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영석표 예능의 위기 - ① 나나투어, 실패한 여행일까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4.02.0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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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계의 거장 나영석 PD가 여행 가이드로 변신했다. 고객은 무려 13인조 유명 아이돌 세븐틴이다. 작년 5월, 나영석의 유튜브 채널 십오야 ‘출장 십오야 – 세븐틴 편’에서 멤버 도겸이 ‘세븐틴 꽃청춘 출연’ 소원권을 뽑으며 계약이 구두 성립되었다.

 

‘꽃청춘’은 나영석 사단의 간판 예능 시리즈인 ‘꽃보다 청춘’을 뜻한다. 출연진에게 스케줄을 갑작스레 공지하며 말 그대로 그들을 ‘납치’해 해외 각지로 여행 보내는 프로그램이다. 소지품 하나 챙기지 못하고 타지에 뚝 떨어진 출연진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이 프로의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세븐틴의 꽃청춘은 이전과 조금 다른 포맷으로 구성되었다. 호텔을 급습해 자는 멤버들을 깨워 공항으로 보내거나, 제작진이 주는 경비로만 여행 자금을 마련하는 점은 같다. 아프리카 사막 등 험준한 여행지에서 발품을 파는 배낭여행이 기존 시리즈의 공통 키워드인 반면, 세븐틴은 풀 패키지 6박 7일 이탈리아 여행을 약속 받았다. 그 여행사의 이름이 바로 나나투어다.

 

아이돌 단독 예능을 프라임 타임에 방영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만큼 실패할 위험도 크다. 나영석 PD는 케이팝 팬들과 일반 시청자의 간극에 도전하고 싶었다 밝히며 아이돌 예능에서도 대중성을 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호기롭게 시작한 ‘나나투어 with 세븐틴’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이다. 2%로 시작한 시청률이 1.9%를 넘기지 못하며 하락세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븐틴의 팬 커뮤니티는 방영일마다 뜨거운 반응을 보이지만 팬이 아닌 일반 대중에까지 여파가 미치지 않는 모양이다.

 

과연 나나투어는 실패한 여행일까. 총 6부작으로 구성되어 아직 회차를 남겨 두고 있지만 이 기세를 이어 간다면 여행사는 파산 직전에 내몰릴 것이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의 실패 원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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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시청자들이 사랑한 기존 꽃청춘과의 차이점이다. 유튜브에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꽃청춘 관련 영상들에는 출연자가 제작진 몰래 개인 카드를 쓰거나 모래 언덕을 힘겹게 오르는 ‘리얼한’ 모습이 담겨 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처럼 제한된 여행 경비나 육체적 고통을 이겨낸 출연자들이 끝내 여행의 참맛을 느끼는 지점에서 시청자들은 감동 받는다.

 

‘힐링’이 키워드가 아니더라도 멀끔한 연예인이 제작진의 가혹한 술수에 비명을 지르거나 바닥에 드러눕는 모습은 웃음을 주기 충분하다. 그러나 나나투어의 출연진에게는 고난이 없다. 기껏해야 용돈 따기 게임에서 다른 멤버에게 방해를 받기나 할 뿐이다. 관광객이 가득한 세계 유수 도시의 한가운데서 카메라를 대동한 유명 아이돌이 특별한 고난을 겪기란 오히려 더 힘들다.

 

팬들은 자고로 내 아이돌의 입에 밥 한술 들어가는 모습만 봐도 배부른 법이다. 다만 일반 시청자들은 그렇지 않다. 배부른 건 그들의 행복이지, 그것이 시청자들의 예능적 갈증을 해소시켜 주지는 않는다.

 

나영석 사단의 여러 예능 프로그램이 오랜 시간 명성을 잇는 이유는 ‘리얼리티’에 있다. 육즙이 흘러내리는 황홀한 음식을 눈앞에 두고 유치한 게임에 이긴 단 한 사람만이 식사를 쟁취한다. 오전에 놓은 통발이 텅 비었을 땐 그날 저녁을 굶는다. 해도 안 뜬 아침 6시에 고막을 때리는 알람이 울리면 텐트를 찢고 뛰쳐나와 기상 미션을 해야 한다.

 

잔혹하다 할 정도의 리얼리티가 이 프로그램들의 중추를 구성한다. 이 잔혹성이 사라진 자리에 호화로움과 풍족함, 힐링이 채워진 나나투어는 ‘나영석 맛 예능’을 기다려 온 이들에게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아이돌 자체 콘텐츠와의 차별성이 없다는 점이다. 세븐틴의 유튜브 단독 콘텐츠 ‘고잉 세븐틴’은 여러 해 동안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멤버들 간의 케미와 함께 일반 예능에서는 두드러지지 않던 멤버들의 예능감이 더해져 아이돌 자체 예능 중 가장 성공한 콘텐츠라 평가 받고 있다. 더불어 탄탄한 기획과 센스 있는 편집은 세븐틴 팬뿐만 아니라 타팬과 머글(아이돌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을 이르는 말)까지 끌어들이기 충분했다.

 

나나투어의 구성과 진행은 고잉 세븐틴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장소가 해외라는 점을 제외하면 멤버들이 게임을 통해 보상을 얻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미션을 치르는 플롯은 거의 동일하다. 다시 말하면 팬을 주 시청자층으로 하는 아이돌 자체 콘텐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익숙하지 않은 얼굴과 이름의 아이돌 멤버들이 하는 평범한 미션과 단조로운 여행을, 과연 얼마나 많은 시청자가 호기심을 갖고 들여다 볼 것인가.

 

 

- 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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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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