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하루에 조금씩 불안감 해소하기 - 1일 1미술 1교양

처음 만나는 100일간의 서양미술사 교양 수업
글 입력 2020.08.06 06:0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일 1미술 1교양』은 미술을 알고는 싶은데 긴 글을 오래 읽는 것에 쉽게 피로함을 느끼는 현대인에게 알맞은 서양미술사 책이다. 작가는 "하루의 양만큼 이해하고 감상하며 마음속에 그리시면 됩니다"라고 말하며 책을 연다.

 

학창 시절 교양으로 서양미술사를 수강한 적이 있다. 막 학기가 되어 이왕 돈 왕창 내는 거, 성적 생각하지 말고 듣고 싶은 거 듣자. 해서 들었던 강의였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선택한 강의였고 담당 교수님이 전 세계 방방곡곡 다녀온 미술관을 소개해줘서 유익한 시간이라고 느꼈던 동시에 가끔은 3시간의 긴 수업이 버겁게 느껴졌다. 교재가 번역 책이고 요약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강의를 못 듣게 되면 작품이 쉽게 와 닿지 않아 암기하기도 어려웠다.

 

흥미를 전제로 하는 배움에도 고통은 존재한다. 오랜 시간 누군가의 말을 집중해서 듣는 데에 따르는 피로때문에 디지털시대에 책이 살아남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마치 강연을 직접 듣는 것처럼 구어체로 쓰여 있어 작품이 머리에 쏙쏙 박히는 느낌이다. 100일 간 한 챕터씩 읽게 되어 있는데 이에 따라 독자는 하루에 다섯 페이지에서 여섯 페이지 분량을 읽으면 된다.


작가는 자신이 단지 위대한 예술가들을 전달하는 전달자일 뿐이라고 했지만, 자신 나름의 정의를 통해 새롭게 미술의 역사를 쓰는 역사가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상은 왜 만들어졌을지 질문을 던지면서 불안감을 이겨 내기 위한 하나의 성스러운 의식 때문이었다고 답한다.

 

기원전 3만 년에서 2만 5000년쯤 추정되는 비너스상이 만들어졌을 때는 사냥과 채취로 살아가던 시기였고 당시의 불안감은 "내일은 사슴이 잡힐까, 오히려 맹수에 물려 죽지는 않을까"와 같은 생과 사를 오가는 극한의 불안감이었을 것이다. 불안감을 없애고자 성스러운 의식이 필요했고, 조각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작가는 확정할 수는 없지만 미술은 사치로 시작된 것이 아님을 밝히며 인간에게는 의식주 말고도 확실하게 필요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예술이라고 말한다.

 

 

0000409667_001_20190123215252186.jpg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기원전 3만~2만 5000년경


 

대개 역사라고 하면 따분하고 어렵다는 말이 저절로 따라 나온다. 그러나 역사는 결국 인간의 중대한 이야기를 모은 것뿐이다. 작가는 이러한 사실을 잘 활용해 작품을 전달하는 데에 힘썼다. 예를 들어 피라미드에 대해 설명할 때 얼마나 높고 큰지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그런 무리한 공사가 가능할 수 있었는가에 집중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왕조 파라오를 모셔야 자연재해를 막을 수 있고 자신들의 나라가 평화로울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파라오는 자신이 죽은 다음에도 내세에 간다고 믿었기 때문에 썩지 않게 미라로 만들어지길 원했다. 파라오의 미라 보존을 위해서 아무도 찾을 수 없는 엄청나고 복잡한 건축물인 피라미드가 만들어져야 했다.

 

즉 피라미드는 영원히 살려는 파라오의 집념과 파라오를 믿어야만 했던 이집트인의 생존 의지의 결합이 만들어낸 거대 건축 미술품이었던 것이다. 작가는 피라미드의 건설과 규모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뒤에 숨은 이야기를 툭 툭 꺼내 기억하게 한다.

 

앞의 챕터가 인류 역사의 중대한 사건 위주로 굵직굵직하게 흘러간다면 뒤의 챕터는 예술가 위주로 흘러가 개개인의 삶과 관련하여 작품을 전달한다. 이렇듯 하루에 20분 정도 작품 뒤에 숨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 듣다 보면 꼭 전시회에 와서 아주 친절한 큐레이터에게 일대일로 설명 듣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야기뿐만 아니라 부제목이 '처음 만나는 서양미술사 교양 수업'이다 보니까 작품에 사용된 기법이 작품 옆에 몰입에 방해가 안 되는 크기로 친절하게 적혀 있어서 더욱 이해가 쉽다.

 

마지막으로 챕터 50에는 '파랑, 그 특별함'이라는 주제로 파란색의 역사에 대해 모네, 라파엘로, 랭부르 등의 작품을 통해 설명했는데 그 부분이 무척 좋았다. 파란색은 12세기 중세부터 기독교에서 성모 마리아의 의상을 파란색으로 칠하면서 성스러운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그 이후 랭부르 형제가 귀족을 위한 사치품으로 성경의 내용을 그린 책의 표지에 그림 배경을 당시 금 보석보다 비싼 가격으로 판매됐던 원료인 울트라마린으로 가득 칠했다. 이후 파란색은 반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부터 앙리 마티스의 푸른 누드까지 유명한 화가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이제 파란색을 보고 예쁘다는 말 이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데에서 지적으로 성장하는 듯했다.

 


1335F31149BA27992A.jpg

랭부르형제의 베리공 기도서, 1412~1416

 

 

근래들어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날이 갈수록 말도 짧게, 표현도 단순하게, 이모티콘 하나로만 대화하기 등 오로지 0과 1의 단순한 언어를 주고받으면서 수많은 일을 하는 로봇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카카오, 인스타그램, 뉴스, 유튜브 등이 일방적으로 주는 끊임없는 정보에 머리가 지끈 거릴 때 한 시간이라도 핸드폰을 끄고 마음에 드는 공간에서 내가 선택한 시간에 책을 꺼내 읽는 건 피로와 불안감을 다스리는 데 정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 책은 조금이나마 다른 시공간으로 당신을 이끌어줄 수 있는 책이다.

 


/작가 서정욱


2008년 서정욱갤러리를 시작하여 다양한 기획전시를 진행하였고, 다수의 잡지와 신문에 미술 칼럼을 기고했다.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이 미술을 어렵고 멀게 생각한다고 느껴 2009년 '서정욱 미술토크'를 조선일보에 연재했고, 서울시 인터넷방송, 애플리케이션, 팟캐스트를 거쳐 지금은 YouTube와 Naver TV에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미술이 많은 사람의 삶에 함께하길 바라며, 미술을 쉽게 알리는 일을 행복하게 하고 있다.

 

 

cover3D_1일1미술1교양_보도.jpg

 

 

1일 1미술 1교양


지은이 : 서정욱

출판사 : 큐리어스(Qrious)

분야
미술일반/교양

규격
152*210

쪽 수 : 328쪽

발행일
2020년 07월 20일

정가 : 15,800원

ISBN
979-11-6165-957-2 (04600)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83222
 
 
 
 

등록번호 : 경기, 아52475   |   E-Mail : artinsight@naver.com
발행인/기사배열책임자 : 박형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형주
Copyright ⓒ 2013-2020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