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릴 적 나의 워너비, 삐삐 롱스타킹 [TV/드라마]

우리 엄만 하늘나라, 아빤 바다에. 걱정일랑 마세요, 천하무적이니까! 나는 삐삐 롱스타킹 언제나 즐거워!
글 입력 2020.06.0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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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삐삐 롱스타킹 언제나 즐거워!”


얼마 전 채널을 돌리다 EBS에서 우연히 <말괄량이 삐삐>를 보게 되었다. 찾아보니 EBS에서 목, 금요일 저녁 7시마다 30분씩 해주고 있었다. 우연히 보게 되었지만, 막상 보기 시작하니 추억도 되살아나면서, 환상적이고 어떤 후련함을 주는 이야기에 마음을 뺏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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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내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다이어리도 삐삐였다.

 

 

스웨덴의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1945년에 발표한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은 큰 인기를 끌며 작가는 안데르센 상, 스웨덴 한림원 금상, 유네스코 국제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또한 삽화를 그린 잉리드 방 니만은 일러스트레이터로, 초판본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과 이후 삐삐 시리즈를 맡아 그렸다.


삐삐 75주년을 맞아 최근 삐삐 그래픽 노블 시리즈가 나오기도 했고, KT&G 상상마당 홍대 라운지에서는 저번 달부터 <삐삐 롱스타킹 75주년 기념 전시>를 열고 있다. 삐삐를 좋아한다면 원화 삽화와 함께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삐삐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 삐삐가 가지는 자유로움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같은 아이인데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으면서 언제나 씩씩하고, 자신의 길을 직접 개척해 나가는 삐삐는 환상적이면서 이상향의 존재로 느껴진다. 삐삐는 아이들이 꿈꾸도록 만들고 해방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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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와 아니카는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남매다.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옆의 허름한 별장에 삐삐가 이사 온다. 빨간 머리를 양쪽으로 기다랗게 땋고, 긴 스타킹을 짝짝이로 신고 있으며, 어깨에 원숭이를 올리고 자기 발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구두를 신고 어기적어기적 걷는 소녀 삐삐. 토미와 아니카는 삐삐를 찾아가고, 친구가 된다.


“들어오든지 말든지 맘대로 하세요, 저는 아무래도 좋으니까.”


삐삐네 집은 ‘뒤죽박죽 별장’으로 불린다. 뒤죽박죽 별장에서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그 어떤 장난도 칠 수 있고 규칙도 없는 뒤죽박죽 별장은 토미와 아니카의 천국이다. 뒤죽박죽 별장에서 아이들은 자기만의 세계를 만든다. 삐삐는 혼자 살면서 모든 것을 스스로 한다. 금화도 가득하고 말도 번쩍 들 정도로 힘이 센 삐삐. 이런 삐삐의 초능력 같은 힘과 금화는 어른들을 속수무책으로 만든다.


이번에 EBS에서 우연히 보게 된 에피소드는 토미와 아니카가 가출을 하게 되는 내용이었다. 항상 야단만 치고, 잔소리만 하는 엄마가 미운 토미와 아니카는 아침을 먹다 가출을 결심한다. 날씨 좋은 날 딸기밭 잡초를 뽑느라 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싫다는 이유였다. 토미와 아니카는 가출을 한다며 짐을 싸서 집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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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니카가 싸우는 모습을 재밌다는 듯이 관전하는 삐삐


 

아이들이 갑자기 가출하자 걱정하는 엄마에게 빨래하고 밥해줄 애들이 사라져서 좋지 않으냐, 귀찮은 아이들이 사라졌으니 즐기면 되지 않느냐고 능청스럽게 말하는 삐삐. 엄마는 삐삐에게 아이들을 부탁하고, 삐삐는 원숭이 닐슨 씨를 맡기고 토미와 아니카를 데리러 간다.


가출하려고 마음을 굳게 먹었지만, 토미와 아니카가 있는 곳은 아직도 뒤죽박죽 별장이다. 가출을 하긴 했지만 막상 진짜로 하려니 토미와 아니카는 어디로 가야하는 지도 모르겠고 두렵다. 하지만 가출을 했으면 지금쯤이면 마을 끝에는 도착했어야 한다며 삐삐는 먹을 것을 챙긴다. 그리고 셋은 말을 타고 가출 여행을 시작한다. 삐삐와 함께, 다시 뒤로 가는 길은 없는 거침없는 여정이 시작된다.


마음껏 계곡에서 놀고, 발을 더럽히며 즐기다 갑자기 천둥번개와 비가 쏟아진다. 아이들은 쓰러져가는 폐가 같은 건물로 들어간다. 그리고 거기서 ‘콘라드 강력 풀’을 파는 행상인 아저씨를 만난다. 삐삐는 스스럼없이 아저씨에게 다가가 자기소개를 하고, 그들은 친구가 된다. 콘라드 강력 풀을 이용해 천장에 거꾸로 서서 춤을 추기도 하고, 서로 먹을 것을 나눠 먹는다. 낯선 사람을 가장 두려워하던 아니카는 떠나가는 아저씨에게 큰 서운함과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물통을 타고 강을 건너고, 길에서 공연을 한다. 지나가는 기차 위로 뛰어서 기차 지붕을 타고 이동하기도 하고, 콘라드 강력 풀을 사용해 아저씨를 골탕 먹이기도 한다. 토미와 아니카가 무서워하면 삐삐는 “그래도 재밌지 않니?” 하며 천연덕스럽게 말하고 정말로 근사한 경험을 선물한다.


삐삐는 많은 일을 깊게 생각하지 않고 도전하며 손쉽게 해결한다. 토미와 아니카는 결국 집으로 돌아가지만, 집을 떠난 경험은 토미와 아니카에게 새로운 활력을 넣어줬다. 삐삐는 토미와 아니카를 집에 데려다주고, 자신도 뒤죽박죽 별장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아직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삐삐는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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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딸기밭 잡초 뽑을 때쯤이면 재밌는 일들이 벌어질 테니까.”

“삐삐, 그 고물 빗자루로 어떻게 하늘을 날고 있는 거야?”

“넌 빗자루가 못 난다는 걸 알지만, 빗자루는 그걸 모르기 때문이야.”

 

 

마지막 대사가 상당히 인상 깊다. 어쩌면 허무맹랑한 삐삐의 이미지와 함께 어린아이답지 않은 말을 삐삐는 거침없이 한다. 되게 아무것도 아닌 말처럼 넘어가지만, 그 안에는 꽤 묵직한 인생의 이야기가, 아이들의 상상의 지평을 넓혀줄 수 있는 의미가 들어있다.


어릴 때 삐삐를 보면서 항상 그의 당당함을 닮고 싶었다. 거침없이 말하고, 자신이 무얼 해야 하는지 알면서 꿋꿋하게 행동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나에게 삐삐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기 보다는, ‘내가 삐삐처럼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더 강하게 했던 것 같다. 나도 말괄량이가 되고 싶었고, 괴짜 같은 옷차림을 하고 싶었다.


이제는 삐삐보다 삐삐가 골탕 먹이던 어른의 나이에 더 가까워졌는데, 그의 강인함을 닮고 싶은 건 여전하다고 느낀다. 내가 삐삐처럼 말을 들어 올릴 정도로 힘이 센 것도 아니고 사탕 가게 하나를 통째로 살 정도로 금화가 많은 것도 아니지만, 삐삐의 긍정적이고 건강한 모습은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말괄량이 삐삐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리고 나 역시 여전히 삐삐를 사랑한다.

 

 



[진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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