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그다드 카페 디렉터스 컷(Out of Rosenheim):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글 입력 2019.06.18 17:3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22E7134575BE4FE20.jpeg
 

<바그다드 카페>는 뜬금없이 웃기면서도, 1g의 연대감 같은 것이 느껴지는 영화다. 첫 장면은 남자와 여자가 노상 방뇨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무성영화를 보는 것 같은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 인물이 잘려서 보일 정도로 과도하게 틸트 된 화면, 뜬금없는 전환에 당황스러우면서도 영화를 계속 봤다.



일방통행



야스민은 남편과 싸우고 홧김에 자신의 짐을 챙겨 차에서 내린다. 브렌다는 한량 같은 남편의 태도에 화가 나 남편을 내쫓는다. 땀 범벅인 야스민이 도착한 곳은 눈물범벅인 브렌다가 운영하는 바그다드 주유소 카페, 모텔이다. 바그다드 카페에 둥지를 튼 야스민이 처음 한 일은 브렌다의 모든 미련과 추억이 덕지덕지 쌓여있는 바그다드 카페를 청소하는 것이었다.


타인에 의해 강제로 마음 정리를 당한 브렌다는 야스민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설상가상으로 브렌다의 아이들은 매일 소리를 지르는 자신의 엄마보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더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야스민의 곁으로 모인다. 야스민에 대한 브렌다의 불만은 여기에서 폭발한다. 한바탕 야스민에게 화를 쏟아낸 뒤 브렌다는 야스민에게 나가 달라고 요구한다. 그냥 이대로 살고 싶은 여성과 새 출발을 원하는 두 여성의 갈등이 화산처럼 폭발한다.



볼트와 너트



야스민은 모텔을 떠나는 대신 바그다드 카페로 다시 돌아온다. 영화는 브렌다가 어떻게 야스민을 믿게 되었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브렌다가 일방적으로 화를 표출한 뒤, 카페에 온 야스민을 브렌다가 받아주는 장면이 나올 뿐이다.


심지어 야스민이 카페에서 서빙하는 것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마치 불같이 싸우고 언제 그랬냐는 듯 "밥 먹었냐" 묻는 가족처럼. 브렌다는 야스민에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야스민은 그 안식처가 잘 돌아갈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두 여성은 바그다드 카페를 사람 온기가 가득한 곳으로 만들어놓는다. 두 여인이 마침내 하나의 팀이 되었을 때, 또 하나의 방해꾼이 나타난다. 비자 문제다. 야스민이 독일로 돌아가자 바그다드의 유명세도 시들해진다.




황야에 뿌리 내리기



0fbd139d5f4a6ad5f2c7c5fdc4f14b3a.jpg


어찌저찌하여 야스민은 바그다드 카페로 돌아오고 두 여인은 포옹을 한다. 흰 잠옷을 입은 야스민에게 마찬가지로 흰옷을 입은 루디가 야스민을 찾아온다. 그는 순진한 눈빛으로 "나와 결혼해주겠소?"라고 묻는다. 야스민은 "브렌다와 상의해볼게요"라고 답한다. 확대하여 해석하자면 야스민과 브렌다가 각각의 존재에서 가족보다 더 가까운, 하나의 자아가 되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야스민이 없는 바그다드 카페는 모래만 날리지만, 야스민이 온 뒤로는 사람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두 여인은 바그다드 카페에서 음식과 술, 그리고 마술을 팔며 아무것도 뿌리 내릴 수 없는 사막에서 뿌리를 내리며 살아갈 것이다.



[김나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