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앉지도, 서지도, 걷지도 못하는 갓난아기들이 자리에 누워 항상 바라보고 있는 물건이 있다. 바로 천장에 매달려 아기들의 시각을 풍요롭게 해주는 ‘모빌’이다.

초점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아이들이 점차 초점을 맞춰가고, 색 구별을 하게 되면서 정상적으로 시야가 형성되도록 도와주는 존재인 ‘모빌’의 단어가 한 작가의 작품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알렉산더 칼더로, 그의 작품이 ‘오브제 모빌’ 즉, 움직이는 오브제라는 명칭으로 불리면서부터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그의 존재를 알기 전, 내게 있어 모빌은 그저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갓난아이가 누워 바라보는 존재였다. 갓난아이가 아니라면 사용할 일이 없는, 그저 육아용품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알렉산더 칼더를 알게 된 후, 모빌은 내게 예술로 다가왔다.

모빌의 존재자체가 그저 당연했던 과거와는 달리 선과 미묘한 형태의 면이 조합되어 대기의 힘이나 바람으로 인해 천천히 흔들리면서도 평형을 유지하는 모빌의 모습이 당연하지 않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캔버스에 그려진 평면적인 작품을 감상하던 과거와는 달리 입체적인 형태를 가지고, 작품을 구성하는 물질과 함께 이를 둘러싼 환경도 같이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새삼 새롭게 다가왔다.

작품을 둘러싼 환경이 작품을 움직이게 함으로써 작품의 움직임 또한 새로운 작품이 된다. 또한 그 환경은 항상 똑같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우연성에 기인하며, 인위적인 힘이 아닌 자연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여 움직여진다는 점에서 모빌이라는 존재가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이러한 모빌을 만들어낸 작가 ‘알렉산더 칼더’의 전시가 전 세계를 순회하다 한국에 도착했다. 처음 알렉산더 칼더의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의 모빌 작품을 다시 한 번 두 눈으로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전시의 제목인 <칼더 온 페이퍼>를 보고는 ‘페이퍼(paper)?’라는 의문이 생겼다. 왜 키네틱 아트의 대가이자 모빌의 창시자인 알렉산더 칼더의 전시에 ‘종이’가 들어갈까 하고 말이다.

기대와는 달리 이번 전시는 제목처럼 칼더의 작품 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회화 작품들을 대거 소개한다고 한다. 나와 같이 칼더의 모빌과 같은 조각 작품을 기대했다면 조금은 아쉬운 소식일 수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더 희소식일 수도 있다.

칼더의 개인전 대부분이 모빌과 같은 조각 작품에 맞춰져 있기에, 이번처럼 그의 회화작품을 중심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작품을 떠나 그의 예술세계를 깊이 이해하고 알아가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칼더의 작품 세계를 연출한 설치물들이 함께 있어 직접 만지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고 한다. 칼더의 작업실과 같은 설치물들이 그의 작품 세계의 이해를 도와줄 것이라 생각하지만 한 편으로는 전시장이 카메라로만 둘러쌓여 있지는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번 기회를 통해 모빌의 창시자가 아닌 한 명의 조각가이자 예술가인 칼더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