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배 째지게 웃고 가세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공연]

호탕한 웃음, 다섯 배우의 열연
글 입력 2019.12.1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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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에게 배운 것


 

나는 프리뷰에서 ‘연극을 본 후,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묻는 질문에 나는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라고 궁금해했었다.


지금의 나의 대답은 이렇다. 「내게 일어난 일들은, 어차피 일어날 일들이었다고 생각하자」고. 나는 알란에게 인생을 쿨하게 살면서, 두려움은 조금 덜어낼 수 있는 마음가짐을 배웠다. 알란의 저 대사가 배우의 입에서 터져 나온 순간, 내 마음에 확 꽂히는 것만 같았다.


당시, 나는 생각지 못하게 터진 기분 나쁜 일로 인해 얼굴엔 썩은 미소가 가득 띄워져 있었고, 그 상황 자체를 후회하고 실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 대사가 마치 내게 하는 말 같아서, 대사를 속으로 한 번 더 되뇌었다. 그래, 어차피 일어날 일들이었어. 꽤 괜찮아졌다. 아니, 금세 평온해졌다. 정말. 마치 내 인생이라는 대본 안의 상황을 레디, 액션. 컷! 하고 찍어낸 일인 것처럼 아무렇지 않아졌다. 내 기억에 오래 남아 나를 일으키는 문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삶은 선택하기 나름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그 선택마저도 운명이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나는 기분 좋은 일에는 전자를 택하고, 언짢은 일에는 후자를 택한다. 알란은 후자의 인생을 모토로, 참 대범하고 순간순간을 어떻게든 살아 내오며 다부진 인생을 살았던 것 같다. 100세까지의 삶까지도, 그 이후의 삶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타고 타고 계속 이어졌다. 쭉.


알란의 인생 여정은 생각의 물꼬를 트게 해주었다. 어떻게든, 죽기 전까지 인생은 계속되는구나. 인생이 뭘까. 그 끝의 나의 대답은 이것이었다. 내겐 매번 똑같은 결론이지만, 자주 잊고 사는 것 같아 한 번 더 써본다. 휘명아. 그냥, 하고픈 거 하고 살다가, 스스로와 멀어지지 않고, 적당히 즐기다가 살자. 너무 몰두하다 매몰되진 말고.


알란은 그때 당시의 선택에 집중하고, 때로는 운명이 나를 이끄는 대로 그렇게, 오늘을 즐기며 살아온 노인이었다. “우리에게 내일이 있으리란 보장이 없어.”라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그는 현실과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사람이었다. 카르페 디엠. 그처럼 살고 싶어라.


 

 

연극의 멋진 구성



대단했다. 이름표 하나를 바꾸면서 일인 다역을 한다는 것, 역할마다 목소리와 연기를 다르게 한다는 것, 배우들이 120분 동안 내일이 없는 것처럼 성실히 최선을 다해 열연한다는 것, 단 다섯 명의 인원으로 무대를 꽉 채울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익숙하지 않을 거라 여겨졌던 젠더 프리 캐스팅은 생각 외로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그가 그녀가 되고, 그녀가 그가 되는 구성이 내게 큰 혼란으로 다가오지 않음에 묘한 감정을 느꼈다. A는 B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내게 유연한 사고를 선물해 주었고, 내 눈을 바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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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같은 재미



내게 날아온 웃음 포인트 두 가지를 소개한다. 이 장면들은, 내가 해당 대사 이후에도 혼자서 킬킬거리느라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게 만든 포인트들이었다.


첫째는, 의태어를 말로 하는 장면이었다. 알란이 마오쩌둥의 아내 장칭을 구하기 전, 장칭을 감시하던 문지기들(알란2, 4역의 배우 이형훈, 배우 임진아)은 장칭을 농락한다. 그 모습을 단순 묘사하자면, 사다리에 매달려 두 배우가 ‘속닥~! 속닥~!, 소곤~! 소곤~!’이라는 말을 직접 하며 그네 타듯, 취권을 추는 듯한 연기를 선보인다. 두 배우가 노닥거리는 그 장면이 너무 생동감 있게 전해져 한동안 끅끅거렸다.


두 번째는 양동이의 웃음소리이다. 까마귀 소리 같은 깍, 깍 소리에 베니는 ‘어디서 까마귀 소리가 들린다.’며 맞받아친다. 그렇게 하길 세 번쯤 지났을까, 대사 순서 이외에 한 번 더 베니의 대사가 이어졌는지, 양동이 역할을 맡은 배우 임진아의 페이스가 순간 흐트러져 너털웃음으로 말 끊지 말라고 소리 지를 때가 있었다. 대본에는 나와 있지 않은 애드립 느낌이 물씬 풍겨 의도치 않은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런 느낌이었다. 가끔 드라마나 영화 안에서도 배우의 현실 웃음이나 애드립이 담기는 경우가 있는데, 극 중 캐릭터가 아닌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져 마음 따뜻해지며 ‘저건 진짜 웃음이다’ 생각하면서 같이 웃게 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 외에도 알란2 역의 배우가 한껏 춤을 추고 자리에 주저앉은 배우들을 보며 ‘왜, 힘들어?’라고 현실 톤으로 물어 상대 배우를 너털웃음 짓게 만드는 등 순간의 폭소를 일으키는 게 군데군데 심어있어, 그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아무래도 긴 러닝타임을 이끄는 배우에게서 느낄 수 있는 진솔한 감정이어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


감동과 재미에 더해 알란이 전하는 메시지는 2019년의 막바지인 지금, 모두에게 즐겁게 닿을 것이다. 날짜마다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느끼는 것 또한 재미있을 것이기에, 현실을 살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알란들의 숨 가쁜 여정에 함께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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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휘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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