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덜리스 [Rudderless]
: 방향을 잃은 이들의 특별한 노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편의 음악영화를 아름답게 수놓는 것은 선율이다.
그리고 그 선율이 모여 누군가의 마음을 채워나간다.
이들은 원스에서 비긴어게인, 위플래쉬에 이르기까지, 여럿으로 우리의 곁을 스쳐갔고 음악이라는 잔상을 남겼다. 어떻게 보면 최근 개봉한 <러덜리스>또한 이러한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음악영화로서의 <러덜리스>는 기존의 작품들과는 사뭇 달랐다. 음악이라는 가벼운 소재로 시작하였지만, 부모의 책임과 사랑이라는 조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원스에서 비긴어게인, 위플래쉬에 이르기까지, 여럿으로 우리의 곁을 스쳐갔고 음악이라는 잔상을 남겼다. 어떻게 보면 최근 개봉한 <러덜리스>또한 이러한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음악영화로서의 <러덜리스>는 기존의 작품들과는 사뭇 달랐다. 음악이라는 가벼운 소재로 시작하였지만, 부모의 책임과 사랑이라는 조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아들, 그 안의 노래
주인공 샘은 캠퍼스 내 총격사건으로 아들 조쉬를 잃은 아버지이다. 그는 사건이 있고 2년 뒤, 한적한 동네로 내려가 요트에서 은둔하며 살아간다. 아들의 유품인 기타와 직접 작곡하여 녹음한 곡들을 발견한 샘은 그 노래를 스스로 익힌 후,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공연하는 작은 클럽을 찾아가 무대에 오른다.
샘의 노래에 끌린 뮤지션 지망생 쿠엔틴은 그에게 밴드 결성을 제안하고, 우여곡절 끝에 ‘러덜리스 밴드’가 만들어진다. 어울리지 않았던 이들의 조합은 많은 인기를 얻게 되지만, 이들의 노래가 죽은 아들의 곡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갈등이 시작된다.
음악영화에서의 음악은 상처에 대한 치유, 인간관계의 회복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이 영화의 음악은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니기에, 특별하다. 아버지는 슬픔의 기색을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담담하게 아들의 노래를 더듬어본다. 이 노래를 통해, 그는 아들을 비로소 온전히 바라보고 이해하고자 한다.
모든 기억을 숨긴 채 세상과 단절하고자 한 샘에게, 아들의 죽음을 외면했다고 할 수 있을까? 총격사건의 가해자인 아들을 둔 동시에, 그 아들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어떻게 대변할 수 있을까? 아들의 비석에 ‘살인자’라 적힌 빨간 글씨를 어떻게든 지워보려는 이들의 마음에는 그 어느 부모보다도 깊은 상처와 죄책감이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세상과의 문을 닫아버린 아들, 그런 아들의 마지막 몸부림 그리고 극단적인 선택. 그러나 그 슬픔은 어느 누구에게도 위로받을 수 없다.
샘은 아들이 살인자라는 사실을 부정하지도, 외면하지도 않는다. 아들의 마음은 부모만이 감싸줄 수 있기에, 다만 묵묵히, 그 슬픔을 억누른 채 살아갈 뿐이다. 그런 샘에게, 아들이 남긴 곡들은 그가 입 밖으로 처음 내뱉어보는 아들의 기억이었다. 또한 그 노래를 사람들 앞에서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며, 이제는 CD 속에만 존재하는 아들의 목소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였다. 그렇기에 샘이 나지막이 읊조리는 노래들은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부모의 마지막 선물이자, 비로소 가슴으로 토해내는 온전한 슬픔이었다.
영화는 샘이 “제 아들의 이름은 조쉬입니다. 2년 전, 제 아들이 6명의 아이들을 쏴 죽였습니다. 이 곡은 그 아이가 쓴 곡입니다.”라는 고백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마무리된다. 마지막으로 부르는 아들의 노래지만, 마치 아들을 위한 헌정곡같은 느낌이다.
샘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 그 앞길이 밝을지 어두울지는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고통과 상처의 치유보다는 부모로서 짊어져야할 마음의 책임과 무게를 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마지막 4분 35초를 담은 영상이다.
What is lost can be replaced.What is gone is not forgotten,I wish you were here to sing along.My sonMy sonMy son
키가 없는 배처럼 방향을 잃은 이들의 노래
러덜리스(Rudderless)는 '키가없는 배처럼 방향을 잃은' 이라는 뜻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곳이 없었던 조쉬, 그런 아들의 죽음을 속으로 삭혀야했던 샘, 비정상적인 가정환경 속에서 뮤지션의 꿈을 키웠지만, 당당히 소리 낼 수 없었던 쿠엔틴. 영화의 제목이자, 밴드의 이름이기도 한 러덜리스[Rudderless]는 정상궤도를 이탈하여 길을 헤매는 이들의 삶을 대변한다.
방향을 잃으면 사람은 공허해진다. 방향은 결국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이자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샘과 쿠엔틴에게 키를 쥐어준 것은 음악이었다. 아버지 아들뻘인 이들의 밴드는 어울리지 않는 듯 신선한 조합이었고, 서로가 각기 다른 감정으로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이 그들을 ‘살아있다’고 생각하게 했다. 가벼운 듯 단순하지 않은 이들의 밴드음악은 샘의 솔로 기타 곡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무엇보다도 조쉬와 샘, 샘과 쿠엔틴 서로가 서로에게 삶의 의미가 되도록 함께 호흡하며 ‘방향’을 만들어나가게 한 것은 이들의 음악이었다.
다음은 이들의 밴드음악 중 'Stay With You'라는 곡을 담은 영상이다.
밝고 경쾌한 기타소리가 매력적이다.
그저 잠깐 스쳐가기엔 혹은 기억되기엔 아쉬운 영화라 생각되어 소개해보았다. 플롯이 음악을 따라가고자 한 느낌이 있어, 전개가 조금 급하다는 점은 아쉬웠던 부분이다. 음악영화로서의 '킬링넘버'가 없긴 하지만, 어느 쪽으로든 아버지의 마음만큼은 음악을 통해, 가슴으로 느껴진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멋진 작품이다.
사진출처_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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