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역 출판, 지역과 책을 잇다 < 수원한국지역도서전 2018 > [문화 공간]

지역 출판의 가능성을 발견하다
글 입력 2018.09.21 22:0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9월 6일~ 10일 수원에서 ‘제 2회 한국지역도서전’이 개최되었다. 제 1회 도서전은 제주도에서 열렸다고 한다. ‘지역 출판’이라는 생소한 주제로 도서전이 열리지만, 한편으로는 기대되었다. 내가 알지 못하고 있는 출판물들이 있을까, 도서전에서 어떤 행사가 열릴까 무척 궁금했다.

집에서 나와 20분 버스를 타고, 40분 지하철을 타고 수원역에 도착해서 버스 타고 행궁 광장에 도착했다. 가는 동안에도 불평하면서 갔다. ‘왜 나는 수원에서 안 살까. 서울이 아니라 수원에서나마 살았다면 고생해서 수원에 안 가도 되는데….’ 어디를 가든지 불만이었다. 왜 나는 서울에서 먼 평택에서 살까. 다른 지역으로 가려면 하루를 다 까먹는 그런 곳에 살까.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지. 이 생각만 하루에도 수십 번이다. 예전부터 내가 사는 곳을 별로 안 좋아했다. 그래서 빨리 벗어나려는 생각만 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던 나에게 이번 도서전은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크기변환_꾸미기_11.jpg
 


행궁 광장 넓은 곳에서 여러 부스가 줄지어 있었다. 지역에서 서점 또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그리고 제주도까지‥‥ 여러 지역에서 각자의 특색을 내세운 출판물을 가지고 왔다. 원래 지역출판에 관심이 별로 없었다. 한 지역에 특별히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역사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지역 출판’이라는 건 재미없고, 지루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수원 도서전을 갔다 오면서 지역 출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지역 출판이라는 건 평범하지만, 특별했다. 지역에 사는 사람에게는 평범한 것들이지만, 지역 외 사람에게는 특별하다는 것이다. 평소 알고 있는 출판사는 지역을 다루는 책은 별로 없다. 기껏해야 여행 에세이나, 역사에 관한 책들이 지역성을 띠지만, 겉핥기로 다룰 뿐이다. 지역출판은 그 한계를 뛰어넘는다. 지역출판은 그들의 지역성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지역성에 전문성을 더한다. 예를 들어, 제주도 출판물은 4.3 사건을 다루는 책들이 많았다. 흔히 제주도 지역 외의 사람은 4.3사건을 외부인(직접 겪지 않은 사람의 의미)의 입장에서 그저 ‘역사적 사건’으로 생각하고 기록한다.


하지만, 지역출판의 경우 하나의 사건을 당사자의 입장에서 전달하려고 한다. 당사자가 느낀 것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또한, 좋게만 포장하려고 하지 않고 민낯을 드러내기도 한다. 도서전에서 잠깐 본 책이 있었는데, 5.18 민주화 혁명에 관한 글이었다. 글을 쓴 사람은 맞서 싸운 사람이 아니라 도망친 사람의 이야기였다. 그 책을 보고는 정말, 누가 내 머리를 망치로 친 것처럼 놀랐다. 지금까지 본 책들은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는데, 도망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다니…. 아마 사람들은 이 사람을 비겁하다고 욕하겠지만,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이 이야기에 공감할 것이다.



크기변환_꾸미기_9.jpg
 


도서전에서는 특이하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책들, 행사가 이어졌다. 아버지 고향이 제주도라 책 선물을 하고 싶어서 제주도 지역 출판물을 주의 깊게 살펴봤다. 제주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둔 책도 있었고, 제주 4.3 사건을 다룬 책, 여행 에세이도 있었다. 그중에서 ‘제주콘텐츠그룹 재주상회’에서 발행한 계간지 iiin[인] 매거진이 인상 깊었다. 홍보 팜플렛처럼 옛날 디자인(?)으로 무작정 관광지를 소개하거나, 특산물이 좋다, 이렇다 할 거라 생각했는데, 다른 잡지처럼 세련된 디자인으로 젊은 층을 사로잡는다.


수제 맥주 지도, 디저트 빵집 소개 등 젊은 층이 필요한 정보를 소개하는 코너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제주 전통음식 만드는 법도 소개하는 등 젊은 층 이외에도 제주도에 향수를 지닌 사람들에게 이 잡지를 보면 제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안타깝게도 현장에서 구매할 수 없었다.



크기변환_꾸미기_5.jpg
 


내가 사는 경기도에서는 어떤 출판물이 있을까 살펴봤는데, 경기도는 수원 중심의 출판물 (TIME TRAVELERS, 지금 우린, 수원 등)이 전부였다. 경기도에서는 지역 출판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다른 지역보다 서울에 인접해있고, 특출난 지역성이 없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비해, 지역 출판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 같다.



크기변환_꾸미기_12.jpg
 


행궁광장 옆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나만의 책 만들기’ 부스,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책 놀이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책 놀이터에서 그림연극, 전래놀이, 그림책 전시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행사가 있었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책을 보면서 초롱초롱 눈이 빛나고 있었다. 북아트마켓은 문구류, 독립출판 등 다양한 것들을 살 수 있었다. 그밖에도 낭독공연, 강연 등 여러 가지 다채로운 행사들이 열렸다.


이번 도서전을 통해 ‘지역출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바뀌었다. 지역출판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살고있는 주변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쓴다면 그것으로도 지역출판이 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오지영.jpg
 


[오지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