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스 슬로운>: 로비스트 슬로운 이야기 [영화]

글 입력 2019.01.1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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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모두 좋은 영화가 아니듯, 좋은 영화가 반드시 흥행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좋은 영화가 흥행하지 못하면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미스 슬로운>을 보고 난 후, 나에겐 이 아쉬움이 감돌았다. 이 영화가 지닌 매력에 비해 이 매력을 아는 사람들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좋은 건 같이 보는 거(?)라고 했으므로 내가 이 영화에 느낀 매력을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것도 이 글도 모두 나의 주관적인 생각임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흥미로운 영화의 소재: 로비스트&총기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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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슬로운>의 주인공 슬로운(제시카 차스테인)의 직업은 조금 특별하다. 특히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에게는 더더욱. 그 이유는 바로 그가 특정 조직의 이익을 위해 입법 과정에 공작을 벌이는 사람, 즉 ‘로비스트’이기 때문이다. 로비스트는 로비활동을 법적으로 제재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직업이지만, 미국에서는 합법적인 직업으로 입법 과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로비스트인 슬로운을 통해 로비스트가 어떤 직업이며 어떤 일을 하는지 면면히 보여준다. 이를 통해 엿보는 낯선 로비스트의 세계는 꽤 흥미진진하다. 로비스트들은 자신이 맡은 일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협박, 회유, 뒷거래 등 다양한 수단을 치밀하고 은밀하게 시행한다. 미국 정치계에서 벌어지는 엘리트들의 피 튀기는 두뇌 싸움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과 짜릿함을 선사한다.

 

이 영화는 로비스트들의 세계에 총기 규제 문제를 더하며 극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린다. 총기 규제 문제는 실제로 미국에서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이 되는 사회적 이슈이다. 모두 알다시피 미국은 총기가 허용되는 나라인데, 총기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매년 적지 않게 일어나니 당연한 일이다. 혹자는 당장 총기 소지를 금지하면 되는 거 아니냐 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총기 소지 문제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역사, 문화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엮여 있는 사항이라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는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슬로운은 총기 규제 강화 법안인 히튼-해리슨 법안을 통과시키는 임무를 맡고 이를 위해 반대측과 첨예한 대립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총기 규제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과 이해관계 보는 것은 하나의 관점 포인트가 된다.

 



미스 슬로운(1) - 먼치킨 여자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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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슬로운>은 여자주인공 원톱 영화이다. 할리우드, 국내 가릴 것 없이 모두 영화판에서 여자주인공 원톱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가치가 있다. 더군다나 이 영화는 정치 관련 영화이다. 그간 정치 관련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는 주로 남성 캐릭터의 배우자 혹은 조력자 정도로 소모된 것을 고려할 때 더욱 의의가 있다.

 

그뿐만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더욱 박수를 보내고 싶은 이유는 ‘슬로운’이란 캐릭터 자체도 상당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슬로운은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혹한 승부사이다. 그 때문에 독단적이고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슬로운이지만, 그럼에도 그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에 있다. 한마디로 슬로운은 먼치킨 캐릭터이다.


그는 무려 승률 100%를 자랑하는 로비스트이며 그 경력에 걸맞은 능력, 특히 남다른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모든 수를 상대보다 앞서 보고 승리를 위한 설계를 한다. 그의 이런 설계에 그의 경쟁 로비스트는 속절없이 당하고 마는데 그것은 관객도 예외는 아니다. 이에 관객은 감탄을 넘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로비의 핵심은 통찰력이에요. 상대방의 움직임을 예측한 후 대책을 강구해야하죠. 승자는 상대보다 한발자국 앞서서 회심의 한방을 상대보다 먼저 날려야 해요. 상대를 놀라게 만들되 상대에게 놀라선 안 돼요.


<슬로운 대사 일부>


이걸 누구보다 잘하는 사람이

바로 슬로운이다.

 


또한, 슬로운은 이런 빈틈없는 모습 뒤에 불완전한 면을 드러내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누구보다 강인해 보이는 그이지만, 사실 그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깨어있기 위해 정신 각성제를 수시로 복용한다. 또한, 그에게는 그를 따뜻하게 맞아줄 가족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성관계도 돈으로 사서 한다. 이렇게 그는 자신의 빛나는 커리어를 위해 휴식, 사랑과 같은 평범한 행복을 모두 포기한다.


이런 그의 결핍된 삶은 슬로운이라는 캐릭터에 인간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그의 성공과 재능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승률 100%라는 이 믿기지 않는 경력은 주인공이기에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닌,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고 얻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미스 슬로운(2) - 신념 있는 로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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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화에서 슬로운은 신념 있는 로비스트로 표현된다. 그는 영화에서 크게 두 가지 신념을 드러낸다. 첫째, 로비스트로서 맡은 임무는 이긴다. 두 번째, 총기는 규제 강화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신념을 가지고 그는 모두가 질 것이라고 말하는 총기 규제 찬성 측에 선다. 항상 승리를 위해 달려왔던 그이기에 그의 이런 선택이 선뜻 이해가 가진 않는다.


그의 동료도 마찬가지였는지 그에게 혹시 총기 사고와 관련된 개인사가 있는지 물어본다. 그러나 그에게 총기 사고와 관련된 개인사는 없다. 그는 그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따라 행동했을 뿐이다.

 

여기까지는 참 좋다. 그가 꽤 괜찮은 사람같고 멋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오래가지 않는데, 슬로운의 신념을 지키는 방식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윤리적인 선을 기꺼이 넘는다. 불법사찰은 기본이고 심지어 그는 동료의 개인사를 본인의 동의도 없이 터트려 승리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신념을 지켜낸다. 슬로운은 본인이 믿는 '선'을 추구하기 위해 '악'을 사용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선과 악이 모호한 행동은 관객에게 이런 질문을 남긴다. 옳은 것을 위해서라면 그 수단이 무엇이든 정당화될 수 있는가? 용인될 수 있는 선은 어디까지인가.




 


흥미로운 영화의 소재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와 함께하니 <미스 슬로운>을 만난 132분은 전혀 아까운 시간이 아니었다. 문득문득 승리를 위해 모든 걸 내던지던 슬로운이 생각날 것 같다.





[정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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