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가 선택한 성별을 후회합니다_ 연극 "후회하는 자들"

글 입력 2019.12.17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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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장밋빛 인생>의 주인공 루도빅은 여자가 되고 싶어한다. 하느님이 자기에게 XX를 주었어야 했는데 실수로 벽난로를 통해 Y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여자아이의 옷을 좋아하고 인형 놀이를 즐겨한다. 같은 초등학교에 짝사랑하는 남자애도 있다. 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 7살 루도빅. 만약 60세가 된다면 과연 자신의 성별에 대해 바라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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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산수유 제공(사진 이은경)

 


연극 <후회하는 자들>은 성전환 수술로 타고난 성별을 바꾼 두 사람(미카엘,올란도)이 60대가 되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다. 성전환 이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성 정체성에 관한 생각과 후회에 대해 말한다. 그들은 성전환을 하면 모든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뀔 것이라 예상했다. 삶은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그들이 원했던 장밋빛 인생은 아니었다. 적어도 올란도가 처음 성전환을 결심하게 했던 아름답고 부잣집 남자와 결혼까지 한 유명 트랜스 젠더의 삶은 아니었다.

 

미카엘과 올란도는 각자 자기만의 이유로 성전환을 결심한다. 공통으로 그들은 여성이 되면 자신의 삶이 더 편해질 것 같아서, 자신의 겉모습이 흔히 ‘남자답지 못해서’ 아예 여성이 되면 더 나아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인생은 그러지 않았다. 남성이었을 때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 여겼다. 여성이 되니 그것은 더 맞지 않은 옷이었다. 결국 올란도 다시 남성으로 돌아가는 성전환 수술을 했고 미카엘은 그 수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후회하는 자들>은 성 정체성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했다. 그동안 일련의 사건들이나 사회적인 이슈를 통해 사회적 역할이라고 불리는 젠더는 허상이라고 느껴왔다. 그러나 그 어떤 때보다, 이 연극을 본 후처럼 가장 크게 허무하게 느껴졌던 적이 없었다. 결국 등장인물들이 성전환했던 이유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 여성에 대한 잘못된 편견, 여자 옷이 좋아서 등 결국 사회적인 이유와 떨어질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들이 극 중에서 말했던 것처럼 오히려 여성들이 흔히 사회적으로 말하는 여성스러운 옷을 많이 입지 않는다. 결국 그들이 생각했던 여성들조차 상상 속의 여성들, 혹은 소수의 여성의 이미지였다.

 

결국 성 역할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허무하고 아무것도 아닌지 알 수 있었다. 극 중에서 가장 마지막 극 중 인물인 올란도의 말이 기억이 남는다. 올란도는 미카엘이 성기 복원술을 다시 받고 싶다고 했을 때 올란도는 그저 허울뿐이고 아무런 효과도 없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미카엘은 다시 꼭 받고 싶다고 말한다. 그것이 있어야 자신이 남성처럼 느껴질 것만 같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결국 남성이라고 느끼는 것은, 여성이라고 느끼는 것은 성기의 유무 차이일까? 물론 그것으로 생물학적으로 두 성별로 나뉜다. 그러나 그것으로 사회적인 역할까지 달라지는 것은, 불합리하고 의미 없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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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산수유 제공(사진_이은경)

 


연극은 여성 차별 문제 또한 다뤘다. 그러나 극 중 인물들이 60년대, 8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굉장히 답답하기도 했다. 지금도 여자와 남자의 역할에 많이 나누지만 그 시절에는 더 많이 나누었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미치는 영향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을 모두 제치고서라도 여성 문제에 있어서 결국 이 사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생물학적 남성이라는 생각에 무력감이 들기도 했다.

 

예를 들어 시청에서 행정 업무를 해야 할 때, 그들이 여성으로 직원에게 다가갔을 경우 계속 기다리라고 말한다. 그러나 남자로 가면 기다림 없이 바로 처리해주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이런 이유들 또한 그들이 다시 성전환을 하게 되는 계기 중 하나가 되었다. 결국, 이런 것들에서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들은 성전환을 했다고 해도, 죽을 수도 있는 수술을 한다고 해도 결국 성별을 선택하고 다시 기득권자로서 돌아갈 수 있는 것 같았다.

 

이는 성전환 후의 성별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적어도 1n 년 이상 남성으로 살아왔다. 미카엘은 남성으로 살 때 많은 자신의 학교 친구들이 계집애 같다고 놀렸어도 결국 오랜 시간 남성으로 살아왔다. 그곳에서 정체화해온 삶이 결국 남성으로서의 기득권을 더 강화했으며 오히려 성별이 바뀌었어도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정 성별을 바꾼다의 문제가 아니었다. 철저히 ‘선천적 성별이 남성’인 경우만이 사회에서 기득권이 된다는 것을 확인받은 느낌이라 더욱 씁쓸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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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영화 <나의 장밋빛 인생>의 루도빅 또한 젠더 역할에 대한 선망이 결국 생물학적 성별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루도빅은 여성의 옷을 입는 것을 시작하다가 점점 여성이 생리하는 것까지 부러워하고 자신도 보름달이 떴다고 믿는다. 만약 생물학적 성별로 역할이 나누어지지 않는 사회였다면 결국 이 모든 것, 성 역할에 대한 고민은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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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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