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의 이야기 [음악]

종현의 음악에 대해
글 입력 2019.12.1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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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소중한 것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게 된다. 그것을 온전히 그려낼 수 없다면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이다. 그래서 그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그가 어떤 방식이든 왜곡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꼭 그가 아니더라도 감히 어떤 한 사람을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역시 몇 번을 쓰고 지우다가 고작 몇 개의 단어들의 조합으로 그를 표현하기에 역시 그는 너무 귀하다는 걸 깨달을 뿐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날이 그렇게 춥지 않아서, 그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서 조심스레 몇 자 적어보려 한다. 종현의 음악에 대해.

 

종현은 항상 음악을 이야기라고 말하며 자신을 이야기꾼이라고 칭했다

 


나에게 음악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물음표를 띄운 채 꽤 오랜 시간을 보냈고, 조심스레 나는 ‘음악은 이야기’라는 답을 찾았다. 공감하고, 교감하고,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 어떤 이야기를 노래하든 듣는 이가 화자의 이야기에 감정의 동요를 얻는다면 그건 좋은 음악이라는 답도 함께 얻었다.

 

- 산하엽: 흘러간, 놓아준 것들 작가의 말 중


 

종현의 음악은 다채롭다. 컨셉츄얼하고 이상화된 모습을 그리는 정규앨범들이 있다면, 일상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소품집도 있다. 종현의 다섯 개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수많은 곡들 중 몇 곡을 추천하려 한다. 내가 그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보다 그의 음악을 듣는 것이 그를 알아가기에 더 좋은 방법이니 말이다.

 


 

미니 1집 [B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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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의 미니 1집이자, 데뷔 앨범이다. BASE라는 앨범의 제목은 그가 음악의 길을 걷기 시작한 계기인 베이스 기타(비록 스펠링은 다르지만) 앞으로 해 나갈 음악의 기반이 될 앨범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Track 4. Love Belt (feat. 윤하) 



Lyrics by 김종현

Composed by 김종현 / 위프리키

Arranged by SCORE

 

종현의 데뷔 앨범은 여러 아티스트와 협업을 한 곡이 많은 앨범이었다. 4번 트랙인 Love Belt는 종현이 곡을 만들 때부터 윤하를 타겟팅해서 쓴 곡인 만큼 윤하의 어딘지 모르게 차가운 음색과 잘 어울린다.



부딪힐 걸 생각하고 살진 않지만 불안에 떠는 날 꽉 잡아줘

무심한 척 세상에 담담해 하지만 두려워 떠는 날 꽉 잡아줘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불안으로 가득 찬 세계이다. 삶이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딱 한 번 주어지기에 자신의 앞에 도사리고 있는 미래에 대해 불안함과 두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언제 어디서 상처 받을지 모르는 이 ‘불안한 세상’에서 종현은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는 사고의 위험에서 지켜주는 안전 벨트를 사랑에 비유하며 그것을 love belt 라고 칭한다. 안전벨트는 닥쳐올 사고를 막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것이 존재함으로 인해 우리는 조금 덜 다칠 수 있다. 마치 사랑이 그런 것처럼.

 

 

Track 5. NEON



Lyrics by 김종현

Composed by 김종현 / Deez

Arranged by Deez

 

종현은 가장 좋아하는 장르로 PB R&B를 꼽아왔다. 대중적인 장르가 아닌 만큼 타이틀로 올리기는 힘들지만, 그의 정규 앨범에 한 곡 씩은 존재하는 장르이다. 그 중 NEON은 종현만이 할 수 있는 곡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만큼, 그의 색채가 강한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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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온이라는 물질이 가지고 있는 강렬한 색채 이미지를 '불 끄면 너 말고 다 까맣게 변하네', '너 없는 세상의 색 지루해져' 등의 가사로 풀어낸다. 더불어 이 곡은 종현의 탁월한 보컬이 두드러진다. 화려한 기교와 풍부한 백그라운드 보컬이 이 곡의 화려함을 더해준다. 발라더로서의 종현만을 기억하는 사람이 종현의 아이덴티티를 느끼고 싶다면 NEON을 추천한다.

 


 

첫 번째 소품집 Story O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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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의 첫 번째 소품집으로, 그가 디제이를 맡았던 <푸른 밤, 종현입니다>의 프로젝트 코너 ‘푸른 밤 작사, 그 남자 작곡’에서 만들었던 곡들로 채운 앨범이다. 앨범의 표지는 수화로 ‘너와 나’를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앨범의 타이틀은 ‘하루의 끝’이지만, 시그니처 곡은 오히려 U’&I’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Track 2. U&I



Lyrics by 김종현

Composed by 김종현 / 소진

Arranged by SCORE



힘든 일이든 좋은 일이든

자랑거리든 무슨 얘기든

네 얘기 좀 해줘 항상 나만 말했잖아

거창할 거 없어 소소한

어디 거기 맛집 후기나

그런 것도 좋아 그런 게 특별하잖아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그렇듯, 그는 항상 발신자에 위치해 있었다. 하지만 그가 <푸른밤, 종현입니다> 라디오를 시작한 이후, 그는 수신자의 입장에 위치할 수 있게 되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자신에게 털어놓아 달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SNS 소개란에서 그는 스스로를 '청년'이라고 소개를 한다.

 


저는 지금 청년이고, 청년이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나름의 생각은 갖고 있어요. 정의롭지 않은 것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거나 바꾸려고 노력하는 게 청춘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었을 때,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 2015년 2월 ELLE 인터뷰 중


 

그는 이처럼 항상 세상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청년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소외시키는 사회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하나의 희망으로 다가온다. 그는 어쩌면 이야기를 통해 서로 다른 '너'와 '나'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꿈꾸었을지도 모르겠다.

 

 

 

정규 1집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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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숙한 이야기꾼으로서 그는 ‘좋아’라는 앨범의 화자를 사랑에 빠진 한 명의 캐릭터로 설정하여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이 앨범은 로맨티시즘과 에로티시즘의 그 가운데에서 폭발하는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곡들로 가득 차 있다.

 

 

Track3. 우주가 있어



Lyrics by 김종현

Composed by 김종현 / 소진 / Coach & Sendo

Arranged by Coach & Sendo / We Freaky

 

세 번째 트랙인 ‘우주가 있어’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을 ‘우주’에 비유하여 비유에 능한 작사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이 곡에서 ‘별빛’, ‘궤도’, 인공위성’등의 우주와 관련된 다양한 단어들을 연인과의 관계를 표현하는데에 사용한다.

 


널 따라 도는 별이 너무 많은 걸

전부 가짜 인공위성들뿐인 걸

저 달에 걸고 맹세해 난 오직 너



어딘가 장난스럽게 들리지만 한 없이 로맨틱한 화자의 말들은 종현의 보컬을 만나 더욱 그 힘을 더해준다. 그의 센스 있는 작사와 몽환적인 편곡, 그리고 리드미컬한 그의 보컬을 느끼고 싶다면 이 곡을 강력히 추천한다.

 

 

 

두 번째 소품집 이야기 O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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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은 독특하게 포토 버전과 에세이 버전으로 나누어서 발매를 했다. 에세이 버전에는 각 곡마다 종현이 직접 작성한 에세이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에세이와 함께 곡을 듣는다면 곡에 담긴 그의 내밀한 감정을 이해하는 데에 더욱 도움이 된다.

 

 

Track5. 눈싸움



Lyrics by 김종현

Composed by 김종현 / 소진 / 이나일

Arranged by 김종현 / 소진 / 이나일


종현은 가장 노골적인 스킨쉽을 ‘눈맞춤’이라고 이야기한다. 스킨쉽은 말 그대로 피부의 접촉에 의한 애정의 교류를 뜻하는 말인데, 종현은 단순히 피부의 접촉을 넘어 스킨쉽의 영역을 눈맞춤을 통한 영혼의 접촉까지도 확장시킨다.


흔히 눈은 영혼의 창이라고 한다. 인간의 육체는 모두 피부라는 겉 껍질에 막혀 있지만, 유일하게 피부에 덮여 있지 않은 곳이 ‘눈’이라는 점에서 눈은 한 인간의 영혼에 들어갈 수 있는 창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은 육체를 뛰어넘은 영혼의 만남이다. 그렇기에 그는 눈맞춤을 가장 노골적인 스킨쉽이라 말한 것일지 모른다.

 


난 가끔씩 잠들기 두려울 때가 있죠

혹시 딴 세상에서 눈을 뜰까 봐

멍청한 고민도 해요


 

이러한 로맨티시즘은 재즈라는 장르를 만나 더욱 강렬하게 느껴진다. 그의 소설 <산하엽: 흘러간 놓아준 것들>에서 '빌어먹을 로맨티스트'라는 말이 등장한다. 이 노래를 통해 이 '빌어먹을 로맨티스트'가 부르는 사랑은 어떤 형태인지 느껴보길 바란다.

 

 

 

정규 2집 [Poet |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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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 3. 와플(#Hashtag)



Lyrics by 김종현

Composed by 김종현 / 소진 / IMLAY

Arranged by 김종현 / 소진 / IMLAY

 

인터넷의 발달이 낳은 가장 큰 폐해인 악플은 사이버 범죄의 일종으로 누군가에게 인터넷상에서 누군가에게 악의적인 비방을 올리는 것을 뜻한다. 누구나 악플의 타깃이 될 수 있지만,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흔히 악플러들의 타깃이 되고는 한다. 비유와 언어의 천재답게, 종현은 악플을 와플에 비유하며 비판한다.



와플 먹어

십자가 네 개 붙어있어 맹신해

Yes #Hashtag


 

악플과 와플은 언어적인 유사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SNS에서 사용하는 기호인 #(해시태그)의 모양이 와플의 모양과 비슷하다. 해쉬태그(#)의 모양이 십자가가 네 개 붙어있는 모양이라고 말을 하는 그의 시선은 굉장히 독특하다. 이렇듯 그는 이런 악플 문화를 한 번 꼬아 시니컬한 어조로 비판한다.


'내 친구의 사촌의 선배의 친구의 사돈이 봤대' '다 뒤집고 엎고 치고 아수라 난장판 내놨대' 라는 가사는 악플러들이 떠들고 다니는 이야기들이 정말 신빙성 없는 이야기라는 사실을 조금은 재밌게 풀어낸다. 이처럼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는 재치를 잃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이지 리스닝의 곡으로 풀어냄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 기형적인 악플 문화에 대해 성찰할 수 있도록 한다.

 

 

Track 11. 우린 봄이 오기 전에



Lyrics by 김종현

Composed by 김종현 / 소진 

Arranged by 김종현 / 소진 

 

그는 두 번째 소품집 에세이에서 그에게 겨울이란 '고됨을 절정으로 느끼되, 희망을 꿈꾸는 계절'이라고 설명하며 그 스스로가 '겨울'이 되었다고 말한다. 겨울인 그에게 봄이 온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내 눈물 내 슬픔 잊고 

내게도 봄이 오면 그땐 그땐 그땐


 

많은 이에게 봄을 선물해 준 그에게도 비로소 봄이 찾아왔길 빌며 이 글을 마친다.

 

그가 남긴 수많은 이야기들 덕분에 오늘도 그렇게 춥지만은 않은 날이다.

 


[이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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