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쌍둥이의 홀로서기가 시작되었다. 연극 - 여전사의 섬

글 입력 2019.03.31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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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쌍둥이의 홀로서기가 시작되었다.
연극 <여전사의 섬>


"여전사의 섬으로 가는 그녀들"


[세종] 서울시극단_여전사의섬_단체.jpg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연극 <여전사의 섬>의 무대는 독특하다. 여러 층들이 계단 형식으로 차곡차곡 쌓여있다. 그리고 우리의 두 주인공들은 그 계단, 그 층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맨 밑바닥에서 평가받는다. 그 계단 위에 오른 여러 사람들에 의해서. 그들이 계단을 오르면 그들을 평가하는 이들은 더 높은 계단으로 이동한다. 그러한 평가의 굴레 속에서 쌍둥이 자매 지니와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본 연극은 쌍둥이 자매 지니와 하나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그렇다 보니 지나의 이야기, 하나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취업 준비생인 '지니'는 취업난에 고통받는다. 그리고 수많은 자소서들, 수많은 질문들을 받는다. 지니가 마음속에서 가장 불안해하던 것, 사라진 엄마의 이야기다. 흔히 자소서 문항에 자라온 환경을 묻는 문항들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나온 과거를 되돌아 현재의 나를 서술해야 하는데, 지니는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엄마의 부재가 날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아닐까 하고. 그러한 결핍에서 해방되고 싶었던, 듣지 못했던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시작점을 알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알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결혼을 준비하던 '하나'는 승무원이다. 승무원으로서의 사명감도 가득한, 그러나 비행 도중 발생한 사고에 테이저건을 발포하고, 그로 인해 징계를 받게 된다.

하나의 집안보다 우월했던 시댁은 폭력적인지 아닌지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고 하나에게 요구한다.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던 하나는 결혼 포기 선언을 한다. 그 후, 하나를 찾아와 용서를 빌던 남자친구는 마음을 돌리지 않는 하나의 목을 조른다.

지니와 하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을 계단 위, 높은 곳에서 그녀들을 내려다본다. 그녀들은 이미 그들에 의해 삶이 정해져 버린다.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카멜레온이 되겠다는 지니, 시댁에서 선물한 스카프를 싫어하면서도 매던 하나. 그녀들은 떠나간 엄마를 찾아가며 엄마가 어디로 갔을지에 대해 생각한다. '여전사의 섬'으로 간 엄마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다른 이들이 원하는 모습이던 그녀들이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들은 '여전사의 섬'으로 갈 수 있게 된다.

​지니와 하나의 엄마는 '여전사'였고, '여전사의 섬'으로 가기 위해 지니와 하나를 낳았다. 하지만 갈 수 없었고 오히려 그 사실에 좌절한다. 국제결혼으로 타지에 와서 살게 되며 외지인에 대한 차별, 자유롭지 못함을 느끼고 '여전사의 섬'으로 떠난 것이다. 나 자신이 그대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곳, 누군가의 평가에 인정받기 위해 그들이 만든 틀에 맞추는 자신이 아닌, 그저 자기 자신을 찾는 곳, 누군가의 시선이 나를 정의 내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의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곳, 먼 곳이면서도 가장 가까운 곳일지도 모르는 그런 '여전사의 섬' 말이다. 그곳을 발견하고 나서야 '지니'와 '하나'는 가장 높은 무대에 설 수 있게 된다.

'지니'는 카멜레온이 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하나'는 자신이 싫어한 스카프를 벗어던진다. 그녀들은 '여전사의 섬'에 도착했다. '여전사의 섬'은 특정 장소라고 볼 수 없다. 다만 도달해야 하는 곳이다. 우리 모두는 전사가 될 수 있다. 서양의 신화에서 가장 강력한 전사 집단인 '아마조네스'가 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으며, 같이 싸울 수도 있다. 그리고 홀로 설 수 있다.


[세종] 서울시극단_여전사의섬_지니(허진) 하나(김유민).jpg
 



역동적인 무대의 활용, 다듬어질 수 있다는 기대

뚜렷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인 만큼 작품 내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확실하게 다가왔다. 그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쌍둥이들의 이야기, 엄마의 이야기가 독립적이면서 동시에 벌어진다. 그러한 구성은 연출을 통해 확실히 눈에 확 들어온다.

더불어 무대 자체가 계단 형식의 독특한 구성이기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관객석에서 등장하거나 무대 위 의자에서 내려다보는 등 배우들 간의 여러 동선을 활용하여, 수많은 경쟁, 평가들에 대해 표현한 것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1층, 2층인 극장 내부 자체를 활용하는 지점도 좋았다. 80분이라는 시간을 활기차게, 이야기에 계속 힘을 불어넣는 역동적인 연출이었다.

다만 본 연극에 많은 기대를 하고 간 터라 조금의 아쉬움은 남았다. 메시지가 뚜렷한 만큼, 주어진 상황 역시 그 갈등구조가 뚜렷했기에 관객인 입장에서 결정된 답을 보는 듯했다. 관객의 생각으로 본 연극이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과거 이야기의 진행이 '이야기를 듣는 것'이어서, 좀 더 쌍둥이들이 주도적으로 엄마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면 좋았을 것 같다.

이제 막 초연을 마친 작품인 만큼 앞으로 더 발전되어 '여전사의 섬'으로 가는 쌍둥이의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란다.


[세종] 서울시극단_여전사의섬_엄마(김원정).jpg
 


고혜원.jpg
 

[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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