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을 지배하는 그 세계에서 빠져나오길 : Back to the real life [음악]

윤상의 Back to the real life에 대한 4가지 해석
글 입력 2021.03.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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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이자 프로듀서, 그와 동시에 가수이기도 한 윤상.

 

그의 노래를 들을 때면 '이 사람이야 말로 진정 시대를 뛰어넘은 아티스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990년대에 나온 노래들이 지금 들어도 전혀 어색함 없고 오히려 세련되었다고도 표현할 수 있을 만큼, 그의 천재적인 작곡 능력은 정말이지 사람을 감동시키는 무언가가 있다.

 

그를 알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 'Back to the real life'라는 노래를 통해서였다. 난 한 노래에 꽂히면 그 노래만 주구장창 듣는 스타일인데, Back to the real life를 들었을 당시 몇 달 동안 이 노래만 들었던 기억이 있다.

 

곡을 천천히 음미하다보면 조금 독특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곡의 템포가 빨라 밝은 노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사이에 숨어있는 어둡고 우울한 느낌의 주선율은 우리로 하여금 굉장히 묘한 느낌을 자아내게 만든다. 마치 화려한 파티가 열리는 곳에서 나만 혼자가 된 느낌이라고 할까. 거기에 간간이 들리는 코러스는 감성적인 느낌을 더욱 극대화시켜주며 누군가를 향해 외치는 듯이 느껴지는 가사가 화룡점정으로 곡의 완성도를 더해주고 있다.

 

이번 글을 통해서는 이 곡의 가사가 무엇을 얘기하고 있는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화면속의 거짓 눈물에 그토록 너는 가슴 아팠고

녀석들의 가짜사랑도 너에겐 이미 현실이었지

뭐하고 있니 어두운 방에 혼자서

널 기다리는 사람들은 거기 없는데

 

돌아와 너의 거리로 따뜻한 피가 흐르는 세상속으로

한동안 여기 비워둔 너의 자리로

 

화면속의 거짓 슬픔에 그토록 너는 무뎌져 갔고

녀석들의 가짜 정의도 너에겐 이미 법률이었지

뭐하고 있니 어두운 방에 혼자서

널 기다리는 사람들은 거기 없는데

 

눈을 떠 한동안 너는 달콤한 꿈에 빠져있었을 뿐이야

대답도 없이 되풀이 되는 꿈속에

 

아픔없는 상처는 없지 책임져야 할 필요없는 사랑 따위

모두 거짓말 모두 새빨간 거짓말

 

눈을 떠 한동안 너는 달콤한 꿈에 빠져 있었을 뿐이야

끝나지 않는 꿈이란 없는 거니까

 

  

 

첫 번째 : 현실도피의 수단으로 게임을 선택한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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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해석의 대상은 바로 나이다. 고등학생 시절, 나는 게임에 정말 많이 중독되어 있었다. 어릴 때부터 게임을 꾸준히 하긴 했지만 고등학생 때 유난히 게임에 집착을 많이 했었다. 진로에 대한 고민, 진정한 내 모습에 대한 고민, 관계 속에서 가져야 할 내 정체성, 내가 진짜 원하는 것 등에 대한 고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으나 그러한 고민들을 제대로 풀어보려하지 않고 피하려고만 했다.

 

그 회피수단으로 내가 선택한 것이 바로 게임이었고. 게임을 하면 현실의 고민, 머리 아픈 일들, 주변 사람들의 눈치로 인한 정신적 압박감이 모두 사라졌고 그러한 매력적인 탈출구는 내게 괜찮은 쾌락이 되어 주었다. 물론 게임을 끝내고 나면 남는 공허함과 허무, 무력감이 날 짓누르긴 했지만 어차피 나중에 게임을 하면 사라질 것들이었기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실로 무서운 순환이 아닐 수 없다. 게임으로 인한 공허감을 게임으로 채운다니.

 

그렇게 게임으로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와중, 난 이 노래를 다시금 듣게 되었는데 그날 따라 위의 가사가 왜 그리 잘 들리던지, 모두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내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 계기가 된 순간이기도 했다. 한창 빠져있을 때 들은 가사여서 완전한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지는 못했지만 게임에 대한 집착과 중독에서 헤쳐나올 불씨를 만들어주긴 했다.

 

지금은 나 역시 게임은 시간 낭비라 생각하는 편이다. 게임보다 중요한 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가온 고민은 피하는 게 아니라 마주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머리 아프게 고민하는 그 시간들이 마냥 내게 고통만 준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시간을 성장의 시간이라 생각하니 마음의 불안이 덜어지기도 했다.

 

 

 

두 번째 : 헛된 정의와 신념에 빠져 자신의 모든 것들을 잃어가는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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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달하나 일러스트팀

 

 

다음으로는 드라마 '구해줘'를 보면서 떠올린 해석이다. 흔히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사람들은 현실을 망각해버릴 정도로 신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는데, 이것 또한 이 곡의 가사와 굉장히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했다. 왜 사람들은 사이비 종교에 빠질까? 이는 기본적인 종교의 역할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종교가 가지는 1차적인 목적은 무엇인가하면, 바로 '위로'이다. 여리디 여린 인간은 겉으로는 강한 척, 잘 하고 있는 척, 아무 일 없는 척, 등 척이란 척은 다 하지만 사실 속을 들여다 보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내적 상처가 한가득 들어차 있다. 이런 인간에게 자신의 상처를 그 어떤 판단도 없이 들어줄 '절대자', 내지는 '신'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내 마음을 알아준다는 그 믿음 하나만으로 상처가 아물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이비 종교는 이런 종교의 특성을 역으로 이용한다. 상처 가득한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위로와 인정을 해주며 그들의 연약한 마음을 앗아가버리는 것이다. 그들은 조직적으로 한 사람의 주위를 둘러싸서 외부와 소통할 수 없게 한 다음, '우리들만이 너를 위로해 줄 수 있어'라며 서서히 유혹해 나가기 시작한다. 마음 약한 사람들은 여태껏 봐왔던 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른 그들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고 그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함께 마음을 나눴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이 사라져가는 순간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 이것이 사이비 종교가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방법이다.

 

인간은 자신이 믿을 만한 정당한 것이 없다면 헛된 정의, 거짓 눈물, 가짜 사랑, 무의미한 신념 등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믿어버리고야 만다.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무슨 일을 발생 시킬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위로 받는 그 순간만이 그 사람에게는 전부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인간은 무언가에 강력히 의지해야 할 만큼 홀로 고통을 견뎌내기엔 너무나 여린 동물이다.

 

 

 

세 번째 : 영화 매트릭스의 세계


 

 

 

1년 전 쯤, 유튜브에서 Back to the real life 커버 영상을 찾아보다 이 영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영상을 천천히 감상하다보니, 정말 매트릭스에도 찰떡인 노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트릭스 세계는 두 가지로 나뉜다. 참혹한 현실과 편안한 가상 현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두운 현실을 선택하지 않고 밝은 가상 현실을 택한다. 마주쳐야 할 진실이 너무나 두렵고 무섭기 때문이다. 위 영상을 본 후 매트릭스 전편을 다시보며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를 곰곰이 떠올려 보았다. 안락하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가상 현실을 버리고 진짜 세계를 볼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진실을 선택한다 했을 때 내가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마지막 : 고통, 상처를 마주하기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위의 첫 번째 해석에서 난 언젠가는 마주쳐야 할 중대한 고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과정이 귀찮고 힘들다는 이유로 게임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두 번째 해석, 사람은 자신이 믿을만한 대상, 마음을 털어놓을 대상을 찾는 과정에서 사이비 종교에 빠지게 된다고 했으며 세번째 해석에서 인간은 암담한 현실을 보기 두렵다는 이유로 가상 현실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이 세 경우 모두 공통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두려움'이다. 이 두려움이 한 개인을 어딘가에 맹목적으로 빠지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에선 게임, 사이비, 가상 현실을 언급했지만 우리가 빠질 수 있는 곳은 정말 무궁무진 하다. 흔히 생각하는 도박, 술, 담배 뿐만 아니라 다이어트, 약물, 일, 쇼핑, 관계, SNS, 운동, 허풍, 채팅, 성, 폭식까지. 이 모든 것의 배경에는 두려움이 1차적으로 자리한다. 그리고 그 두려움의 배경에는 풀리지 못한 자신의 고통과 상처가 있다. 즉 내가 가진 상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어딘가에 중독되고 빠지는 것이다.

 

어쩌면 Back to the real life는 우리에게 내면의 상처를 되돌아보라고 얘기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와 동시에 자신에 대한 깊은 탐구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임을 은연 중에 말하고 있는 것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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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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