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기타]

내 인생, 찬란하지 않으면 좀 어때.
글 입력 2018.11.19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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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그러니까 새로운 학기가 막 시작될 즈음의 나는 매우 위태로웠다. 취직이 보장되지 않는 어문계열의 특성상 친구들은 하나 둘 편입을 준비하고, 복수전공을 준비하며 내 곁을 떠났다. ‘나도 뭐라도 준비할걸.’하는 후회와 함께 나만 낙오됐다는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저 내 전공을 좋아하면서 살았을 뿐인데 ‘나는 뭘 먹고살아야 하지?’ 하는 현실적인 의문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내가 나를 몰랐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심을 주지 않으니 내가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은 건지조차도 몰랐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며 ‘오늘도 일어나버렸구나.’하는 절망과 함께 하루하루를 보내던 도중 내 인생의 사건이 하나 생겼다. 그건, 정말이지 어이없게도, 웹툰을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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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찬란하지않아도 괜찮아



지독한 가난과 가정폭력 속에서 살아온 주인공 ‘찬란’은 어릴 때부터 꿈이란 것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내는것이 인생의 전부인 그녀에겐 특별한 욕심도, 원하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히 감정 따위를 느껴본 적도 없다. 특별히 기쁜 경험도, 특별히 나쁜 경험도 없이 지속된 가정폭력도 익숙해져서 무디게 견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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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네이버 웹툰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감정을 배우고, 사람을 배우다.



그러던 그녀가 우연히 학교 연극부의 배우로 들어가게 되면서 그녀의 인생은 180도 변화한다. 연기를 통해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함을 배우고, 마냥 사랑받으며 자랐을 것만 같은 그들에게도 실은 저마다의 아픔과 외로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찬란이가 연기를하며 배운 것은 연기를 잘 하는법이 아닌, 연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사건과 일화, 그 한가운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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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네이버 웹툰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런 좋은 일도 있었네.’하고 마는 것은 일화, 내 내면에 잠재해있던 무언가를 발견하고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것이 사건. 사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건 내 인생의 사건이었어.’라고 말한 만한 일은 매우 드물게 일어난다. 얼마 전에 봤던 영화가, 새로 시작한 공부가, 맛있게 먹은 한 끼 식사가 나에게 새로운 즐거움은 선사해줄지언정 내 마음을 변화시키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이 웹툰을 본 것은 나에게 있어서 사건이었다




내 인생, 찬란하지 않으면좀 어때.



이 웹툰을 접했던 당시의 나는 주인공이었다.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없이, 감정 표현도 절제하면서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 나 아닌 사람들은 전부 다 잘만 살고 있다고 느끼던 무렵 이 웹툰은 내게 ‘사람 사는 것은 각기 다 다르지만, 비슷한 점도 많아. 그건 바로 저마다의 고충이 있다는 거지. 그건 그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 보기 전까지는 결코 알 수 없단다.’라고 말을 걸었다.


내 인생이 그다지 눈부시지 않는다 해서 그게 뭐 큰 대수란 말인가. 내가 원하는 대로 소신껏 살아가면 찬란하진 않을지언정 밝게 빛날 수는 있을 텐데.




마음의 짐을 내려놓다.



‘나는 꼭 이런 일을 할 거예요!’라고 내세울 만한 무언가가 없다. 나를 가장 우울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였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작 이런 생각으로 압박감에 시달리느라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생각해 볼 틈이 없었다. 오히려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은 사람인데,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꼬집어 말할 수 없을 뿐인데.


조금은 뻔뻔해지기로 했다. 더불어 조금은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나는 아직 젊으니까. 꼭 지금 당장 하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은 일이 있어야 하나?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연결 짓다 보면 내 길이 보이지 않을까. 좋아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며 오늘 하루에 충실하라. 그렇게 하루하루 나를 찾아가라. 웹툰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를 통해 내가 얻은 깨달음이다. 이런 깨달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내게 이 웹툰은 명백한 ‘사건’이었다.



[유다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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