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TV, OTT,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을 넘나들며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장르의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유튜브 예능의 강세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누구나 쉽게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빠른 템포감의 재치 있는 편집 스타일은 유튜브만의 매력이다.
최근 눈길을 끄는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 <연차없이 어떡행>이 있다. 여행 플랫폼 ‘여기어때’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때때때’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바쁜 직장인들을 대신하여 연차 없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콘셉트의 여행 콘텐츠다. 코미디언 곽범이 직접 여행을 다녀오며 생생한 경험담을 풀어낸다. 아직 에피소드가 많지 않지만 몇 백만 조회수를 자랑하며, 현재 시즌 2를 달리고 있는 주목할 만한 예능 중 하나다.
<연차없이 어떡행>은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실제로 곽범은 8년 동안 개그콘서트에 주 5일, 9 to 6로 출퇴근을 했다고 한다. 여느 직장인들과 비슷한 생활 패턴을 경험한 덕분에 주말의 소중함을 잘 안다. 그런 곽범이 실제 직장인들이 여행하는 것처럼 시간을 쪼개가며 빡빡한 여행 일정을 소화한다.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들은 연차 없는 여행을 위해서 퇴근 후 금요일 밤 또는 토요일 새벽 비행기를 타야 한다. 여행 경비도 무시할 수 없기에 가격 면에서 부담스러운 비즈니스석보다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연차없이 어떡행>은 이러한 현실적인 부분을 그대로 반영한다. 1박 3일이라는 피곤한 여행 스케줄을 따라가고, 프랑스 파리까지 이코노미석을 타고 가는 현실감을 보여준다.
곽범은 직장인들을 위한 실험쥐로 변신한다. 최근 SNS에서 핫한 곳을 중심으로 맛집부터 관광 명소, 투어까지 알찬 여행 코스를 선보인다. 직접 보고 듣고 맛보며 체험한 것을 솔직하게 평가한다. 맛없는 음식은 맛없다고, 재미있는 체험은 재미있다고 꾸밈없이 표현한다. 중국 여행에서는 유명한 배달 음식을 모두 맛본 후 추천 순위를 매기고, 사이판 여행에서는 다양한 투어 상품을 체험하고 솔직한 후기를 전한다. 이는 직장인들이 여행 일정을 세울 때 선택의 피로를 줄이고, 최대한 실패 없는 여행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경험해야 하기 때문에 여행 시간은 늘 촉박하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숙소 체크인도 하지 못한 채 바로 관광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타이트한 여행 일정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곽범의 얼굴을 보면 마치 우리들의 해외여행을 보는 것만 같다. 그래도 마음만은 즐거운 게 여행이다.
<연차없이 어떡행>이 재밌는 이유로 ‘곽범’을 빼놓을 수 없다. 유일한 출연자로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소화하는 일당백이다. 특히 해외여행은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일인 만큼 이를 거부감 없이 잘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곽범은 낯설지만 몸을 사리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진한 메이크업의 왕홍 분장부터 웨딩드레스 차림의 오토바이 스냅 촬영, 화려한 금색 장신구를 두른 태국 전통 의상 체험까지 다채로운 콘텐츠를 뽑아낸다. 향신료가 강한 음식과 담력이 필요한 액티비티도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
이 프로그램이 곽범의 원맨쇼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투덜거리는 곽범의 모습도 재미 요소로 만들고, 여행하는 동안 친구처럼 대화하는 PD들이 있기에 이 프로그램은 더욱 빛을 발한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곽범과 PD들의 호흡이 좋아지면서 어느새 그들은 한 팀이 되었다.
<연차없이 어떡행>은 시청자와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시청자 요청에 따라 연차 없이 떠나는 유럽 여행을 선보이고, 한 여행지의 영상 편수와 분량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시청자 반응에 귀 기울이는 프로그램이라면 호감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지기 마련이다. 나아가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고 솔직한 이야기를 원하고, 공감할 만한 부분이 많은 프로그램을 선호한다. 이러한 점에서 <연차없이 어떡행>은 모든 요소를 충족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