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정보의 범람에서 우뚝 서기 [문화 전반]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가 종료된다.
글 입력 2021.02.0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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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급상승 검색어>에 보여주신 관심과 사랑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네이버 블로그 피드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급상승 검색어>가 사라진다니?

 

눈이 동그래져서 바로 해당 게시글을 클릭하긴 했다만 사실 나는 그런 반응을 보일 정도로 네이버의 <급상승 검색어>를 자주 이용하던 사람은 아니었다. 특히 몇 년간은 <급상승 검색어>의 키워드를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 서비스가 종료된다는 소식에 새삼 놀랬던 이유는 내가 보지 않더라도 ‘실검에 떴는데…’ 라고 운을 떼며 시작되던 수다들은 여전했기 때문이다.


‘실검 1위’라는 말로 화제를 운운하던 대화들을 이제 과거에 남겨야 한다니. 그렇게 생각하니 내 삶에 알게 모르게 너무도 친근했던 서비스 종료 소식이 얼떨떨했다. 다가오는 2월 25일, 네이버의 <급상승 검색어>는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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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YO' 가 적용된 급상승 검색어

 

 

<급상승 검색어>가 폐지되는 것이 실은 네이버가 처음이 아니다. 다음은 2020년에 이미 이 서비스를 종료했다.

 

네이버는 서비스를 종료하는 대신, 인터넷 산업이 비교할 수 없는 규모로 성장하고 다양한 서비스가 생겨남에 따라, 다양화되고 세분화되는 사용자들의 검색 니즈에 맞춰 개별적으로 설정한 관심사의 정도에 따라 차트를 제공하는 ‘RIYO(Rank It Yourself)’ 모델을 적용했다.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가는가 싶더니 왜 서비스를 결국 종료하기로 결정했을까?

 

 

 

‘사용자들은 더욱 능동적으로 정보를 찾고 생산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의 정보 소비 패턴이 날이 갈수록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와 함께 검색 니즈가 폭발적으로 늘었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은 이젠 일방적으로 주어진 콘텐츠를 소비하기 보다 자신의 취향이나 기호에 맞춰 선택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며 심지어는 콘텐츠를 필요에 따라 생산하기도 한다.


사용자의 개별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첫 화면에 뉴스 콘텐츠가 보이던 것을 검색창과 그린닷으로 대체하고, 뉴스 콘텐츠 또한 ‘언론사 구독’과 ‘개인화 추천’으로 바뀌었다. 이런 트렌드 속 <급상승 검색어>는 더 이상 사용자의 니즈를 채워주지 못하는 서비스였다.


전 국민이 공유하던 <급상승 검색어>가 없어지고, 앞으로 우리의 네이버 화면은 더욱 개인에게 최적이 될까. 이제 ‘우리’가 얘기할 수 있는 소재는 어디에 있을까.

 

당연했던 것이 없어진다고 하니, 당연하게 넘어갔던 네이버의 이곳저곳이 새삼스러웠는데, 스마트폰으로 네이버에 들어가면 처음 보게 되는 검색창, 오른쪽을 넘겨보면 나오는 뉴스 기사들, 왼쪽으로 넘기면 볼 수 있는 쇼핑판이 특히 그랬다. 나는 여기 있는 콘텐츠들이 왜 그곳에 그렇게 자리해 있는지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새로운 기능이 생겼을 때도 딱히 불편하지 않아 금방 적응했을 뿐, 어떤 의구심도 없이 자연스럽게 서비스들을 이용해왔다. 내가 제공되는 서비스와 콘텐츠를 어떤 저항도 없이 빠르게 수용해왔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웠다. 나는 궁금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고, 때로는 직접 생산도 하는 사용자이지만, 네이버가 말한 ‘능동적인’ 사용자라고 하기엔 어딘가 부족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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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추천화되는 대표적인 앱,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나는 스마트폰에 있는 개인화 추천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세어보았다. 연락처, 위치 등을 내어주고 있는 앱들 말이다. 그 기준으로 세어보니, 내 지인들과 내가 있는 곳을 모르는 앱을 세는 것이 빠른 듯 보였다. 솔직히 빠르다 못해 딱히 세어볼 만한 앱도 없었다.


누군가는 개인화된 추천을 통해 내가 만족할만한 콘텐츠를 얻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거냐 물을지도 모르겠다. 맞다. 만족스럽다면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콘텐츠만 보면서 그것이 진정 만족스러운 건지는 어떻게 아는 걸까?


개인의 취향에 맞춰 정보를 골라 보겠다는 의도에서는 그 의미가 충분히 빛을 발할 기능이지만, 취향에 따른 내 생각이 상대적으로 어디쯤 있는지, 내가 받은 정보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선 전체를 통해 바라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체를 공유하지 않는 개인화된 정보들은 그러한 객관적인 시선을 내어주지 않는다. 감각이 마비된 중독일 뿐이다. 내가 암만 궁금한 정보를 검색하고 때론 생산까지 하는 소비자라고 하더라도, 그 검색과 생산의 기반이 단지 개인화된 추천으로만 이뤄진 편협한 취향이라면, 그런 호기심과 만듦은 그저 곪기 위한 길을 닦는 것은 아닐까?


같은 지역에서 태어나 같은 학교를 나오고 지금까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친구라도 각각에겐 스마트폰을 통해 전혀 다른 정보가 제공된다고,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에선 말한다. 내 옆에 있는 친구를 이해하기 위해서, 내게 알게 모르게 추천되는 정보를 넘어 네가 받아보는 정보를 기꺼이 궁금해하는 일. 그런 사람이 정말 능동적인 사용자가 아닐까, 나는 생각했다.


2005년부터 사람들에게 다양한 이슈와 수다거리를 안겨주며 함께 해왔던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멈추게 되기까지, 그들이 했을 고민과 결심이 결코 가볍지 않을 거라 짐작한다. 그들의 말처럼 우리로부터 받은 검색어 데이터가 다시 우리에게 가치 있는 정보로 돌아오길 바란다. 이에 있어, 우리 역시 추천 목록을 새로 고침이나 하면서 스스로를 능동적이라 생각하는 얼굴을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계속 ‘우리’이기 위해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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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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