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하지만 나는 문학에 빠져 죽고 싶어 –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도서]

글 입력 2020.03.2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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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궁금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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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학이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길 바라지만, 그 무엇도 인간의 외로움을 달랠 수 없다. 문학은 이 사실에 대해서 거짓말하지 않는다. 바로 그 때문에 문학은 필요하다. 그런 문학이 없다면, 우리는 더 외로울 것이다. p.19



이 문장을 읽고 나는 이 책을 읽기로 결정했다. 내가 문학을 읽기 시작했던 밤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이런 문장을 알고 있는 사람의 책이라면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문학 이야기를 듣고 싶었고, 문학을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책의 저자 이현우(로쟈)는 우리에게 문학이라는 드넓은 바다에서 헤엄치는 법을 가르쳐준다. 너무 많아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고, 읽어도 어렵고, 때론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울 수 있는 세계문학과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가이드를 제시해주는 일종의 가이드북이다.


대학에서 문학에 대해 강의하며, 오랜 기간 칼럼 지필을 이어온 저자의 시선에는 깊이가 있다. 이런 유형의(다양한 작품을 다루며 소개하고, 의견을 달아놓는) 책을 읽을 때면 나는 종종 우선 내가 읽어본 책에 대한 이야기를 위주로 먼저 읽어보곤 한다. 몇 편의 글을 읽은 후 나는 이 책을 정독하기로 다시 한 번 결정했다.  이 책이 그저 그런 리뷰가 아니라는 말이다. 자신의 강의내용을 담은 비밀장부와 같다는 머리말의 표현은 과언이 아니다. 고수의 비급을 손에 넣은 무협지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랄까.

 

글의 편당 길이가 짧은 것도 장점이다. 보통 비평류의 글은 깊이 있는 지점까지 들어가기 위해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문에 몰입하기 힘들거나 글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짧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짧은 분량이라서 드러나는 아쉬움도 있지만, 적절한 몰입과 깊이를 유지하고 책의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비평의 핵심 중 하나는 여기에 있다. 비평이 깊이 있는 해석을 제시함으로써 이미 작품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보게 만들거나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역할도 있지만, 작품을 궁금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비평이나 리뷰를 읽는 이가 작품을 읽은 적이 없는 경우도 꽤 많기 때문이다.


작품이 읽고싶도록 만드는 것 – 작품의 소개는 비평의 중요한 한 축이다. 그리고 나는 이 해석들을 읽고나서 몇 편의 책이 더 궁금해졌고, 다시 읽고싶어졌다. 문학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과 애정이 많은 영향을 끼쳤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이 글들이 내게는 꽤나 설득력있게 다가왔음도 부정할 수 없다.


‘소설(세계문학)을 읽고 싶은데 무슨 책을 읽어야할지 모르겠어’라고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권하고 싶은 책 목록에 하나가 될 것 같다. 이 책이 다른 책으로 연결되는 통로의 역할을 할 수 있을거라 기대한다.

 

 

 

문학의 외로움, 외로움의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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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을 좋아한다. 바쁜 일상중에 틈이 나면 종종 소설을 읽는다. 소설이 보여주는 이야기를 가만히 따라가다가 감동하고 기뻐하고 또 슬퍼한다. 작품의 어떤 문장이 너무 내 마음 같을 때면 볼펜을 꺼내 줄을 마구 긋고 포스트잇을 붙여두기도 한다.


살아본 적 없고 아마 앞으로도 살아볼 일 없을 소설 속 인물이 처한 상황을 상상하며 글을 읽는다. 어느 날은 친구를 만나듯이 소설 속 인물을 만나 혼자만의 대화를 이어나간다. 친구 같고, 가족 같고, 선생님 같고, 또 어느 날은 ‘나‘ 같기도 한 소설.


소설을 쓰고 읽는 일은 게임의 규칙 같다. 어느 날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생긴다. 혹은 해야 하는 말이 생긴다. 단, 있는 그대로 쓸 수는 없다. 솔직해야하지만, 노골적이어서는 안 된다. 이야기의 형식을 빌려 조심스레 꺼내놓는다. 어떤 말은 쓰거나 뱉어야만 살아지기도 한다. 쓰디쓴 말들을 뱉어내듯 글을 쓴다.


그렇게 쓰여진 글을 누군가 읽는다. 왜 이런 이야기를 썼을까. 노트북에 손을 얹고 얼마간의 시간과 허리통증과 손목통증을 견디며, 거북목이 되어갔을 누군가를 상상한다. 새하얀 종이위에 까맣게 수놓인 글씨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그 마음이나 의미를 추측하거나 상상하다 결국 멋대로 생각해버리기로 하고 책을 덮는다.


소설의 매커니즘에 대해 상상한다. 소설은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소설을 쓰는 이와 읽는 이, 소설의 역할과 의무. 그리고 많고 많은 세계의 책. 그리고 그 중에 소설. 지구를 거쳐간 모든 시간과 모든 나라의 사람들이 전해오고 써내려간 이야기들.


<문학이 빠져 죽지 않기>가 소개하는 첫 글을 다시 떠올린다. 책은 우리 각자의 존재를 견디게끔 해주어야 한다. 문학이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길 바라지만, 그 무엇도 인간의 외로움을 달랠 수 없다.


문학은 전 세계 모든 역사 속 인간들의 외로움의 흔적이다. 인간의 외로움이 지난하고 고독한 만큼 많은 문학이 우리 삶에는 있다. 저자는 그 많고 복잡한 세계문학의 세계에 빠져 죽지 않는 법을 가르쳐준다. 이 책은 분명 이정표이자 가이드이자 나침반 역할을 해줄 것이다. 좋은 책이다.


그러나 이 책만 읽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예컨대 어떤 책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글을 있었다고 해서 그 책을 다 안다고 생각하고 직접 만날 기회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허리춤까지 오는 수영장에서 좋은 강사에게 수영 강습을 받는것과 바다에 직접 들어가는 일은 엄연히 다르다. 파도는 위험하지만 어떤 의미로든 우리의 삶을 바꿔놓을 능력이 있다. 그러니 나는 책을 덮으며 이런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나는 문학에 빠져 죽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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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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