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도깨비는 어떤 모습인가요? [문화전반]
글 입력 2016.12.05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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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당신의 도깨비는 어떤 모습인가요? [문화전반]tvN 드라마 도깨비 포스터2016년 12월 2일 첫 방영된 tvN 드라마 ‘도깨비’는 방영 첫 주부터 큰 화제가 되었다. 2016년 초반을 뜨겁게 달구었던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이응복 감독-김은숙 작가가 다시 한 번 뭉쳐 차기작으로 내놓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캐스팅은 더욱 화려했다. 영화 ‘부산행’과 ‘밀정’으로 천만배우가 된 ‘공유’와 ‘풍선껌’ 이후 1년 만에 드라마로 다시 돌아온 배우 ‘이동욱’과 드라마'치즈인더트랩'에서 홍설 역을 맡으며 큰 인기를 얻은 배우 ‘김고은’이 출연하였다.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가 필요한 도깨비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기억상실증 저승사자. 그런 그들 앞에 '도깨비 신부'라 주장하는 '죽었어야 할 운명'의 소녀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그려낸다.도깨비 '김신'역을 맡은 배우 공유극 중 ‘도깨비’역을 맡은 배우 공유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도깨비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와 극 중 공유라는 배우가 자아내는 이미지라든가 드라마 속에서 그려진 캐릭터의 느낌은 거리감이 있었다.(드라마가 현대적으로 재해석 된 것이라고 쳐도 말이다. 저승사자는 갓 대신 중절모를 착용하고, 삼신할머니는 잠깐이라도 할머니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등 극 중 다른 캐릭터들은 나름의 특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도깨비에 대해 흔히 떠올리는 모습은 뿔 달린 더벅머리와 짐승의 가죽을 대충 걸치고, 방망이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때로는 무섭게 때로는 무식하게 그려진 모습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생각을 하다 갑자기 도깨비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져 이것저것 찾아보다보니,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뿔 달린 도깨비의 형상은 사실 우리나라 도깨비가 아닌 일본 도깨비 ‘오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일본 도깨비 '오니'도깨비 이야기 중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혹부리 영감’에 나오는 도깨비 역시, 일본 도깨비 ‘오니’이며 본래는 이 이야기 자체도 일본의 민담인 ‘고부도리지이상’이라는 일본의 민담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인의 정신을 말살하고 조선을 착취하기 위해 만들어 낸 구호인 ‘내선일체’ 사상 아래, 두 나라가 민담(더 나아가 역사)을 공유한다는 취지에서, 교과서에 처음으로 실린 도깨비 이야기가 바로 우리의 전래동화라고 믿고 있는 ‘혹부리 영감’인 것이다.한국형 도깨비를 형상화해본 그림들그 때 이후, 우리에게 도깨비의 모습은 일본의 ‘오니’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설화 속 들었던 ‘고려장’이 일제의 잔재였듯, 도깨비의 이미지 역시 일상 속에 깊게 스며들어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일제의 잔재 중 하나였던 것이다. 인간들을 벌하고 잔인하며 무시무시한 괴물이었던 ‘오니’와는 달리 한국 설화 속 도깨비는 인간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고, 해학적이며 악의가 없는 친근함을 가지고 있다. 형상은 전해 내려오는 자료들에 의하면 추상적이어서 딱히 정형화된 모습이 없다고 한다. 혹부리 영감 이야기가 아닌 옛 문헌 자료에서 찾을 수 있는 진짜 ‘우리의 도깨비’이야기는 김서방 도깨비, 외눈 도깨비, 불 도깨비 등의 다양한 민담의 형태로 전해 내려왔음을 알 수 있게 하고, 이는 도깨비의 모습을 하나로 단정 짓기 더욱 어렵게 하기도 한다.지적을 받았던 교과서 속 오니의 모습초등학교 2학년 국어 쓰기(위)천재교육 3학년 영어 교과서(아래)현재는 우리 도깨비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라든가 연구들이 다방면에 걸쳐 진행되고 있고, 교육인적자원부도 적극적인 움직임은 아니지만 오니의 삽화가 교과서에 있는 컴플레인이 들어올 시 수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태껏 가져온 도깨비 이미지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은 자명하다. 오래된 만큼 친숙하지만, 이제는 뿔 달린 도깨비는 외국에서 물 건너온 도깨비 ‘오니’라는 것을 기억하고, 우리나라의 도깨비와 구분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일제의 잔재라면 더더욱.[김현숙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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