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분열과 구분짓기의 사회 - 휴먼 네트워크

글 입력 2021.03.2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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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안타깝게도, 8명의 사망자 중에는 한인 4명이 존재했다. 이 같은 바탕에는 2020년 초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이후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범죄와 차별이 증가하는 추세가 있었다. 한인 4명이 사망한 총기 난사 사건의 결론을 내리는 것은 시기상조다. 그러나 분명한 바는 본 사건이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가 들끓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 63회 그래미 어워즈의 모습을 표현한 스티커 카드 시리즈 '가비지 페일 키즈 섀미 어워즈(Garbage Pail Kids SHAMMY Awards)가 온라인 쇼핑몰에 공개되었다. 그러나 일러스트를 그린 톱스는 6명의 출연진 중 한국 아티스트 BTS만 유독 가학적인 이미지로 표현하였는다. BTS 멤버들의 모습을 얻어맞아 멍든 두더지들로 그린 것이다. 일러스트 속 BTS 멤버들은 축음기 모양의 그래미 어워즈 트로피에 맞고 있으며, 얼굴에는 상처를 꿰맨 자국과 함께 덕지덕지 붙은 반창고가 있었다. SNS를 통해 일러스트를 접한 누리꾼들은 톱스에게 "아시아인에 대한 명백한 인종 차별임"이라며 맹렬히 비판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톱스는 BTS 카드 판매와 인쇄 자체를 중단하겠다고 전했다.

 

최근에 벌어진 위의 두 사건은 공통적으로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 및 혐오와 관련한 논란이 있었다. 진실의 여부를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사태를 보았을 때 분명 인종 간의 ‘분열’과 ‘구분짓기’가 이뤄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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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는 앞선 현상들과 같이 ‘무리짓고 분열하는 인간관계의 모든 것’을 네트워크의 관점으로 분석한 도서 <휴먼 네트워크>를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본 도서를 읽으면서 네트워크와 인간 행동의 관계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심도있게 고민할 수 있었다. 예컨대 글로벌 금융 위기의 구조, 전염병의 외부 효과와 예방접종, 교육 격차, 사회적 자본의 힘, 집단 지성과 메아리방의 위협 등을 네트워크의 역동성의 관점으로 살펴본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그 중에서도 요즘의 시대적 상황, 즉 분열과 구분짓기의 사회에 걸맞는 분석을 제시한 5장 ‘끼리끼리 무리 짓고 남과 구별 짓기’를 특히 눈여겨 살펴보았다.

 

 

 

왜 우리는 분열할까?: 동종선호를 통해 인간 네트워크를 바라보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비슷한 자들과 어울리려 하는 경향을 지닌다. 생각해보자. 당신이 친밀하게 생각하는 친구를 딱 5명만 떠올려 본다면, 그와 당신이 필연적으로 비슷한 경험과 신념, 문화를 공유하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 이유는 아마 ‘동종선호’ 때문일 것이다.

 

<휴먼 네트워크>에 따르면 1954년 폴 라자스펠드와 로버트 머턴은 ‘동종선호(homophily)’라는 용어를 명명했는데, 어원 중에서 ‘homo’란 같은 것을 나타내며 ‘phily’는 좋아함을 의미한다. 즉 쉽게 말해서 동종선호란 인간이 스스로와 비슷하거나 같은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에 걸쳐 동종선호는 거의 모든 사회에서 나타난다. 젠더, 종교, 인종, 나이, 교육수준, 직업 등 다양한 차원에서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배경과 환경에 처한 집단의 구성원을 선호하고, 반대로 다른 배경과 환경에 처한 이들에게는 완전히 무지하거나 부정적인 인식을 지니게 된다.

 

이와 같은 동종선호의 결과로 분열은 인간 사이의 네트워크 상에서 매우 쉽게, 분명하게 드러난다. 동종선호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의 반응과 행동을 더 쉽게 예측하는 수단이 된다. 즉 자신과 비슷한 사람일수록 특정 상황에서의 행동을 잘 예측할 수 있고, 그들의 문화와 규범을 더 잘 이해한다. 이러한 동종선호로 얻는 이익은 그들이 서로 협력하는 바탕이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집단 간 차이를 더욱 크게 만들고, 자신이 속한 집단 내의 교류가 가장 안전하고 쉽다고 느끼도록 만든다. 이로 말미암아 집단 간 불신과 적개심은 커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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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네트워크>에 따르면 ‘집단 정체성’이란 동종선호를 이끄는 또 다른 동력이다. 집단 정체성은 사람들이 그들의 정체성과 역할을 집단 내에서 얼마나 쉽게 받아들이는지 이해하는 틀이 되고, 자기 자신을 집단과 동일시하는 효과를 낳는다. 그러나 이러한 집단 정체성은 집단 간 규범과 행동의 차이를 야기하는데, 이는 서로 다른 두 집단으로 하여금 집단 간 경쟁이나 그에 따른 인종주의 및 편견을 이끄는 원인이 된다.

 

 
“동종선호는 우리가 우리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지만, 동시에 그것은 집단에 분열을 초래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깊은 분열은 사회 구성원들의 신념과 의견을 양극화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기회, 고용 그리고 삶의 질에서의 불평등을 영속화시키는 데 일차적인 역할을 한다” (p.181)
 

 

 

어떻게 동종선호의 부정적 효과를 완화할 수 있을까?


 

필자는 5장 ‘끼리끼리 무리 짓고 남과 구별 짓기’를 읽으며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과연 어떻게 동종선호의 부정적 효과를 완화할 수 있는가.’

 

즉 동종선호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 예컨대 인종 차별 및 종교 탄압 혹은 성소수자에 대한 억압 등이 어떻게 덜 극단적일 수 있는지. 혹은 두 집단 모두에게 더 적은 물리적 및 정신적 피해를 남기는지 고민하였다. 고민의 실마리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인간들이 이루는 네트워크의 차이점을 조명하기보다, 공통점을 찾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들을 도출할 수 있었다. 바로, 우리는 모두 ‘인간’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단순하지만 어렵고도 귀한 진리라고 생각한다.


사람 사이의 갈등과 분열이 생기는 가장 원초적인 이유는 모든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어느 누구도 자신과 완전히 똑같은 유전자, 염색체, 외모, 성격, 가치관 등을 가진 이를 보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과 다른 무엇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으며, 그 자신도 완벽한 존재가 될 수 없다. 그저 불완벽한 그 자체인 사람들끼리 협력하고, 경쟁하고, 무리를 짓고 또 분열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분명한 것은 사람은 모두 ‘인간’이라는 같은 존재다. 즉 모든 사람의 목숨은 그 자체로 귀하고 소중하며, 누구도 그를 수단으로 대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지지 못한다.

 

동종선호는 다르면서 같은 사람들을 서로 구분짓고, 무리를 형성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이는 선과 악으로 구별할 수 없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생명체라면 그 본성으로 말미암아 집단을 이루고 공동체를 만들어 번영시키는 것은 자연법칙과도 같은 일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이 있는 개체라면 진화의 법칙에 따라 동종을 선호하고, 다른 집단과 경쟁하며 분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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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은 다르다. 사람은 엄청난 잠재력과 능력을 지닌 두뇌를 가지고 태어난 고등 동물이다. 감정뿐만 아니라 이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우리는 갈등과 분열이 야기하는 동물성을 의식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한자성어로 풀이될 수 있다. 즉 이는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의 한자성어로서, 인간은 나로 미루어 타인의 상황과 입장을 고려할 수 있는 지성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 자신이 동종을 선호하고 집단을 이루어 협동하고 경쟁하는 것 자체는 인정하고 인식하되, 다른 사람과 집단의 기본적 권리와 번영까지 의도적으로 침해하는 선에서 분열을 가속하는 바는 스스로의 의지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고의적으로 BTS의 일러스트 카드를 인종 차별적 의도로 그린다거나,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총격 사건은 우리가 똑같은 ‘인간’이라는 이유를 근본적으로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결국 집단이든 공동체든, 한 명 한 명 개인이 모여 이루는 무리다. 그렇다면 집단과 공동체가 변화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서 우리 사회가 가능한 모든 사람들에게 열린 광장이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그 인식의 변화는 '네트워크'가 '휴먼'으로부터 이루어져 있으며, '휴먼'은 다른 동시에 같은 존재임을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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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본 도서 <휴먼 네트워크>를 통해 필자는 동종선호와 분열의 문제, 나아가 그 해결방법을 고민해 봄으로써 인간 사회를 둘러싼 근원적인 갈등의 문제를 사색해 볼 수 있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지나 5차 산업혁명 시대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서, 네트워크의 구조와 역동성을 파악하는 것은 삶의 모든 문제의 실마리를 푸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본 도서를 통해 경제부터 정치, 심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인간 네트워크의 속성과 특징을 알아가기를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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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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