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발하지만 익숙한, 멀지만 때론 가까운 그래피티 속으로

글 입력 2016.12.2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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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예술이란 예술을 접하는 사람들이 이를 통해 함께 성장해 나갈 때이다.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예술을 통해 현재를 함께 나누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피티가 위대하다 말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래피티를 통해 예술은 어디서든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는데에 있다. 그 배경이 달리는 기차이던지 빌딩의 외벽, 매일 지나다니는 시멘트 바닥, 뮤지엄 건 간에 말이다. 예술이 마땅히 가져야 하는 차별이 없고 편견이 없는 특징과 현대사회의 본질을 동시에 접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피티의 시작과 함께 자란 이들은 물론, 이미 강력한 움직임이 되었을 때 영향을 받은 이들과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롭게 그래피티를 접하게 될 모든 이들이 예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직접 보고 느끼길 바란다. 그래피티는, 함께 이 시대를 이야기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고민하고, 우리 시대를 위로해주는, 우리의 동시대를 기록하는 가장 대표적인 예술인 것이다.”

전시 서문 中


 

  ‘위대한’에 주목해야 할 전시. 나는 전시를 보기 전 서문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서문을 읽은 뒤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전시를 어떻게 봐야 할지 가이드라인을 조금 잡을 수 있다. ‘그래피티가 위대하다 말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래피티를 통해 예술은 어디서든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는데에 있다.’는 말에서 왜 이 전시의 이름이 <위대한 낙서>가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Graffiti를 한글로 나타낼 때 굳이 ‘낙서’라고 표현한 이유는 그래피티라는 단어보다 우리에게 친숙하고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피티라고 한다면 우리는 할 수 없는 세계에 속한 것 같지만, 낙서라고 하면 수업을 듣기 싫을 때, 잠시 머리를 휴식하고 싶을 때 종이 구석에다가 끄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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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피티 아티스트 한명한명 구분을 짓기 위해 벽의 색을 다르게 칠했다. 노란색, 보라색, 빨강색, 검정색. 은은한 빛을 내는 다른 전시장 내부와는 달리 벽의 색이 마치 그래피티를 나타내는 듯 강렬하고 화려하다. 전시장 깊숙이 들어가자 전시 작가의 현장 퍼포먼스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자유분방한 이미지와 어울리게 이리저리 사방으로 튄 물감들은 마음을 흥분되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아쉬웠던 점은 현장 퍼포먼스 작품들 외에는 액자에 가지런히 전시되어있어 그래피티 전시만의 차별성을 느끼기에 조금 부족했다. 액자에 넣어 평범하게 벽면에 거는 것 외에 더 기발한 전시 방법을 고민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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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눈을 사로잡은 이상한 물체가 있었는데, 바로 전시장 곳곳에 놓인 의자였다. 어디서든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존재인 그래피티이기 때문에 힘든 다리로 걸어가며 보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앉아서 편하게 볼 수 있게끔 둔 것 같아 관심이 갔다. 의자 하나만으로 사람들은 예술에, 예술은 관객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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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를 관람하고 나온 관객들은 종이를 한 장씩 가져가 느낀점을 적는다. 대다수는 자신만의 그림으로 느낌을 표현했다. 내 옆에 남자 두명은 전시를 관람한 뒤 사인펜으로 하트를 이상한 효과를 내서 그린 다음 매우 뿌듯한 표정으로 벽에 붙이고 유유히 사라졌다. 이 모습이 귀엽기도 하면서 전시를 본 뒤 그래피티를, 아니면 그래피티 비스름한 것을 따라 그리는 것이 ‘예술과 조금 더 친해졌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하였다.
 
  '그래피티가 현재에 와 각광을 받는 이유도 그래피티가 낙서라는 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기초적인 것, 가장 순수한 것. 우리가 생각을 전환할 때 그것은 지저분한 그림이 아닌 ‘위대한 낙서’로 보여진다. 이번 전시를 통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인식이 전환되는 계기를 맞이했으면 한다.'라고 preview에 적었다. 전시장 출구 앞에 붙여진 사람들의 글을 보니 나름대로 성공적인, 목표를 달성한 전시라고 하고싶다. 기발하지만 익숙한, 멀지만 때론 가까운, 그래피티의 세계 속에 풍덩 빠졌다가 나온 듯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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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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