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칸이 공감한 한국사회의 현실 [영화]

글 입력 2019.06.2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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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에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생충', 대한민국 영화계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일으킨 역사적인 영화다. 올해로 72회를 맞은 칸 영화제에서 무려 대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볼 때마다 매번 특유의 분위기와 감정에 사로잡히는데, 그의 그러한 영화 외길 인생이 비로소 인정받았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한시도 기다릴 수 없어 개봉 당일 아침 일찍 영화관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고, 영화를 본 후엔 다른 어떤 이유들보다도, 무리하게 그려낸 한국 사회의 현실에 칸도 공감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사실 '봉준호 감독'이란 편견을 버리고,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란 타이틀을 떼놓고 본다면 과연 어떤 작품성을 가진 영화일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그러나 편견과 타이틀 역시 영화의 분위기를 구성하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절대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 지금의 생각이다.


영화 '기생충'의 줄거리와 해석, 그리고 작품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들이 너무나도 많기에, '기생충'의 후기를 작성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약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뚜렷이 각인된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수많은 심볼 장면 중 지극히 주관적으로 뽑은, 최고의 심볼 장면에 대해서 말이다.



박서준.jpg
 

배우 박서준이 열연한 '민혁'은 자세히 묘사되진 않았지만 꽤 괜찮은 집안에서 자라 일류 대학을 나오고, 많은 것들에 당당한 대학생이다. 그에 비해 '기우'는 1층 사람들의 와이파이를 훔쳐 쓰는, 반지하에 사는 백수 청년이다.

'기우'에게 '민혁'은 자신이 하던 부잣집 고액 과외 알바를 넘겨주며 이렇게 말한다.


"나 지금 진지하다."


유학 때문에 좋아하던 과외 학생 '다혜'와의 이별을 앞에 두고, 그나마 믿을 만한 친구인 '기우'에게 그 학생의 과외를 맡기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것이다.


그렇게 친구 '민혁'의 추천으로 '다혜'의 과외 선생님을 맡게 된 '기우'는 '진지하다'는 친구의 고백에도 불구하고 '다혜'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곤 '다혜'와의 관계를 묻는 가족들의 질문에 '기우'는 이렇게 답한다.


"나 지금 진지해요."



기우 다혜.jpg
 


'기우'가 '다혜'의 집에서 보였던 모든 행동들이 거짓되었다.


그러나 사랑만큼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진실되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지하다'라는 그 말이 그렇게까지 가볍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그저 닮고 싶은 친구, 되고 싶은 대학생인 '민혁'이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 한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시작부터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그에게 '진지하다'라는 진심이 들어있을 리 없다는 편견 때문이었을까.


영화가 이 대사에 어떠한 심볼을 넣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거의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장면이 뚜렷이 기억남는 것을 보면, 영화가 심볼을 심어놓지 않은 장면 속에서도, 말하자면 의도하지 않은 장면 속에서도 관객들로 하여금 심볼을 찾게 만드는 영화의 매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생충'에 여실히 드러난 한국사회의 단면들이, 칸의 공감과 관객의 발걸음으로 비로소 정육면체가 되었다. 각기 다른 면들이 모여 만들어진 정육면체처럼, 다양한 생각과 매력이 공존하는 '기생충'으로 수많은 생각에 잠기기를 바라본다.
 




[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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