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 '안티고네' 이기적이지 못한 선택

글 입력 2020.11.13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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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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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티고네


 

살던 곳을 떠나-극중 불어를 사용하는 걸 보면 불어권 국가 중 하나인 듯 하다-캐나다 몬트리올에 정착한 한 이주민 가족.

 

형편이 아주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할머니, 오빠 둘, 언니 하나, 그리고 안티고네 다섯 명은 나름 행복하고 화목하게 지내고 있었다. 남자친구와 썸도 타며 잘 지내던 어느날, 정말 어느날 갑자기 큰 오빠 에테오클레스는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고 작은 오빠 폴리네이케스는 경찰 폭행죄로 수감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작은 오빠는 아예 캐나다에서 추방되게 생겼다. 안티고네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힘 없는 언니와 할머니 뿐. 안티고네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큰 결심을 내리게 된다.


전액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똑똑하고 성실하면서도, 마음 맞는 남자친구도 사귀면서 평범한 학생 생활을 누릴 예정이었던 안티고네의 삶에 이 무슨 일인가. 분명히 한 평생을 같이 살아야 할 '가족'이 안티고네의 삶을 단 한 순간만에 송두리째 바꾸어버렸다. 안티고네는 가족을 위해 과연 무슨 일을 하려는 것일까.

 

 

 

2. 가족


 

<안티고네>는 소포클레스의 테베 3부작 중 하나인 안티고네를 현대판으로 각색한 캐나다 영화이다. 그리고 그 희곡은 그리스 신화 오이디푸스의 이야기에서 따왔다. 오이디푸스라면 운명을 거스르고자 했지만 결국 운명에 휩쓸리는, 맹인, 절름발이 등으로 많이 들어봤다. 하지만 그에게 두 명의 아들과 두 명의 딸이 있는 지는 처음 알았다.

 

두 눈을 뽑고 정처없이 세상을 떠돌아다녔다- 까지가 내가 아는 이야기의 끝이었다. 오이디푸스에서 안티고네, 다시 안티고네로 각색한 영화이기에 소포클레스의 희곡을 내가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영화와 어떤 부분이 다른지 비교할 수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그리스 신화의 안티고네에 대해 알아보다가 새로 알게 된 사실로는, 눈을 멀어버린 채 떠도는 오이디푸스 옆에 한 명의 딸이 함께했는데, 그게 바로 안티고네였다. 안티고네는 총명했다고도 나오는데 그렇다면 오이디푸스가 본인의 아버지이자 오빠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고 함께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영화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는 안티고네가 원래 살던 곳이 어떤 곳이라고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가령 예를 들어서, 내전이 일어나는 곳이라던가 그런 식의 언질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곳은 끔찍한 곳이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식으로만 묘사한다. 다만 안티고네의 부모가 흰 천에 쌓인 시체로 집 앞에 놔둬지는 장면 하나만 해도 얼마나 끔찍할지는 어느정도 상상은 간다. 부모를 잃은 안티고네이기에 더 이상의 가족을 잃는 것을 아마 용납할 수 없었던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냉장고 속의 여자들 배역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경우는 단순히 남주인공의 활약을 위해 당하는 희생이기에 안티고네와는 다르지만- 누군가를 위해 사는 것 보다 본인을 위해 살아가는 모습이 보고싶다. 하지만 희생하는 것이 안티고네의 자발적인 선택이라면, 나는 그 역시 존중해야한다. 앞선 일들로 인해 가족을 놓을 수 없는 안티고네였기에 어느정도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건 아니다. 다만 한편으로는 본인을 생각해서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맘이 크다.

 

 

 

3. 핀트


 

영화에서 이질적이면서도 특이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미디어 매체를 활용한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치 요즘 세대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화면을 보는 것 처럼 구성을 배치해 안티고네의 일과 주변 인물의 이야기가 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가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역시나 모두의 우려대로, 안티고네의 범죄 사실이 노출되고 얼굴까지 퍼지자 쏟아지는 온갖 악플들.. 지극히 현실적인, 하이퍼 리얼리즘이었다-

 

보통 미디어라고 하면 그 파급력이 엄청나며, 주의하고 유의해야 하는 쪽으로 많이 사용된다. <내부자들>(이병헌의 기자회견)이나 <베테랑>(유아인의 폭력 장면이 찍히는 모습)에서도 보였듯이.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역으로 미디어의 양날의 검을 사용해 안티고네의 진실함과 무죄를 입증해줄 하나의 방편으로 작용했다.

 

처음에는 앞서 말했듯이 이질적인 느낌이 강해서 오히려 영화의 분위기를 해치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며칠 뒤 다시 생각해보면 그 미디어 장면은 중요한 요소이기에 오히려 더 임팩트가 강하게 남겨진 것 같다.


그리고 안티고네의 결단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만약 내가 현재-가족-와 미래-하이몬, 언니와 같은 길-를 선택하는 상황에 놓여진다면 후자를 택했을 것이다. 그리고 안티고네도 그랬으면 했다. 특히 기껏 도망치라고 변장해서 대신 감옥까지 갔더니만 오빠란 작자가 다시 붙잡혀 온 이후라면 더더욱-그 장면이 계속 떠오를 때마다 분노하게 된다-. 그래서 영화 마지막 장면에 본인들만의 비밀 장소에서 하이몬과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더욱 애달프게만 느껴졌다.

 

특히 하이몬은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안티고네의 모습에 약간 주저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오히려 그는 처음같은거, 하지 않아도 좋으니 안티고네를 옆에 두고 싶었던게 아닐까.

 

 

 

4. 더 나아가


 

"누군가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시겠습니까?" 하면 100% 추천은 아니다. 영화가 별로란 뜻은 전혀 아니다. 다만 이 영화는, 킬링 타임용이나 액션 영화와 같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금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영화이다보니 시놉시스만 본 뒤에도 보고 싶은 사람이 보는 편이 좋겠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영화가 참 마음에 들었다. 열린 결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게 끝이 나서 좋았다. 내 생각일 뿐이지만 아마 마지막에 들린 휘슬 소리는 안티고네가 추방을 당하고 지금 여기에 묶여버린 처지가 되더라도- 그런 당신을 언제, 어디에서나 지지해줄 우리가 있다는 것을, 희망을 심어주는 장치가 아니었을까. 비록 그들이 말하는 끔찍한 곳으로 돌아가더라도, 안티고네가 그 곳에서 꿀 수 있는 꿈을 찾아 앞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배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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