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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모든 사람이 나의 죽음을 바라는, 연극 '심청'

이름 석 자를 마음에 품고 인당수에 빠져죽기로 했다

by 장미 에디터
2026.11.0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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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사람이 내가 제물로 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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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순을 맞은 선주가 있다. 배 여러 척을 가지고 중국과 교역하며 부를 쌓은 인물이다. 거센 물살을 달래기 위해 늘 제물로 젊은 처녀를 바쳤다. 그리고 죽음을 앞둔 선주의 마지막 제물로 '간난'이 등장한다.


      노름에 빠진 아비가 겉보리 스무 가마에 딸인 간난을 제물로 팔았다. 심청은 공양미 삼백 석(540가마)을 대신했는데 간난의 몸값은 한없이 가볍기만 했다. 간난은 바다에 빠져 죽느니 굶어 죽겠다고 선언했다. 선주가 물이라도 마셔야 한다고 간곡하게 청하지만 간난은 돌아누워 얼굴도 보여주지 않는다.

       
      선주는 이런 간난을 마마라고 부르며 극진히 모신다. 경리는 이전과 달리 제물의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항일을 늦추는 선주를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선주의 뒤를 잇고 싶은 세 아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간난이 무사히 제물로 죽을 수 있도록 설득한다. 너무나도 무섭지 않은가. 많은 사람이 간난이 죽기를 바란다. 그것도 아주 정성스럽게.

       

      *


      겉보리 스무 가마가 배곯는 가족에게 가기는커녕 노름으로 사라질 것을 알기에 간난은 서럽고 억울했다. 선주의 첫째 아들은 아비의 극진한 사랑으로 자란 심청보다 그런 아비로 인해 죽기로 결심한 게 더 효녀 아니냐는 소리를 한다. 둘째 아들은 인당수에 빠져들면 커다란 연꽃이 간난을 더 좋은 세상으로 데려갈 거라고 한다. 셋째 아들은 간난이 장차 왕비가 될 거라며 고운 왕비 옷을 대령한다.

       
      그러나 간난이 마지막까지 마음에 품은 것은 고수가 알려준 제 이름 '박간난'이었다. 글을 배우지 못한 간난은 제물이 되어 선주의 집에 오고서야 처음으로 제 이름을 적어봤다. 먹을 게 없어 굶는 게 일상이었는데 선주네에서는 따뜻한 밥과 국이 나왔다. 정성스레 씻겨 새 옷도 입혀 주었다. 하얀 버선이 맨발을 대신했다. 비싼 종이 연꽃을 주었다. 평생 입어보지 못할 왕비 옷도 입어보았다. 이 모든 건은 간난이 죽는 결말로 가는 과정이었다.

       

      선주는 본인에게 죽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알았기에 본인의 죽음과 간난의 죽음이 겹쳐 보였다. 그래서 배의 출항을 미뤘다가, 경리에게 간난과 함께 떠나라고 했다가, 간난에게 대문을 열어둘 테니 도망가라고 이른다. 그러나 간난은 배를 타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죽음을 직접 결정하겠다며 뱃사람들을 위해 죽겠다고 한다. 살다 어떻게 죽을지 모르니 차라리 이런 죽음을 선택하겠다고. 죽기 싫어 발버둥 치던 소녀가 사명감을 품고 죽기로 한다.

       

      *

       

      멋모르는 어린 소녀에게 몹쓸 짓을 했다. 선주는 본인의 마음이 편하자고 간난을 특별대우했고, 세 아들은 선주의 뒤를 잇고 싶어 공을 들여 간난을 설득했다. 간난이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하지만, 누구도 간난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너무 서러웠다. 아무리 당차고 눈빛이 총명하더라도 어린 소녀였다. 쌀밥에 고깃국을 맛있게 먹고, 고운 종이 연꽃을 구경하고, 서툴게 적은 이름 석 자에 의미를 두고, 고운 옷을 입으면 신이 나고, 엄마를 생각하고 또 아빠를 떠올린다. 고작 그만큼의 세상밖에 살아보지 못했다. 경리는 선주를 통해 큰 사업을 경험했기에 직업의 보람을 선택할 줄 안다. 그런데 간난은 모른다. 아직 살아보지 않은 삶이라 무엇을 포기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간난과 같은 날 죽겠다던 선주는 배가 인당수에 닿기도 전에 밀어치는 공포와 함께 죽음으로 떨어졌다. 심청이는 인당수에 빠지기 전 무서워서 치마를 뒤집어쓰고 뛰어들었다는데, 간난은 마지막 순간에 어땠을까.


      아직도 간난을 생각하면 분하고 속상하다. 그래서 상상은 간난이 인당수에 빠지기 전까지만 이어진다. 부디 죽어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갔다는 사실만은 몰랐으면 한다. 마지막만큼은 가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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