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얼 27일 연극 <보도지침>을 보고왔다.
많은 기대를 하고 갔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연극이다.
연극 <보도지침>은
제 5공화국 시절 정부로부터 각 언론사에 내려왔던 보도지침과
월간 <말>지를 통해 이를 폭로한 기자들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연극은 이들에 대한 재판 과정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이 사건의 중심인물인 김주혁 기자와 김정배 편집장,
그리고 변호사와 검사는
과거 대학 시절 같은 연극 동아리 동기들이다.
재판 과정에서 그들의 대학 시절을 플래시백으로 연결시켜 보여준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연극 <보도지침>은
언론 뿐만 아니라
법과 연극을 모두 주제로 끌어들여
각각의 역할과 책임감을 강조하고 있다고 느꼈다.
연극 중반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왜 말을 어렵게 하냐."
"왜 말을 무섭게 하냐." 였다.
이 사건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통제하고
정부의 입맛대로 보도의 방향을 설정하는 '보도지침'
그리고 그 문제점을 직시하고 폭로한 양심있는 기자들이다.
그런데 극 중 검사는 온갖 어려운 법적 용어를 붙여가며
기자들을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범죄자로 밀어붙이고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무서울 정도로 공포의 사건인 것처럼 포장한다.
사실은 무섭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너무나 명백히 설명 가능한 사실인데도 말이다.
이 대사가 우리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현재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많은 일들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무섭고 공포스러운 일들 투성이다.
그것에 대해 언급하는 것만으로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을 정도로.
하지만 그런 일들을 깊게 보면
전혀 어렵지도 무섭지도 않고 아주 명백히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무엇이 우리들에게 정치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일까?
무엇이 명백한 사실에 대해 '알고' '말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것일까?
연극 <보도지침>은
단지 과거의 일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에 대한 이해와 책임감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 아주 좋았다.
극 중 잡지의 이름이 <독백>이다.
그리고 대학 시절 장면에는 '독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연극에서 독백은 혼잣말이지만 모든 관객들이 들을 수 있는 혼잣말이다.
어쩌면 이 독백이 연극이나 언론과 같다고 할 수도 있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아무도 못 들을 수도 있고,
들었어도 못들은 척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신념과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연극과 언론의 역할이 아닐까.
연극과 언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될 것이다.
현재는 더이상 '보도지침'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강제된 '지침'이라는 것이 없다고도 할 수 없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암묵적으로 따르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의 양심에 달린 것이다.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할 수 있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누구의 '지침'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지침'에 있을 것이다.
작은 개인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독백에 그치더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말하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이자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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