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가 크리스토프 니만의 47분 [미술]

앱스트랙스의 미학: 크리스토프 니만
글 입력 2021.01.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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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창작자 중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토프에 관한 다큐 한 편을 시청했다. 그의 작품들과, 신선한 이미지들, 창조적인 생각 속에서 47분의 시간은 역동적으로 흘러갔다.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사람, 크리스토프 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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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저를 찾는 이유가 두 가지였어요. 30%는 제가 그림을 잘 그린다는 이유로 찾았고, 70%는 사고가 터져서 12시간 내로 삽화를 넘겨야 할 때 창피하지 않은 수준의 해결책이 되겠다는 이유로 저를 찾아왔죠.’

 

많은 예술가들이 그렇듯이, 그 또한 자신의 색깔을 찾고 유명해지기 전까지는 비중 있게 활동하지 못했다. 하지만 뉴욕을 기점으로 대중들이 자신을 알아주기 시작하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아티스트가 되었다. 아트디렉터스 클럽 명예의 전당, 22여권이 넘는 더 뉴요커의 표지 제작, 뉴욕타임스 칼럼 연재, GOOGLE, LAMY, MOMA 등 세계적인 대기업과의 협업 등으로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굵직하게 새기고 있다.

 

작품은 점, 선, 면의 단순한 조형, 조화롭고 단순한 색의 배치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명확성 속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아이디어는 새로운, 특별한 가치를 발견하는 것보다는 일상의 가치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느낌을 창조하는 데 집중한다.

 

크리스토퍼가 다큐 내내 고전하고 있는 작업은 더 뉴요커의 표지 제작이다. 가상 현실을 테마로입체적으로 안과 밖을 함께 볼 수 있는 뉴욕다운 장소를 고안한다. 그는 두 가지 작품을 잡지사에 내 놓는다. 첫 번째 작품은 지하철을 주제로 했다. 창문 안쪽에는 지하철에 탄 승객들이 보이고, 창문 밖으로는 승객들이 보인다. 크리스토퍼는 지하철을 잡지에 적용하여 독자들이 잡지라는 공간으로 들어오면 안팎으로 볼 수 있도록 고안했다.

 

두 번째 작품은 뉴욕의 건물들을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2D의 지면 속에 거리와 구도의 균형을 맞추어 가면서 뉴욕의 풍경을 3D처럼 표현했다. 이 두 작품은 영상 후반 디지털 기기와의 합작을 통해 생생하게 입체적인, 공간감 있는 건축물, 상황으로 변화된다. 평면적인 그림이 영상처럼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지는 그 순간을 보면서, 저 순간의 크리스토퍼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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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시대 속, 앞서 가기 위한 노력


 

‘작가는 작품을 통제함과 동시에 분명한 관점을 갖고 작품의 방향과 성패의 원인을 파악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져야 해요. 그래서 두 개의 전혀 다른 자아를 개발해야 했죠. 저는 냉정한 편집자이기도 하고 자유분방한 예술가이기도 해요.’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색다른 변화, 도전, 생각, 가치. 예술가는 보이는 직업, 대중의 호응을 통해 성패가 결정되는 직업인만큼, 대중의 반응에 민감해야 한다. 트렌트를 창조하거나, 트렌드를 따라가거나. 이러한 유행을 자신의 예술에 녹여 내어,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 내기 위해서는 크리스토퍼가 말한 두 가지 자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능력이 중요하다.

 

자유로운 영혼을 통해서 자신만의 예술, 색깔, 세계를 만들어 내고, 이를 대중의 입장에서 명확히 분석해야 한다. 창조자와 동시에 평가자가 되는 것. 나는 크리스토퍼의 말을 들으면서 내가 예술가에 대해 너무 많은 선입견과 오해를 지니고 있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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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창조자의 입장에서만 예술가를 판단했다.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고, 남들과 다른 감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 이성보다는 감성을, 판단보다는 충동을 따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이미지는 영화, 책으로 접했던 화가들의 삶의 모습으로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개개인을 예술가의 입장에서, 작품과 함께 소개한다면 체계적인 질서와 사상, 가치관의 일관성, 변화의 이유와 발전의 흐름을 짚어 볼 수 있다. 작품들은 수많은 고뇌를 통해 형성된 이성의 결과물이다.

 

예술 자체가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분야지만, 이 외에 시대가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저는 인쇄 매체 분야에서 일을 시작해서 인쇄 매체가 영원할 줄 알았어요. 사람들은 이미지가 필요하고 누군가는 그걸 그려야 하니까 그림만 그릴 줄 알면 게임 끝인 줄 알았죠. 그런데 어느 순간 모든 게 달라졌어요. 웹 폼 디자인과 애니메이션의 비중이 커졌죠. 물론 우리는 이런 새로운 추세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하죠.‘

 

크리스토퍼의 말처럼 제일 부각되는 변화는 이용 매체와 플랫폼의 변화이다. 더 많은 관람객, 더 많은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일러스트레이터는 계속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그래서, 그는 연습한다. 9시에서 6시까지 자신의 작업실에서 계속 연구하고, 배우면서 작품의 세계와 자신의 능력을 점점 넓혀 나간다.

 

꾸준함, 성실성, 의지, 관찰력, 창의력. 다큐는 예술가 크리스토퍼의 성공을 이 단어들로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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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중독되는 첫 번째 길은 창작이 아니라 체험입니다. 유화에 그려진 붓질을 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대해 배우고 나아가 기존의 세계관이 전복되는 경험을 하게 되죠.’

 

크리스토퍼의 말에 정말 동의한다. 전시관에 갈 때마다, 제일 좋았던 작품은 기록하고, 기억한다. 아트샵에 들러 좋아하는 작품이 그려진 엽서를 구매해 파일에 차곡차곡 보관한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내가 체험한 첫 전시는 인터넷 플랫폼 사이트였다.

 

네이버의 ‘그라폴리오’ 를 처음 보았을 때, 금맥을 찾아낸 것 같았다. 서로 다른 분위기, 질감, 화풍들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수채화, 사진, 시, 콜라주 등 나는 작품의 홍수 속에서 좋아하는 몽환적인 작품, 혹은 음식을 주제로 한 작품을 찾아 구독을 눌렀다. 화가에게는 자신을 내보일 기회를 마련해 주는 창구이자 소비자들에게는 예술을 발견하고 향유할 수 있는 기회였다. 문화행사에 직접 가기엔 돈도 없고, 시간도 없었던 고등학교 시절, 그라폴리오는 쉽게 즐길 수 있었던 인터넷 속 미술관이었다.

 

이처럼 제일 접근성이 좋은 예술은 그림이다. 첫째, 우리 모두의 일상은 그림에 둘러싸여 있다. 길거리의 벽화, 카페에 걸려 있는 그림, 좋아하는 포스터, 문구 잡화 등등 우리는 다양한 그림들을 보면서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 둘째, 전시회의 입장료는 다른 예술행사에 비해 비교적 낮다. 연극, 뮤지컬, 오케스트라 등의 입장료는 기본이 3만원부터 시작한다. 좌석, 행사의 성격에 따라 가격은 더 올라간다. 하지만 미술관의 입장료는 국립의 경우, 몇 천원이면 전시를 즐길 수 있고, 사립의 경우도 3만원을 잘 넘지 않는다. 셋째, 개인과의 일치점, 연결점을 찾기 쉽다. 그림은 다양한 주제와 대상을 다룬다. 평소 관심이 있었던 대상이나 화가를 주제로 한 전시회에 가면 예술과 개인 사이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다.

 

예술이 더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친밀한 대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삶을 풍요롭게 하고, 더 다채롭게 하기 위해서.

 

 

 

[박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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