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_ 아동을 위한 그림

글 입력 2020.04.19 06:0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 Review ]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섬네일.jpg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이탈리아 중북부의 고대 도시 볼로냐에서 1967년부터 시작된 역사가 깊은 행사이며, 올해는 볼로냐를 시작으로 일본의 4개 도시와 한국을 거쳐 중국의 2-3개 도시에서 순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가 아는 일러스트는 단순한 그림일 뿐 아니라 아동 도서 및 교육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일러스트 원화전 또한 볼로냐 아동 도서전과 그 명맥을 같이하고 있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에는 매년 세계 80여 개국에서 3천여 명이 넘는 아티스트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으며, 최고의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최종 70여 명의 작가들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하고 있다. 이번 원화전에서는 최신 수상 작가 76명의 작품 300여 점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일러스트의 현재를 보여줌과 동시에 실험적이고 감각적인 일러스트를 보여주고 있다.

 

 

1.jpg


 

아직 코로나의 여파로 인해 조심스러웠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었다. 아이들, 청년층, 중장년층이 모두 섞여있는 것만 보아도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일러스트 전시회의 장점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전시회는 5개의 섹션으로 분리되어 있었는데, 옛날 옛적에 _ 동화와 신화 그리고 전설 / 상상 _ 익숙한 듯 낯선 / 동물 이야기 _ 작은 친구들 / 자연 _ 자연의 친구들 / 삶 _ 우리 곁에 숨은 이야기 가 그것이었다.

 

 

 

섹션 1 _ 옛날 옛적에 , 동화와 신화 그리고 전설


 

2.jpg

차영경 <아주아주 멋진 하얀 공주>

 

3.jpg

얀 베이직 <아리아드네의 실, 신화와 미로>

 

 

이 세션에서는 말 그대로 동화 및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었는데, 유명한 원작들이 작가들에 의해 새롭게 재해석되는 경우나, 동화가 생겨난 지역이나 문화의 배경을 알 수 있는 작품들이 있었다.


우리나라 차영경 작가의 <아주아주 멋진 하얀 공주>는 명작 동화 백설공주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창조한 작품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멋지고 씩씩한 하얀 공주와 자기만의 행복을 찾은 새 왕비의 이야기 통해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폴란드 작가 얀 베이직의 작품 <아리아드네의 실, 신화와 미로>는 화려하게 그려진 미로를 통해 고대 그리스의 신화와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섹션 2 _ 상상, 익숙한 듯 낯선


 

4.jpg

샌드로우 배시 <외계 국가>

 

 

이 섹션에서는 현실과는 다른 초자연적인 소재나 대상, 상상의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작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렸을지 나름의 상상력을 발휘하며 관람하는 재미가 있었다.


베네수엘라의 작가 샌드로우 배시의 <외계 국가>라는 작품에서는 서로에게 무관심한 채 전자 기기만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을 풍자한 작품이었다. 사람들의 얼굴을 끔찍한 외계의 개물로 표현하여 우리에게 따끔한 충고를 가하고 있다.

 

 


섹션 3 _ 동물 이야기, 작은 친구들


 

5.jpg

김슬기 <모모와 토토>

 

6.jpg

라사 안츄스카이트 <어린이를 위한 작은 시>

 

 

일러스트 하면 빠질 수 없는 이야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동물 그림들도 있었다. 특히 최근 들어서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며 동물들이 소재로 등장하는 그림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 섹션의 작품들은 사랑스러운 동물들의 모습은 물론 인간과 함께하는 공존의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우리나라 김슬기 작가의 작품 <모모와 토토>에서는 원숭이 모모와 토끼 토토의 이야기를 통해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 서로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2020년 볼로냐 아이덴티티 작가로 선정되어 내년 볼로냐 아동 도서전의 모든 행사에 이미지를 담당하게 된 리투아니아 작가 라사 얀츄스카이트의 작품도 볼 수 있었다. 그녀만의 그림체가 돋보이는 작품은 가정의 아늑함, 엄마의 포옹, 존재하는 우리의 상태 등을 표현하고 있다.

 

 

 

섹션 4 _ 자연, 자연의 친구들


 

7.jpg

무초 마나카 <산>

 

 

이 세션에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자연과 인간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경험하게 하고자 한다. 자연에 대한 이야기로 어떻게 우리와 어우러져 가는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일본 작가 무초마나카의 <산>에서는 원전 사고로 오염된 자연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인간이 만든 원전과 그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산과 땅, 바다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마음으로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섹션 5 _ 삶, 우리 곁에 숨은 이야기


 

8.jpg

크리스틴 로스키프 <모두의 수>

 

9.jpg

안드레 레트리아 <전쟁>

 

 

이 섹션에서는 우리의 일상, 우리의 삶에 집중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노르웨이 작가 크리스틴 로스키프의 <모두의 수>에서는 1,000명의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1부터 1,000까지 숫자를 세며 그들이 들려주는 수 백 개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고 한다.


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비슷해 보이는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가지고 있고,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포르투갈의 안드레 레트리아 작가의 작품 <전쟁>에서는 우리에게 전쟁에 대한 아픔과 위험성에 대해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의 자질은 무엇인가?

 

 

이번 원화전에 전시될 작품을 선정한 한 심사위원은 일러스트레이터의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기본적으로는 표현과 상상력이 기술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이미지가 ‘열려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본다. 독자가 그림에 몰입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는지, 이미지가 보는 이를 자극하여 상상력을 사용하게 하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독특한 스타일, 스스로의 생각을 표현하는 자유로움을 고려하기도 한다. 일러스트가 보는 사람에게 놀라움을 선사하거나, 통찰력을 주거나, 감동을 보여주거나, 신선하고 독창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보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를 보며 어떠한 그림을 예술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또는 어떠한 작품이 훌륭한 예술작품일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보았다.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 삶의 의미를 가르쳐 주는 작품? 색채가 뛰어난 작품?


하지만 이 전시회를 천천히 관람하다 보니 그에 대한 정답이 있을 수도 없으며 굳이 있을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그림들은 각자의 의미가 있으며 작가의 색과 의도가 담겨 있다. 작가가 담아낸 의미와 관람자가 느끼는 의미가 연결된다면 그 작품은 곧 관람하는 이에게 더욱 훌륭한 작품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특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러스트의 경우 더욱 직관적이고 독자를 자극하는 그림이 필요할 것이고, 유서 깊은 볼로냐 전시회를 통해 더 훌륭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발굴되기를 바란다.

 

 

 

선인수.jpg

 


[선인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