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춤추는 청춘, 메라비의 이야기 -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영화]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가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
글 입력 2020.11.2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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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네가 추고 싶은 춤을 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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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조지아라는 나라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이 영화는 내게 청춘과 사랑, 용기와 함께 조지아에 대한 새로운 문화를 알려줬다. 줄거리와 함께 스포일러가 많으니 영화를 보고 나서 읽는 것을 추천한다.

이 영화는 조지아 국립무용단에서 춤을 추는 청춘, 메라비를 이야기한다. 그는 춤을 추고 사랑을 하고 자신의 선택에 따라 앞으로 나아간다. 메라비가 나아가는 길을 인상 깊게 봤던 장면들과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빛나는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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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청춘은 빛나고 젊음은 아름답다고 한다.
 
누군가 내 청춘은 아름답지 않다고 반문한다면, 어른들은 나이가 들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고 한다. 억울해도 할 말은 없다. 그 말을 이해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니 그 시간이 지나가기까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감독은 우리에게 청춘이 어떻게 아름다운지, 왜 흔들리고 아플지언정 빛날 수밖에 없는지 명쾌하게 보여준다. 밝게 웃는 주인공, 신나는 음악,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배경, 신나는 춤이 전부 이를 나타낸다.
 
사랑에 빠져 이라클리를 바라보며 밝게 웃는 메라비는, 카메라 뒤의 관객마저 설레게 만든다.
 
 
 
조명

 

눈이 아플 정도로 조명이 빛나는 장면이 두 군데 있었다. 첫째는 메라비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간 클럽인데, 흰 조명이 눈이 부시다 못해 시릴 정도로 깜빡거린다. 둘째는 메라비가 본 오디션인데, 햇빛이 거울에 반사되어 한 번씩 반짝거린다.


그 순간 우리는 아늑한 영화관에서 스크린 속 극 중 인물을 지켜보는 것을 넘어, 그 장면으로 들어가 함께 하는 등장인물이 된다. 클럽에서 같이 춤을 추는 사람이나, 오디션을 지켜보는 메리같이 그 시간과 장소를 함께 겪게 된다.
 
눈이 부시지만 피하지 못하고 메라비가 춤을 추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예정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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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하고 보수적인 나라 조지아에서 ‘호모’가 맞게 되는 결말은 정해져 있다. 자자는 숲에서 동성애 행각을 하다 걸려 국립 무용단에서도 쫓겨나고, 집에서도 쫓겨나 수도원에 가게 된다. 수도원에서 신부에게 강간당해 집으로 도망쳐오지만 가족들은 받아주지 않고, 결국 서커스단 옆에서 몸을 팔며 산다.

잠시 만난 트렌스젠더의 대화에서도 알 수 있다. 돈이 없다는 말에 온종일 몸을 팔았는데도 돈이 없다는 게 말이 되냐며 웃는다. 이곳에서 동성애는 용납할 수 없는 죄악이고, 선택할 수 있는 일이라야 매춘이 고작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메라비는 이라클리를 선택한다. 더 정확히는 자신의 감정에 따른다. 이러한 환경에서 이라클리를 사랑하는 것은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결국 이라클리는 안정된 생활, 여자와의 약혼으로 도망치지만 메라비는 그 순간까지 이라클리를 사랑했다.
 
 
 
생략

 

때로는 보여주지 않는 것이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각자 자신만의 생각으로 비어있는 서사를 채우게 된다.

 

상상할 틈조차 주지 않고 휘몰아치는 영화도 좋지만, 상상의 여지를 남김으로써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한 번씩 떠올리게 되는 영화도 좋다. 이 영화에서 그런 순간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자자를 대신해서 들어온 이라클리는 첫 등장부터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귀걸이는 중간에 없어졌다는 언급이 한 번 있었고, 그 행방은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진다. 메라비는 자신의 틴케이스에서 이라클리의 귀걸이를 꺼내 끌어안는다. 그리고 형의 결혼식에서 만난 이라클리에세 네가 잃어버렸던 귀걸이라며, 이제 필요 없다고 건네준다.

관객들은 메라비가 언제, 어떤 마음으로 가져갔는지 상상할 수밖에 없다. 메라비는 탈의실에서 이라클리의 옷에 얼굴을 묻고 냄새를 맡은 적도 있기 때문에 상상은 더 자연스러워진다. 이라클리는 그걸 알고 있었을까? 영화가 끝난 순간부터 관객은 새롭게 영화를 시작하게 된다.

 
 
멈추지 않고 나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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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클리가 사라지고, 메라비는 무너진다. 설상가상 형은 약을 하다 식당에서 싸워 함께 쫓겨나고, 버스에서 인사해서 알게 된 사람과 클럽에 가서 밤을 새우고 술을 마신다. 그리고 공립무용단에서 춤을 추니 당연히 엉망일 수밖에 없다.

선생님은 그만, 이라 말하지만 메라비는 멈추지 않고 계속 춤을 춘다. 파트너이자 친구인 메리도 멈추라고 하지만 메라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리해서 춤을 추다 결국 발목을 접질린다. 발목에 찬물을 부으며 아프다고 울지만, 이라클리의 전화 한 통에 금세 울음을 멈춘다. 단순한 오기였을지도 모르는 이러한 장면은, 뒷부분과 결부되며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앙상블 자리를 놓은 중요한 오디션 자리에서도, 메라비는 그 정도면 됐다고 수고했다는 심사위원의 말을 듣지 않고 끝까지 춤을 춘다. 다친 발목에서는 피가 나 아프고, 남성적 이여야 하는 조지아의 전통을 모욕하는 거라며 급기야 심사위원 한 명은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하지만 메라비는 끝까지 자신이 추고 싶은 춤을 춘다. 메리는 위에서 지켜보다 박수를 쳐준다.

우리는 끝까지 나아가야 할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이 전부 아니라고 하더라도, 멈추고 그만하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그 일은 다른 사람들의 반대를 전부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다. 때로는 자신의 감정이 시키는 대로 밀고 나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끝내며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메라비의 형은 얼굴에 상처를 잔뜩 달고 들어온다. 널 보고 호모라고 모욕하기에 싸웠다는 말에 메라비가 아무 대답을 못하자, 내가 괜한 짓을 한 거냐고 묻는다. 메라비는 아마도, 하고 대답한다. 형은 말없이 메라비를 끌어안아 준다.


메라비가 동성을 사랑하는지 아닌지는 형에게 중요하지 않다. 형은 메라비를 온전히 받아준다. 메라비는 다양한 선택을 하며 계속해서 살아갈 거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나아가는 메라비는 누구보다 용감하고 아름답다. 그런 메라비를 응원한다.

다른 나라의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싶은 사람에게, 신선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용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빛나는 청춘과 함께 웃고 싶은 사람에게, 두 시간 동안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당신에게 추천한다.
 
 
*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 And Then We Danced -
  
 
감독 : 레반 아킨
 

출연

레반 겔바키아니

바치 발리시빌리

아나 자바히슈빌리


장르 : 드라마

개봉
2020년 11월 25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113분

 
 

에디터 안우빈.jpg

 
 
[안우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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