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뜨거웠고, 즐거웠던 '라이브 클럽 데이'를 회상하며 [공연]

글 입력 2017.07.08 00:2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지방에 사는 나로서는 공연을 보기 위해 서울까지 가는 길이 가깝지만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보게 된 공연이자, 음원으로만 듣던 곡을 몇 시간 후면 눈과 귀로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출발할 수 있어 오히려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올해로 28회를 맞은 <라이브 클럽 데이>를 보기 위해 제일 먼저 씬디 티켓 라운지로 향했다. 씬디 티켓 라운지는 홍대의 공연 문화를 홍보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해 지어진 건축물로, 개성 있는 외관 자체로 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공연이 시작되는 시간에 비하면 꽤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미 그 안은 ‘불금’과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던 뒤였다.


ㅍㄼㄷ.jpg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8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제일 먼저 찾아갔던 곳은 올해 20주년을 맞았다는 레전드 라이브 클럽, ‘프리버드’였다. 공연의 시작을 밴드 ‘O.O.O’로 맞고 싶었기 때문인데, 귀를 가득 메울 수 있는 쟁쟁거리는 악기소리를 듣고 싶었다는 것이 단순한 이유였다.
 
기대와 호기심을 안고 지하로 이어진 공간은 기대보다 훨씬 공간이 잘 이루어져 있었고, 오밀조밀한 나름의 멋이 있었으며, 시작까지는 30여 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것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있었다. 공연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간단하게 술을 마시고,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며, 말없이 홍보영상을 바라보기도 했는데, 한 공간 안에서 같은 것을 바라보면서도 모두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는 다양한 풍경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 마침내 막이 올라가고, 첫 무대의 주인공 O.O.O가 등장했다. ‘모래’를 첫 곡으로 부르며 잔잔하게 등장했던 그들은 ‘아침’, ‘거짓말’, ‘눈이 마주친 순간’ 등을 부르며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관객들과 떼창으로 소통하는 ‘숨바꼭질’을 들을 때에는 팬들의 열렬한 환호에 아이돌같다는 느낌까지 들었더랬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라이브는 평소 가장 좋아하던 곡인 ‘눈이 마주쳤을 때’였는데, 하이라이트인 후반부 악기연주 부분을 음원이 아닌 눈과 귀로 직접 들으니 악기가 연주되는 것이 아니라 우는 것처럼 들릴 정도였다. ‘라클데’의 시작을 O.O.O로 연 것이 옳았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던 무대였고, 개인적으로 이번 공연에서 가장 넋을 놓고 봤던 무대가 아니였을까 싶다. 그리고, 가수들의 공연을 보면서 늘 깨닫는 것이지만, 역시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원래 챙겨주지 않다가 ‘오다 주웠다’며 툭 건네주는 시크함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처럼, 왠지 무심하게 들릴 수 있는 보컬 가성현 특유의 창법이 더욱 돋보였다. ‘라클데’를 마지막으로 당분간 공연 일정이 없다고 하던데… 하지만 O.O.O는 언젠가 있을 다음을 기약하고 싶게 만드는 가수임이 틀림없었다.
 
미발표 곡을 관객들에게 들려주며 마무리된 O.O.O의 무대를 뒤로하고 두 번째로 갔던 곳은 ‘에반스 라운지’였다. 에반스 라운지는 모든 장르의 음악 공연이 함께 이뤄지는 공간인 만큼, 이번 라이브 클럽 데이에서도 R&B, 소울, 팝 등 다양한 분야의 음악을 하는 가수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에반스 라운지에서의 첫 주자는 2012년 데뷔하여 다양한 공연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있는 ‘일상의 소중함을 노래하는 가수’, 데일리노트였다. 사실 약간은 생소한 감도 있었지만, 아티스트를 향한 괜한 거리감도 잠시 ‘저희에게 가장 많은 수입을 준 곡’이라며 자신의 곡을 소개하던 그들에게는 관객과 소통하려는 유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D-day’, '좋겠다' 와 같은 발랄한 느낌의 곡들을 많이 불렀는데, 특히 발매한 지 오래지 않은 신곡 ‘고백장애’는 모든 관객을 웃음 짓게 만들 만큼 그 자체로 행복 바이러스가 되어주는 것 같았다. 대부분 그들의 노래는 타인과의 만남이 주는 산뜻함과 상큼함을 노래하고 있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 밴드의 이름과 참 잘 어울리는 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과 생각들을 하나의 일기장처럼 예쁘게 담아놓았다는 것이 몸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ㅅㅇㅁ.jpg

 
그리고 데일리노트에 이어, 왠지 낯선 이름이다 하더라도 들으면 누구든 알아차릴 수 있는 ‘목소리’라는 무기를 가진 가수, ‘소울맨’이 등장했다. 그는 데프콘, 슈프림팀 등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한 가수들과 음악 작업을 했던 경력이 있는데,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슈프림팀의 ‘너 때문이야’라는 곡의 피쳐링으로 가장 익숙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울맨의 라이브를 들으면서 그는 마치 목소리를 악기삼아 자유자재로 연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목소리 하나로 모든 관객을 압도했다.
그는 ‘앞 순서였던 데일리노트가 이렇게 공연을 신나게 만들어 놓을 줄 몰랐다’며 조용하고 느린 노래만 부르게 되어 미안하다며 관객들에게 농담을 건넸지만, 그 ‘느림’이 특유의 감성을 극대화시켜주는 것처럼 여겨졌을 뿐, 그의 음악은 절대 지겹지 않았다.
또한 소울맨은 자신의 곡뿐만 아니라 영화 <써니>의 OST였던 ‘Time after time’을 불러 관객의 즐거움을 한 층 더했다. 예전에 음악을 하는 친구가 편곡이 어려운 이유는 ‘원곡이 주는 느낌은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감성을 더해야하기 때문’이라고 했었는데, 소울맨 밴드는 그 어려운 일을 너끈히 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개인적으로 평소에 좋아하던 노래이기도 했고, 풍부한 성량에 어우러지는 섬세한 악기 소리에 미세한 떨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귀를 쫑긋 세웠던 것 같다.
 
특히 ‘사랑했던 만큼 미워했어 그땐’은 가사에 집중해서 들었는데, 그 때문인지 괜히 울컥하기도 했다. 이렇다 할 경험이 없으면서도 괜히 누군가가 떠오르게 만드는 호소력이라고 해야 할까. 게다가 노래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특유의 말투로 관객을 즐겁게 해주는 것은 덤! 그야말로 소울맨이 ‘소울맨’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던 무대였다.
 
‘라클데’ 마지막 공연의 주인공은 늘 ‘안개’를 닮았다고 느꼈던 매력적인 목소리의 소유자, 리차드 파커스였다. 개인적으로 리차드 파커스는 왠지 함박눈보다 진눈깨비에, 소나기보다는 장마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래서 내게 이 아티스트는 때로는 더 깊이 아래로 내려가게 만드는 가수이기도 했다.
이처럼 음악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이미지처럼, 그녀의 목소리에는 아우라가 있다. 리차드 파커스의 음악을 듣고 처음 포털사이트에 검색했을 때 여성의 사진이 떠서 놀랬던 기억이 있었는데, 공연장에서 본 그녀는 관객의 반응 하나에 즐거워하는 천상여자였다. 노래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며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는 모습에서는 음악에서 느낄 수 없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고, 평소에 좋아하던 노래의 비하인드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리차드파커스 공연의 묘미였다. 전화로 이별을 맞이하는 순간을 상상하며 만들었다던 ‘오늘부터 굿바이’는 그 상황을 상상해보게 만들었고, 빗소리를 들으며 작곡했다던 ‘밖에는 비가 내려’를 들으면서 그렇게 싫어하던 비가 오늘 밤에는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29.jpg

 
이처럼 ‘라이브 클럽 데이’는 공연장을 가득 메운 소리들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음악에 더 귀를 기울이게 만들어주었다. 또, 생소했던 밴드를 알게 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게 했고, ‘잘은’ 몰랐던 밴드의 노래를 찾아 들으면서 보석 같은 곡들을 찾게 되는 기쁨도 맛보게 해주었던, 내게는 고마운 경험으로 남아있다.
매달 진행되는 라이브 클럽 데이인 만큼, 7월의 라클데는 7월 28일에 진행된다고 하니 참고하자. 작은 이어폰에선 느낄 수 없던 생생함을 알게 해줄 것이다.
 
 
[나예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