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멀미 한 조각의 그림 -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르네 마그리트, 초현실주의를 넘어서
글 입력 2020.05.0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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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아들, 1964, 캔버스에 유채, 116x89cm.jpg

<인간의 아들>, 르네마그리트, 1964

 


중절모를 쓴 남자와 얼굴 앞에 생뚱맞게 놓인 초록색 사과 하나.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초현실주의 대표 작품으로 꼽히는 르네 마그리트의 <인간의 아들 The son of man>을 보고 깔끔한 그림체와 어울리지 않는 사물 간의 조화가 꽤 독특하게 기억에 남았다. 의도를 유추하기 난해한 수수께끼 같은 작품을 볼 때면 특별한 의미를 찾기보다 그저 이미지 상의 왜곡으로만 작품을 이해하곤 했다. 그렇게 르네 마그리트는 나에게 고상한 신비주의 화가로만 자리하고 있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 기법인 '데페이즈망depaysement'은 일상적인 질서로부터의 '추방'을 의미한다. 마그리트의 작품이 더욱 특징적으로 기억되는 까닭은 왜곡된 형태에서 비롯되는 기괴함보다는 평범한 사물을 통해 발현되는 비일상적 낯섦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이 단순히 '낯설게 하기'로만 설명되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


그는 의도적으로 사물의 시선과 표정을 지워내며 익명성을 통한 인식의 착란을 불러일으킨다. 보이지 않는 것을 통해 보이는 것에 대한 의문과 사물의 본질에 대한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초현실주의라는 단어가 그의 작품을 대변하는 것이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는 오히려 그 단어로 인해 작품이 한정적으로만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각자의 내면에 숨어있던 삶의 조각들을 또 다른 감정으로 재연되는 경험을 통해서 비로소 르네 마그리트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면 속의 관계 <연인들>



연인, 1928, 캔버스에 유채, 54x73.4cm.jpg

<연인들>, 르네 마그리트, 1928

 

 

흰 헝겊을 두르고 키스를 나누는 두 사람. 그리고 그건 분명 멀미가 나는 순간이었다. 자세히 말하자면 평평했던 길가 위에서였다. 아무런 연관 없이 찾아온 울렁거림이 어떤 이유에선지 <연인들 The lovers>를 마주함과 동시에 떠오르게 되었다. 잊고 있던 감정이 두 형상을 통해 떠올라서였을까 아니면 애써 지나쳤던 수많은 얼룩들을 들켜버려서일까. 무언가에 압도될 때 느껴지는 참을 수 없는 당혹감을 마그리트라면 이해해 줄 수 있을 것만 같다.


두 남녀의 모습을 보며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불가결적 원리가 떠올랐다. 타인과의 관계를 맺을 때, 특히 그것이 남녀 관계에서라면 사람들은 스스로 '나'의 존재에 대한 포장과 연극을 하게 된다. 마치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의 얼굴처럼 우리 모두가 어쩔 수 없이 가면을 쓰고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진정으로 거짓 없는 순수한 관계가 존재할 수 있을까. 우리가 애써 감추고 있는 것들을 통해 사랑의 의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헝겊 아래의 저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떠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 궁금하면서도 알고 싶지 않다. 저 두 사람은 결국 서로에 대해 완벽한 타인이 될 수밖에 없기에.

 

 

우리가 바라보는 모든 것은 다른 것을 감추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가 바라보는 것 뒤에 감춰진 것을 보고 싶어 한다.


- 르네 마그리트

 

 


LIFE IS A DREAM. <인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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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르네 마그리트, 1935

 


커다란 창을 경계로 바깥의 풍경과 내부의 공간이 구분된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그 사이에 세워진 캔버스에 바깥의 풍경이 그려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캔버스 속 그림이 실제 바깥의 풍경과 완벽히 동일하다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마그리트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고 인지하는 방식에 대해 말한다. 즉 우리가 외부의 대상을 그대로 바라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기만의 재현을 바라볼 뿐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조건>이라는 제목과 함께 인간과 세계와의 관계에 대한 마그리트의 섬세한 관점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모두 진실일까?에 대한 의문을 던져주며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결국 한 사람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진리라고 여기고 있던 사실에 대한 허점과 필연적인 모순을 감지하면 평소 보지 못했던 세상의 이면이 보이기 시작한다. 창문 틀 넘어의 풍경은 한없이 평화롭지만 작가의 의도를 깨닫는 순간 모순으로 가득한 내면의 탐사를 재촉하는 느낌이 든다.


 

나에게 있어 세상은 상식에 대한 도전이다.


- 르네 마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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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리트가 남긴 작품의 힘은 무엇인가. 그는 표면적인 해석에 그치지 않고 감상자 각자가 자기만의 의미를 구현해내길 원했을 것이다. 고정관념과 선입견에서 벗어나서 우리들의 익숙한 삶의 태도를 새로이 되돌아보듯 말이다. 익명성과 추방적 요소들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자극하는 것이 르네 마그리트 작품의 진면모가 아닐까.


종종 나의 생각과 관점이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굳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이럴 때일수록 색다른 경험을 통해 잠시라도 우리의 몸과 사유의 유연함을 되찾아주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사물에 대한 그의 철학을 닮은 듯한 스펙터클한 전시를 통해 환상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반복되는 일상적 삶을 환기시킴과 동시에 새로운 변주의 가능성을 던져줄 것이다. 평면적 회화들에 입체적으로 몰입하면서 잠재된 무의식에 다가가는 낯섦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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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 Inside Magritte -


일자 : 2020.04.29 ~ 2020.09.1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8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7시 20분)

*
휴관일 없음

장소
인사센트럴뮤지엄

티켓가격
성인(만19~64세) : 15,000원
청소년(만13~18세) : 13,000원
어린이(만7~12세) : 11,000원
미취학아동, 만65세 이상 : 6,000원

주최
크로스미디어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김지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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