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시인의 저녁편지 콘텐츠 [시인의 저녁편지6] 청혼 12016/03/29 17:01 그는 사랑이 많은 사람입니다. 사랑이 많은 사람답게 여자들에게 자주 반합니다. 어느 날 그가 여자를 만나러 가는 부산여행 길에 동행합니다. 바다! 좋아요. 같이 가요. 기차 안으로 청춘의 파도가 넘실댑니다. 그를 대신해서 내가 여자의 집으로 전화했을 때 여자의 어머... [시인의 저녁편지10] 숨,2016/03/09 22:59 숨의 속도는 삶의 속도 같아요. 쉼의 속도이고 기다림의 속도 같기도 해요. 성급하게 살아온 생의 순간들을 반성하게 되요. 서둘렀고 진득하게 견디거나 기다리지 못했어요. 규칙적으로 성실하게 조금씩 연습하다보면, 언젠가 높고 낮고 길고 짧게 자유자재로 숨 쉬게 되는... [시인의 저녁편지9] 신발책2016/02/25 22:19 지하철을 타면 책이 잘 읽힌다. 내가 읽은 책 가운데 제법 많은 부분이 지하철을 타고 읽은 것이다. 지하철에서는 집중이 잘 된다. 이따금 가벼운 책 한 권을 들고 종점까지 갔다가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보다는 약속이 있어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나가는 동안 책을 읽는 때가 많다. 재미있는 책일 ... [시인의 저녁편지8] 구구소한도2016/02/22 00:09 구구소한도는 옛사람들이 만든 겨울일력입니다. 구구 팔십일, 매화 여든 한 송이를 종이에 그린 일력이지요. 동지 다음 날 부터 시작해서 날마다 한 송이씩 붉게 꽃을 칠해나갑니다. 경칩과 춘분의 중간인 삼월 십일 정도가 되면 구구소한도의 마지막 꽃을 모두 칠하게 될 것입니다. [시인의 저녁편지7] 청혼22016/02/01 12:27 그는 자신의 얼마나 작은 부분만 보여주고 떠난 것일까요. 나는 입속을 맴도는 혼잣말들을 삼킵니다. 그의 농담 같은 청혼이 어쩌면 살려달라는 SOS 아니었을까요. 결혼이 생의 가파른 절벽에 매달린 그가 필사적으로 잡은 밧줄 아니었을까요. [시인의 저녁편지5] 오디션2016/01/14 11:45 단원 모두가 저보다 노래를 잘 해요. 무엇인가 그 자리에서 가장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은 모두의 무시를 견딜 권리가 있다는 말이지요. 그렇다고 아무도 무시하지는 않아요. 다만 제 자격지심이지요. 합창단에만 가면 주눅이 들어요. 어느 집합에서든 그 집단에서 요구하는 능력이 가장 부족한 사람이 되면 절... [시인의 저녁편지4] 첫사랑2016/01/13 16:23 어떤 말은 한 마디 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약속을 떠올리게 하고, 철없는 어린 연인들을 약속 없이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열 일 젖혀두고 달려가게 합니다. 메마른 추위를 잠시나마 촉촉한 기쁨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세상의 검은 어둠을 덮어주는 흰빛을 불러옵니다. 첫 눈. [시인의 저녁편지3] 토마토2016/01/04 23:11 토마토 모종 한 그루에게 마음을 주며, 견딘 한 철이 있었어요. 토분에 담긴 어린 토마토 모종은 연약해서 하루만 물을 주지 않으면 시들시들 잎이 시들었어요. 내가 없으면 이 토마토에 누가 물을 주지? 이틀만 돌아보지 않아도 뿌리가 말라 버릴거야. 그 걱정에 하룻밤 자고 돌아올 일정을 앞당겨 무리해서라... [시인의 저녁편지2] 스톱와치2015/12/28 15:13 일곱 개의 영 아래에서 짧은 디지털 바 세 개가 깜빡거리며 속삭입니다. 시작해. 무슨 일이든. 그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그 시간이 고통이든 기쁨이든.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흘러가 버리는 거니까. 저축할 수도 빌릴 수도 없는 것이 시간이니까. Stop watch! 지켜보기를 멈춰. 시작해. 지금. 사랑이든 여행이든 일이... [시인의 저녁편지1] 첫,2015/12/16 20:47 함께 하늘을 날 수 없고 함께 땅을 걷을 수 없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당신. 함께 하늘을 날거나 함께 땅을 걷지 못해도, 세상 어디에나 있는 당신. 그리운 당신을 두고 떠납니다. 아니 그리운 당신을 향해 떠납니다. 조금 더 먼저 와서 마중하고 조금 더 늦게까지 배웅하면서 당신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