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명화가의 속내를 들여다보다 : 반 고흐 인사이드전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2.2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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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 고흐. 너무나도 친숙한 이름. 그는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명화가'를 치면 연관검색어로 딸려나올 정도로 유명하다. 카페나 레스토랑, 심지어 동네 미장원에도 그의 그림이 복제되어 걸려있다. 
 어려서부터 이런 식으로 고흐를 많이 만났던 나는 당연히 스스로 그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애 첫 고흐전에서 만난 그는 그가 그린 밝디 밝은 해바라기 그림과는 사뭇 다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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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이란 건 포장된 도로와 같다. 걷기엔 편할지 몰라도 꽃은 자라지 않는다."

 이 발언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정상과는 거리가 멀었고, 또 멀어지고자 했다. 그리고 불행했던 그의 삶도 그를 정상 궤도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그는 여자들에게 구혼하는 족족 매몰차게 거절당했으며, 가장 친한 친구였던 고갱도 그를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다. 고흐의 일생은 고독 속에 잠겨있었다. 

 이는 이상 행동으로 발현됐다. 그는 자신의 귀를 잘랐다. 여기까지는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더 나아가 자른 귀를 매춘부에게 선물했다는 일화를 새로이 알게 되고는 그가 얼마나 고독했으며 이성관계를 원했는가, 그리고 그의 정신이 얼마나 피폐했는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는 마음 뿐 아니라 몸도 항상 가난했다. 1886년 그의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 의하면 그는 '1885년 이후 따뜻한 식사를 한 건 오직 6번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비참한 삶을 이어나가던 그는 결국 자신의 심각성을 깨닫고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갔고, 고독과 슬픔을 예술로 표현하려는 듯 왕성한 작품활동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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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자 먹는 사람들> (1885)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고통이 깊어질 수록 작품은 더더욱 화려해지고 아름다워져갔다. '감자 먹는 사람들'로 대표되는 그의 초기 작품은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 이후 점묘법, 우키요에 등의 화법을 도입하면서 그의 작품은 점점 더 밝은 색채와 유려한 선을 띠게 된다. 나아가 그의 대표작인 '별이 빛나는 밤', '오베르의 교회' 등은 그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그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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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 (1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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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르-쉬르-우아즈의 교회>(1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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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에 들어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더 악화된 채로 그 곳을 다시 나온다. 능력의 정점에 서서 그림 그리기를 관둔 그는 결국 크나큰 실의에 빠졌고, 이내 권총자살을 하고 만다. 고흐는 향년 37세에 '고통은 영원하다'라는 말을 남긴 채 애증이 가득했던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생전에 단 한 점의 작품 밖에 팔지 못했던 그는 세상을 떠난지 얼마 안되어 재조명받고, 20세기를 대표하는 명화가가 된다.

 '고통은 영원하다.' 
 고흐의 마지막 한 마디는 그의 삶이 '영원'으로까지 표현될 정도로 긴 시간 동안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나는 그가 자신의 귀를 자를 정도로 극심한 정신병자였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 안에 이토록 크나큰 고통이 담겨있었는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의 삶을 돌아보며 작품을 보는 내내 가슴 한 구석이 저렸다. 마치 그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그리고 자신의 고통을 화폭에 옮겨담아 예술로 승화시킨 그가 존경스러웠다. 내가 만약 고흐만큼 정신이 피폐해진 상태였다면, 내게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붓 끝조차 잡지 못한 채 무력감에 빠져 있었을 것 같다. 
 고흐의 그림은 그의 삶에 가득했던 고통을 영원히 보존시킨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후손들은 그 '영원한 고통'에서 특별한 아름다움을 찾겠지. 누구나 쉽게 줄 수 없는, 오직 고통스러운 자만이 줄 수 있는 아름다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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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유행처럼 많이 나오는 '컨버전스 아트' 형태였던 반 고흐 인사이드전. 컨버전스 아트는 기존 작품을 첨단 디지털로 재해석해서 애니메이션 효과와 배경음악을 첨가한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다. 진품이 단 한 점도 없어 말이 많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신선한 경험을 한 것 같아 좋았다. 
 특히 반 고흐 인사이드전이 열린 '문화서울역284'에서는 시계 혹은 샹들리에가 달린 벽에 그대로 영상을 상영해서 건물 자체가 또 하나의 작품으로 다가왔다. 
 또 마지막에 '까마귀가 있는 밀밭'을 표현한 작품에서는 텅 빈 들판에 반 고흐의 자살을 뜻하는 총성이 울린 뒤, 까마귀들이 음산하게 날아오른다. 실제로 반 고흐가 자살한 장소를 그린 이 작품을 이렇게 훌륭하게 재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인상깊었다.

알 듯 모를 듯, 가깝고도 멀었던 화가 반 고흐. 멋진 재해석으로 그의 일생과 작품들을 돌아볼 수 있어서 참 뜻깊은시간이었다.  
[명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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