선 영어 스터디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그렇게 사람들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들이 만드는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


 

누군가는 이런 사람들을 두고, "한번 살다 가는 소중한 인생 이렇게까지 힘들게 살아야 할까"라는 슬픔과 안타까움이 담긴 말을 던질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치열한 경쟁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또 어떤 이는 성공에 눈이 멀어 인생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이라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많은 자기계발 모임과 커뮤니티에 직접 발을 담가보면 조금 다른 생각을 갖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누구도 새벽 4시에 일어날 것을 강요하지 않았다. 누구도 그 사람들에게 퇴근 후 쉬고 싶은 마음을 참아가며 공부하라고 시키지 않았다. 비록 시작은 냉혹한 현실과 미래가 주는 불안감 때문이었을지라도, 과정은 그 일 자체에 매력을 느끼고 좋아하게 되거나, 노력 끝에 이뤄낸 작은 성장에 성취감을 얻고 튼튼한 자존감의 뿌리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일까,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는 모임의 열기는 뜨겁다. 모두가 저마다의 열정으로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하다. 축구 동호회, 등산 동호회, 게임 커뮤니티, 술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취미와 여가 활동을 위해 모이는 사람들 못지않게 자기계발 커뮤니티 또한 활기와 즐거움이 넘쳐흐른다.

 

이들에게 자기 계발은 하나의 취미라고 할 수 있다. 퇴근 후 야구 경기를 보고 친구와 함께 영화를 감상하고, 맛있는 안주와 함께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듯,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랜선 스터디를 하고, 퇴근 후 책을 읽고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는 시간이 그들에게는 삶의 원동력이자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또 많은 모임이 생겨나면서,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벽 기상 미라클 모닝, 운동, 외국어 스터디, 독서 모임, 1일 1 글쓰기 인증, 등. 그 모습과 형태는 다양하지만 모두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커뮤니티와 모임들은 근래에 들어 꽤 큰 영향력을 갖추고 있다. 단순히 수치적으로도 쉽게 볼 수 있는 구독자 100만, 팔로워 100만이라는 숫자부터, 거대해진 온라인 교육 플랫폼 시장까지. 그 열기를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자기계발'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는 수많은 취미활동 중 하나로 소소한 즐거움을 선물하거나, 때로는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커리어와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한 발판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 영향이 점차 더 많은 사람에게까지 도달하기 시작하면서, '자기계발'이라는 거대한 물결과 흐름으로 우리의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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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자기계발


 

물론, 이러한 변화의 물결이 마냥 좋은 영향만 끼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때때로 성장과 성공에 매몰되어 강박적으로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도 종종 보인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계발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현실에 안주하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비난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또한, 타인과의 비교로, 열등감으로, 뒤처진다는 두려움에 자신의 행복도 건강도 뒤로한 채 지나치게 자기계발에 빠져서 결국 번아웃과 탈진에 이르는 사람들도 있다.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과하게 짙어지면, 상대적으로 자기 계발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박탈감을 심겨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대학 입시와 취업, 공무원 시험과 다를 바 없는 무한 경쟁의 확장판 형태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폐해를 경계하면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자기계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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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십억 명의 인구수만큼 각자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저마다 다양한 행복의 기준이 존재한다. 물론 당연히 꿈이 없는 사람도 있다. 마찬가지로 성장과 발전이 반드시 인생의 유일한 가치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저 각자 자신이 추구하는 행복을 위해서, 자신이 가진 신념과 꿈을 위해서 살아갈 뿐이다. 게임, 영화, 여행, 미술, 음악, 등. 삶에는 여러 가지 즐거움을 주는 취미가 있듯, 그중 하나로서 자기계발을 바라보는 것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성장과 발전'을 즐길 수 있는 길이 아닐까.

 

게임이 주는 즐거움에 지나치게 빠지게 되면 자칫 중독되어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트릴 수 있듯이, 자기계발을 통해 얻는 성장의 달콤함에 지나치게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앞서 등장한 우려의 말처럼, 성장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우리의 행복과 건강을 해치는 '자기계발'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이든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모임이 많아지고, 이런 분위기가 짙어지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폐단을 잘 극복한다면, 천편일률적인 경쟁이 아니라 각자 저마다의 다채로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커뮤니티, 현실이 주는 불안과 역경을 이겨내고자 애쓰는 모임,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작은 성장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분위기, 서로 응원하며 함께 성장해가는 집단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러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화는 요즘 같은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희망의 불씨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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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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