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진에 담긴 소명의식 [시각예술]

퓰리처상 사진전을 관람하고 난 뒤
글 입력 2020.11.06 10:1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201106093641_nuskgefo.jpg

 


퓰리처상에 흥미가 생겨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퓰리처상 사진전>을 관람하고 왔다. 퓰리처상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도·문학·음악상으로 그해 가장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물을 선정해 수여 하는 상이다.

 

그중 이번에 열린 <퓰리처상 사진전>은 1940년대부터 2020년까지 보도 부문에서 상을 받은 사람들의 사진을 시대별로 전시했다. <퓰리처상 사진전>은 저널리스트들의 사명과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소외된 자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크기변환]성조기, 수리바치산에 게양되다(1945)(태평양전쟁).jpg

 

 

성조기, 수리바치산에 게양되다

(1945), Joe Rosenthal


이 사진은 제2차 세계대전의 일부인 1941~1945년까지 일본과 연합국 사이에 벌어진 태평양전쟁이 배경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지였던 수리바치산을 장악하고 미군이 성조기를 꽂는 사진이다. 승리의 상징인 깃발을 꽂기 위한 긴박한 군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비극적인 사실은 사진에 기록된 대원 중 3명을 포함해 약 7,000명에 가까운 군인이 전사했다는 것이다.

 

 

[크기변환]VIETNAM - FLEEING TO SAFETY, Kyoichi Sawada (1965).jpg

 

 

안전지대로의 도피

(1965), Kyoichi Sawada


이 사진의 배경은 1965년 베트콩을 몰아내기 위해 20만에 달하는 미군이 베트남에 주둔해 있는 상황이었다. 그해 9월 6일 미군이 한 마을에 폭격을 가했고 기자는 살기 위해 강을 건너는 두 가족을 보게 되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퓰리처상을 받은 사와다는 두 가족을 찾았고, 가족들에게 각자 상금을 절반씩 나누어 주었다. 4년 후 사와다는 캄보디아 전쟁을 취재하기 위해 동료와 함께 떠났고 도착한 다음 날 그 두 사람은 시체로 발견되었다.

 


[크기변환]DESPAIR OF RWANDA, The Associated Press Staff (1995)(르완다내전).jpg

 

 

르완다의 절망

(1995), The Associated press staff


소수파로서 지배층을 형성해 온 투치족과 다수파 피지배계층인 후투족 간의 정권 쟁탈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무고한 국민이 고통받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1990년 이후 1994년까지 약 150만 명이 학살되었다.

 


[크기변환]TREK OF TEARS  AN AFRICAN JOURNEY, Martha Rial (1998)(르완다내전).jpg

 

 

눈물의 강제 이주 : 아프리카인의 여행

(1998), Martha Rial


그리고 국민 814만 명 중 240여만 명이 난민이 되었다.

 

르완다 난민의 대량 유입에 의해 주변 부룬디와 자이르의 내전이 악화하면서 해당 국가들은 르완다 난민의 학살을 강행하였으며, 세계 최악의 인권유린이 자행되었다.

 


[크기변환]199sus 고난의 의식.jpg

 

 

고난의 의식

(1996), Stephanie Welsh


할례. 아프리카에서 행해지는 의식. 순결을 지킨다는 명목하에 일어나는 비인간적인 의식의 행태를 담아낸 사진이다.

 

16살 시에타가 고통 속에 울부짖으며 할례를 받는데 수술에 쓰인 유일한 도구는 녹슨 면도칼이었다. 아프리카에서는 여전히 소녀들의 순결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해마다 200만 명의 소녀들이 강제 할례를 당한다.

 

고등 교육을 받은 시에타는 의식을 시작하자 “죽을 거 같아요! 엄마, 나 좀 제발 구해 줘요.”하고 비명을 질렀지만, 부족 사람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고 한다.

 


[크기변환]사자의 심장을 가진 아이(이라크전쟁).jpg

 

 

사자의 심장을 가진 아이의 수술

(2005), Deanne Fitzmaurice


이 사진은 2003년 3월 20일부터 2011년 12월 18일까지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군이 이라크를 상대로 벌인 이라크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형제가 하교하는 도중 반짝이며 빛나는 공을 발견하고 만졌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폭탄이었고 형은 사망하고 동생은 복부가 찢어지고 양팔과 시력 잃게 되었다.

 

기나긴 수술을 이겨내고 회복하는 도중 비행기에서 폭탄이 떨어지는 그림을 그리는 아이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크기변환]장벽에 막히다(Up Against The wall) 김경훈.jpg

 

 

장벽에 막히다

(2019), 김경훈


사진 속에 등장하는 마리아 메자 가족은 온두라스에서 온 이민자이다.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환경에서 지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목숨을 걸고 최루탄을 피해 장벽을 넘어가는 사진이다.

 

이 사진이 발표되고 난 뒤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많은 비난을 받게 되었는데, 이민자들은 모두 다 마약과 총기를 든 범죄자들이라고 매도했던 사실과는 정반대로 평범한 사람들뿐이었기 때문이다.

 


[크기변환]홍콩.jpg

 

 

홍콩 시위

(2019), Reuter press corps


홍콩 시민들이 2019년 3월 31일부터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반대하며 일으킨 시위로부터 중국의 정치적 간섭에서 벗어나려는 민주화 운동까지 전개된 상황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사진이다.

 

2019년 9월 2일 홍콩 몽콕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이 있었다. 이때 경찰에 의해 억류된 한 여성이 처절하게 몸부림치며 자신의 이름을 외치며 친구들에게 변호사를 불러줄 것을 외치는 모습을 담아냈다.

 

 


찰나의 포착 그 안에 담긴 이야기


 

<퓰리처상 사진전>의 사진들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왜냐하면 나에게 사진이란 추억을 남기거나 내 모습을 최대한 예쁘게 찍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퓰리처상 사진전>에 전시된 사진들은 날 것 그대로의 보정 없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것은 내 안의 사진에 대한 정의를 바꿔놓았다.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인 사진은 끔찍한 전쟁의 후유증과 감춰둔 현실에 대한 어두운 이면을 드러낸다. 찰나의 순간, 포착된 모습은 사람들이 애써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만 보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사진에 담긴 배경을 찾아본 뒤, 사진을 보면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보인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두려움과 고통에 울부짖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상대방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공감한다. 더 많은 사람에게 지구촌 어디선가 일어나는 끔찍한 현실을 과감히, 공정하게 보여주는 것이 저널리스트들의 소명 의식이다. 또한 그들이 찍은 사진의 존재 의미이다.


저널리스트들은 전쟁터와 학살, 인명 피해가 일어나는 곳에 사진기만 들고 뛰어든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행태를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널리스트 또한 사람이기에 두렵고 힘들며 마음 아파한다. 혹자는 이런 끔찍한 사진을 찍기만 하고 직접 도와주지 않느냐라며 질타한다. 그 질타에 생을 마감한 저널리스트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저널리스트들이 전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본인의 두려움과 공포를 배제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담아내는 것이다. 그래야  전쟁, 학살, 난민, 비인간적인 행위 등 끔찍한 진실이 드러난다.


이미 지나온 가슴 아픈 과거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이 살아가는 한 인권 유린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이들을 기억하고 또 다른 피해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아야한다.



[나시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