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그림책을 다시 펼칠 어른들에게 -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글 입력 2020.03.09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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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내게 그림이란 큰 마음을 먹고 보는 대상이 된 듯하다. 그림을 본다. 그림만을 집중해본다. 그렇다면 미술관이다. 별다른 손재주가 없어 그림 그리기라는 취미를 로망 삼고 있을 정도니, 살면서 그림을 제대로 마주할 방법은 미술관에 가는 일 뿐이다. 전시를 보러가는 일 역시도 지금까진 한 달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니 역시, 그림을 보러 가는 날엔 큰 마음을 먹고 가게 된다.

 

큰 마음을 먹는 일이야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어든 보이는 것으로부터 내게 던져진 의미들을 어떻게든 이해해보겠다는 의지, 이에 더하여 골똘히 그림을 보겠다는 끈기정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백전 백패다. 온통 흰 색인 벽면에 ‘오직 내게만 집중하라’는 듯, 한껏 목에 힘 준 작품들 앞에서 ‘알못’인 나는 한 없이 작아진다.


미술관이 주는 공허감, 웅장함도 이에 한 몫 한다. ‘예술에 정답이 어디 있겠어!’라는 말로 작은 위안을 삼는다. 어른으로서 그림을 본다는 일은, (비전공자로서도) 내겐 그렇다.


 

ⓒYoshiyuki_Maeda_04.jpg

 


그림과 멀어진 걸까. 그건 맞고도 틀리다. 여전히 난, 그려진 – 캐릭터, 웹툰, 책 속의 삽화, 풍경화, 크로키, 다양한 쓸모와 기법들의 그림들을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그림이 어떤 뜻이나 의미, 생각들을 담는 수단이 된다면 – 차라리 누군가 글로 풀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림에 대한 이중적인 마음은 결국 보기 쉬운 그림이 좋다는, 그런 속마음이 아닐까 한다.

 

어려운 글도 (때때로) 찾아 읽는 마당에 그림은 또 쉬운 것이 좋다니, 내 스스로에겐 조금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언어를 잃은 느낌이다. 분명 그림도 그림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있을텐데 말이다. 그리고 때때로 그것은, 산문과 운문이 서로의 한계를 보완하듯 문자의 한계를 보완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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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신형철의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의 표지에 실린 일러스트를 보고 나는 이 ‘슬픔’이라는 한 단어가 얼마나 많은 감정들을 내포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산문집이 다룰 슬픔의 층위가 얼마나 다양할 것인지 예상해볼 수 있었다.


모두 새롭게 깨닫게 된 사실이다. 물론 등 돌리고 앉아있는 남자가 정말 슬픈지 아닌지는, 나도 잘 모른다. 다만 제목이 차마 다 담아내지 못한 슬픔들이 이 그림에 마저 담긴 기분, 맞다. 그 기분이나 느낌들이 한동안 내게 꽤 깊게 남아있었다. 슬픔을 한 차원 더 넓은 범위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 나름의 충격이기도 했다.

 


 

세상을 담는 그림


 

ⓒPeng_Wu2.jpg

 


‘세상을 담는 그림’ 불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에서의 세상을 담는, 이라는 말이 더욱 와닿았던 것도 위같은 경험 덕분이었다. 글을 이제 다 안다고 그림책을 떼었던 것이 참 오래된 일 같은데, 다시금 나는 그림책을 봐야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림책을 읽었던 그 당시를 이제와 돌이켜보면 단순히 그림은 글의 보조도구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림책 속의 그림을 읽어가며 나는 글에는 드러나 있지 않은 더 많은 일들에 대해 알아갔던 것이다. 당연히 모두 처음 알게 된 것들이었다.


책장 안에 꽂힌 세계아동전집 중 <크리스마스 캐럴>의 스크루지 영감에게서 묘한 연민의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걸리버 여행기>에서 존재할 지 모르는 더 작은 세상과 더 큰 세상에 대해 – 작은 나라에서의 걸리버를 묶었던 포승줄이 얼마나 간지러울까! 하는 느낌들도 말이다.

 


어린이가 책을 본다는 건 의미를 발견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거예요. 자신이 직접 경험한 세계를 예술 작품을 통해서 간접 경험하는 거죠.


- 그림책 작가 이루리


 

그림책에 대해서, 또 그림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어른이 된 지금도 모르는 세상 투성인데, 그렇다면야 그림책 앞에서 어린이로 돌아가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 실은 그림책만큼 어른과 아이 모두가 세상을 간접경험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고, 안전한 수단이 없지 않을까. 나는 이러한 이유로, 이번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에 한 번 가볼까 한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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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1967년부터 시작하여 201953회째를 맞은 오랜 역사를 지닌 전시다. 세계 80여 개국에서 3천여 명이 넘는 아티스트가 참여하며,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을 통해 최종 70여 명의 작가들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하고 작품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매해 이렇게 선정된 작품들의 전시는 실험적이고 감각적일 뿐만 아니라 세계 일러스트 흐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전시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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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에는 최종 선정 작가 76명의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볼 수 있는 본전시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작가인 벤디 베르니치 Vendi Vernić (Croatia)의 책과 원화작품을 만날 수 있는 특별전시와,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서 선정된 일러스트 작가가 창작한 메인 이미지들의 원화작품도 함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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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어린이 책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라가치상'의 수상도서 16권, 한국 출판사로서 최초로 2017년 볼로냐아동도서전의 최고의 출판사 상을 받은 보람 출판사의 책들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외국 작품들과 함께 한국의 그림책들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KIM_SEULKEE_2.jpg

 


 


세상을 담는 그림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일자 : 2020.02.06 ~ 2020.04.2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20분)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12,000원

청소년 : 10,000원

어린이 : 9,000원

 

주최

예술의전당, ㈜씨씨오씨

 

주관: 메이크앤무브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권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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