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키치(Kitsch) - 예술인 듯 예술 아닌 예술 같은 너! -[문화 전반]

글 입력 2015.06.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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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chino의  2014 F/W 시즌 런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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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라샤펠 - Death by Hamburger>


 키치(Kitsch)’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패션, 미술, 미디어아트 등 여러 분야에서 쓰이는 ‘키치’라는 말은 다소 광범위하고 모호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패턴으로 이루어진 걸그룹의 펑키한 옷차림이나 다소 당황스럽고 주제를 알 수 없는 데이비드 라샤펠의 사진작품이나, 막대풍선 강아지를 본 딴 제프쿤스의 작품 등을 보고 사람들은 ‘키치하다’ 라고 말합니다. 도대체, ‘키치(Kitsch)’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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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쿤스의 balloon dog(1994-2000)>


키치(Kitsch)의 어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수집하다, 불량품과 폐품을 속여 판다는 독일어 ‘Kischen’에서 온 말이라고도 하고, 싸게 만들다 라는 동사 ‘verkitchen’에서 온 말이라고도 하고, 1800년 후반 경 영국인들이 독일을 여행하고 사간 시골 풍경 ‘스케치’를 잘못 발음해서 생긴 말이라고도 합니다. 아무튼, 예술시장에서 처음 만들어져 값싸고 상업적인 그림이나 조각등을 가리키는 말로써 처음 쓰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천박하고 저속한 모조품, 조악한 ‘예술을 따라한 예술’, A급으로 인정받지 못한 ‘따라쟁이 B급 예술’이 키치가 보여주는 전부는 아닙니다. 
 
오늘날 키치는 ‘예술(ART)’이 갖는 우월감, 즉 예술이 예술이라는 이름을 붙이고서 짐짓 엘리트적이고 진지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에 반발합니다. 반발한다기보다는, ‘비꼰다’고 할 수 있겠네요. 어쩐지 예술이라고 하면 ‘돈 많고, 똑똑하고, 잘 배운 사람들’이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점에서는 다들 공감할 겁니다. ‘나는 예술의 심오함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는데 전시회 같은 거 갔다가 무식한 거 탄로날까봐 무섭다!’라고 생각해 본 적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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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화 중의 명화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Mona lisa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키스(1961)>


키치 문화의 대표로 여겨지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들은 섬세한 붓터치와 사실적인 명암조절이 돋보이는 명화들과는 다릅니다. 만화의 한 컷을 뚝 떼어내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작품이 대부분이죠. 가끔은 “이걸 누가 못 그려!”라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것도 당연한 반응입니다. 키치는 그 점을 노리거든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 예술이 아닌 예술!’을 말입니다. 제프 쿤스의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막대 풍선을 5분만 배우면 만들 수 있다는 강아지 풍선을 커다란 알루미늄 조각으로 만들어 놓은 그의 작품은 키치의 대표 작품으로 꼽힙니다. 이처럼 키치 작품들은 대체로 단순하고, 대담합니다. 언뜻 이상하고 요상해 보이는 키치 작품들도 있는 그대로의 개성을 숨기지 않은 ‘솔직함’을 내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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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트의 대가 - 앤디워홀의 Campbell’s Soup Can(1965) >


키치는 언뜻 비슷해 보이는 ‘팝아트’와는 다릅니다. 팝아트는 스스로를 ‘예술’이라고 규정하고 있죠. ‘Popular-Art’의 줄임말인 팝아트는 좀 더 대중적인 주제와 접근방법으로 수용자들에게 “나는 조금 더 쉽고 친근한 예술이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키치는 “난 예술 아닌데? 예술, 너네만 잘났냐? 나도 표현 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죠. 요약하자면, 심오한 예술이 대중에게 다가온 것이 팝아트, 대중들이 반발해 예술에게 대드는 것이 키치입니다. 양 극단에서 시작해서 중간에서 만난 두 문화가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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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
 

결과적으로, 키치는 어렵고 심오하지 않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며 ‘있는 그대로의 즐거움’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고고하고 심오하고 어렵지 않으면 어때! 즐겁고 즐길 수 있으면 그만이지!” 오늘 날, 우월한 지위를 내세운 갑(甲)질 문화에 질린 사람들이 ‘B급 문화’, 키치함에 열광하는 이유도 이런 것 아닐까요? ‘B급 정서’를 내세운 ‘SNL’의 인기와 여자의 엉덩이를 보며 마구 소리를 지르는 싸이의 표정이 클로즈업 되는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가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말입니다.

예술이 아니기 때문에 또 다른 예술로 받아들여지는 모순적인 키치의 매력은 한 번 빠지면 벗어나기 힘든 불량식품의 매력과도 닮았습니다. 썩 몸에 좋지 않아도 어때요, 유치하면 어때요 즐거운 경험으로 남아 있는데 말이에요! 충분히 복잡한 세상, 즐거운 것은 즐거운 대로 즐기는 솔직함, 짐짓 어려운 척 하는 것들을 확 비꼬아 버리는 대담함이 키치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느껴집니다. 



[손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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