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으로 내 마음을 돌아본다 - 그림 처방전 [도서]

글 입력 2019.12.09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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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비추는 그림


 

또렷한 이유 없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그림이 있다. 미술관에서 전시를 관람하다가, 또는 서점과 같은 곳에서 우연히 본 그림은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며칠이 지나고도 계속 마음에 남기도 한다. 결국 인터넷이나 관련 서적을 통해 그림에 대해 찾아보고 더 많은 비하인드스토리를 알게 되면 곧이어 이런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쩌면 내가 이런 상황이어서 또는 이런 마음이어서 그 작품에 끌렸었구나, 하고 말이다.

 

일상에서도 이렇게 그림으로 마음을 돌아볼 수 있어서일까. 심리적으로 힘든 순간을 겪을 때의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미술을 이용한 치료법도 존재한다. 미술치료는 약물과 같이 직접적으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지만 환자가 능동적으로 치유에 참여해 심리적인 부분의 호전이 결국 몸의 치유로까지 이어지는 효과를 기대하는 방식이다. 특히, 성인만큼 의사 표시가 어려운 아이들의 경우 미술치료가 환자의 심리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림 처방전”의 저자는 트라우마 전문가이자 미술치료계의 최고 권위자이며 국가적 재난 및 참사의 현장에서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을 위해 미술치료 트라우마 심리지원 활동을 펼쳤다고 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미술치료는 직접 창작을 하거나 좋은 예술품을 감상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바라보는 두 가지로 나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경우, 후자의 케이스로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마음 상태 또는 고민을 마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랑, 고민, 슬픔, 그리고 다시 살아가기 위해서

 

책은 총 55점의 그림을 각 주제에 맞춰 4장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첫 장에서는 사랑을 시작하는, 사랑으로 인해 즐겁고 밝은 듯한 장면의 그림이 이어진다. 이와 함께 저자는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이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의 심리를 분석하며 그에 맞는 조언을 건넨다.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끼는 이에게는 감정에 충실하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한다. 지치고 불안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에게는 후회 없이 앞으로 나아가라고 조언하면서도 저자는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고,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1장의 소제목은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해”이다.
 
 

vanity.jpg

오귀스트 톨무슈, <허영(Vanity)>

 
             

 

그림을 충분히 바라보았다면 이제 거울 속 자신과 마주하세요. 수동적으로 타인의 애정과 관심을 기다리는 것을 넘어 당신 자신을 사랑하고 당신만의 아름다움을 찾으세요.

 

- 48쪽

 

 
2장에서 등장하는 그림들은 앞에서의 것들과다른 분위기이다. 소제목인 “가라앉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에 부합하듯이 그림은 평화로운 풍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그 안에 있는 인물들은 드러내려 하지 않지만 마음속 깊은 고뇌를 숨기지 못한다.
 
누군가에 대한 기다림으로, 사랑의 끝맺음에 대한 고민으로, 또는 지나간 인연에 대한 미련과 회한 등으로 인한 그림 속 인물들의 고뇌는 결국 우리 모두가 겪는 것들이다. 저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같은 이야기를 경험하고 있을 독자에게 말한다. 어떤 경우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잃지 말라고,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하라고.
 

 

나의 존귀함을 알고 나 자신을 용서하세요. 나를 사랑하는 일. 이것이 자유로움을 주는 가장 큰 힘입니다.

 

- 148쪽

 

 
살면서 무언가에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그 노력이 항상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나의 노력과 바람과는 정반대인 쓰라린 끝맺음으로 막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럴 때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에 가득한 슬픔은 이성적 판단을 덮기도 한다.
 
3장에서는 사랑의 상실로 인한 괴로움과 공허함을 표현하는 그림을 소개하며 저자는 이러한 순간에서 슬픔을 이겨내기 위한 여러 조언을 건넨다. 혼자서만 감내하지 말고, 다른 일에도 일부러 집중해보며 무엇보다도 슬픔이 자신을 집어삼키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모두 마음에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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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 <공원(The Park)>

 

 

‘색채’는 몸을 다스리고 마음을 움직이는 데 힘이 있습니다. 초록색은 편안함과 균형의 상징이자 마음에 안정을 주는 색입니다. 마음을 고요하고 차분하게 해 주는 색감으로 가득 찬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거에요.

 

- 208쪽


 
사랑은 그 시작과는 너무 다른 결말로 막을 내렸다.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르게 현실의 삶은 계속 이어진다. 다시 사랑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우리를 찾을 것이다. 슬픔에서 벗어나기까지 참 고되었건만, 또다시 이 감정의 순환을 겪어야 한다는 생각은 우리를 지치게 한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사랑이 끝난 이들을 위한 조언을 계속 이어간다. 과거의 것은 그대로 두고 마음을 정리하며, 좋은 기억을 우선으로 두기를, 그리고 다시 자존감을 지키며 현재를 즐겁게 살아가라고. 사랑뿐만이 아닌, 실패를 겪고 다시 도전하려는 이들에게도 따스히 전해질 말들이다.
 
 
나를 되돌아보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해요. 그 시간을 통해 좀 더 성숙해지기를, 다가올 사랑을 잘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231쪽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한 지침서

 

각 주제에 맞는 다양한 그림과 함께 저자는 따뜻한 어조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에 대한 이야기와 심리 상태에 대한 지식을 풀어가면서 독자에게 조언을 건넨다. 책을 읽고 있으면 꼭 따뜻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편안하게 상담을 받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가까운 사람에게도 마음을 터놓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정의하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억지로 해결하려 애쓰기보다 차분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저자의 말처럼, 그림에는 정답이 없으며 그저 내가 느끼는 대로, 내 생각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니 찬찬히 책을 읽다 보면 나를 되돌아보며, 내가 나아가야 할 나만의 정답을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림처방전_표1띠지.jpg

 
 
그림 처방전
- 나는 왜 이 그림에 눈길이 머무는 걸까? -


 
지은이
김선현


출판사 : 블랙피쉬


분야
인문>심리


규격
150*210mm


쪽 수 : 264쪽


발행일
2019년 11월 06일


정가 : 17,500원


ISBN
978-89-6833-234-0 (03180)
 
 

문화리뷰단_강지예.jpg

 

 

[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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