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두가 모여 비로소 ‘특별해진’, 카모메 식당 [영화]

글 입력 2021.02.2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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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사치에라는 여성이 이끄는 카모메 식당은 모든 게 느긋하고 자연스럽다. 모두가 생각하는 덴마크인의 모습처럼 여유로운 모습이 주변에 가득하다. 사치에도, 사치에의 가게도, 가게 밖의 풍경도, 가게에서 가까운 골목길 그리고 부둣가조차도.

 

사치에가 있는 카모메 식당을 중심으로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그들의 이야기가 흘러가기 시작한다.

 

 

 

사치에의 '카모메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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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한 달째 아무도 오지 않는 조용한 식당이지만, 사치에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그릇을 정리하고 손님을 기다린다. 그러다 첫 번째 손님인 ‘토미’를 시작으로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손님들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한다. 그리곤 모두가 이곳에 점점 스며들며 서로만의 방식으로 유대감을 형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너무 과하거나 덜하지도 않고 편안하면서 조금은 엉뚱하게.

 

개개인마다의 깊은 이야기를 많이 보여주진 않아도 그들의 성격 하나하나를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 속 대사들을 통해 '카모메 식당'을 짧게나마 소개해보려 한다. 조금은 터프하면서, 정중하고, 씩씩한 그들의 대사는 우리들 머릿속에 금세 흡수되어 따뜻한 울림을 전해줄 것이다.

 

 

 

저마다의 사정, 저마다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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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의 첫 손님이라는 특혜로 매일 같이 공짜 커피를 마시러 오며 카모메 식당을 외롭지 않게 해주는 핀란드 청년 ‘토미’
“여기 있는 사람들을 왜 이렇게 여유로워 보일까요?”

“숲이에요. 숲이 있거든요.”

 

훌쩍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세계지도를 펼쳐 눈 딱 감고 손으로 찍은 곳인 핀란드로 오게 된 ‘미도리’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그냥 찍었어요. 어디든 떠나고 싶었는데요, 세계 지도를 펼친 다음 눈을 감고 아무 데나 찍은 곳이 바로 핀란드였어요.”

 

항상 이 가게를 궁금해하고 호기심만 표현하다 시나몬 롤 향기로 어느덧 너무나 쉽게 발을 들이게 된 ‘세 명의 핀란드 할머니’

“냄새 좋은데?”

“맛있겠다. 시나몬 롤과 커피 주세요!”

 

핀란드 방송의 에어기타 쇼를 보고 반해 핀란드에 오게 되었지만, 공항에서 짐이 없어져버려 이곳 카모메 식당 근처에 머물며 함께 식당 일을 돕게 된 ‘마사코’

“이곳에 관광하러 오셨나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아직 모르겠어요. 그런데 짐을 잃어버리고 말았어요”

“중요한 물건도 들어있을 텐데 짐을 잃어버려서 큰일이네요.”

“중요한 물건이라... 뭐가 들어있었더라...”

 

맛있는 커피 만드는 법을 알려주겠다며 ‘코피루악‘이라는 주문을 외우며 사치에에게 커피를 끓여주는 ’중년의 남성‘

“코피 루악.”

“커피를 맛있게 해주는 주문이에요. 커피는 다른 사람이 내린 게 더 맛있는 법이죠.”

 

그리고 사람들이 가진 저마다의 이야기에 격하게 많은 감정을 표현하기보단, 한결같이 따뜻한 커피를 내어주고, 맛있는 음식을 맛보게 해주며 담백하게 손 내밀어줄 줄 아는 '사치에'

“핸드폰 멀리 던지기, 사우나에서 오래 참기. 그런 거에 열 올리는 사람들이 좋아 보이더라고요. 어딘가 여유 있어 보이고, 쓸데없는 일에 얽매이지도 않고, 느긋하게 사는 인생. 그래서 핀란드에 왔어요. 특별한 목적 없이.”

“머무시는 동안 느긋하게 지내시면 되겠네요.”

“근데.. 그런 것도 쉬운 일은 아니죠.”

“그건 그래요. 그래도 뭐든 결국엔 할 일을 찾게 되겠죠.”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특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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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핀란드에 오게 된 계기나 카모메 가게에 오게 된 이유도 다르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이, 각자만의 사연을 가진 이들이 한 곳에 모여 카모메 식당을 더욱 활기차고 단란한 식당으로 변화시킨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아픔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극적인 전개로 자신이 가진 아픔을 하소연하고 격한 감정을 가진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조금은 뜬금없는 질문, 간결하면서 명쾌한 답을 통해 유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하고, 그 질문조차도 공감해주고,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기도 한다. 이들이 서로를 받아주며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 이어가는 모습, 때론 그들을 위해 붙잡기보단 언제든 보내줄 자세가 되어있는 모습들 하나하나가 영화를 놓칠 수 없게끔 만든다.

 

영화는 사치에의 바램대로 카모메 식당에 즐겁고, 행복하고, 맛있다는 듯이 웃으며 식사하는 손님들로 꽉 차게 되고, 그렇게 잔잔하게 막을 내린다.

 

사치에의 가장 멋있는 모습은 어떤 순간에도 자신의 신념을 확고히 하고, 그 사람의 인생을 책임지지 않는 선에서 최선의 답을 찾아 담백한 어투로 하나하나 정성들여 대답해준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모두가 서로에게 조금씩 의지하며 고민을 나누게 되고, 상대방을 위한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이곳에 ‘특별함’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내가 만드는 내 인생의 보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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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사람은 항상 안절부절 여유가 없다. 쉴 땐 뭔가를 해야 할 것 같고, 쉬지 않고 일을 할 땐 그저 피곤하다. 그러다 용케 다른 사람들의 삶의 속도에 맞춰 달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길을 잃어 헤메기 십상이다.

 

카모메 식당을 보면 모두들 핀란드를 오게 된 이유는 결국 ‘여유’를 찾기 위해서다. 각자만의 이유로 피로함을 느꼈고, 환기가 필요함을 느낀다. 그런 이들이 서로를 위로해주고, 함께 따뜻한 밥을 먹고,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이곳에서 느긋하게 자신만의 보폭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카모메 식당>은 나에게 일상의 여유, 잔잔함을 은은하게 전달해준다.

 

그리고 ‘남들이 하는 것만큼 뭔가를 이뤄내야 해, 이 정도는 해야 해, 모두 그렇게 생각할 거야.’ 라고 만든 나의 복잡한 끈을 핑-하고 잘라 느슨하게 풀어주는 듯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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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든지 길을 잃어도 좋다. 서로 다 각자만의 기준이 있고, 인생이 있고, 결국은 모두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변하니까.

 

그렇기에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의 본질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쉬는 동안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걸 찾는 기간은 생각보다 길 것이고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찾아내는 과정을 겪고, 하나의 커다란 목표를 만들어냈다면 그 뒤로는 탄탄대로 흘러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나의 인생을 나만의 보폭으로 걷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여유를 가지는 것도 좋겠다.

 

복잡한 머릿속을 조용히 잠재우고 싶다면, 나에게 휴식을 주고 싶다면 잠시 쉬어갈 수 있게 도와주는 <카모메 식당>을 추천한다.

 

 

[조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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