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장면을 나의 의도대로 포착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날 날씨부터 빛의 방향, 그리고 시간까지 여러가지 요소가 합쳐졌을 때 비로소 내가 원하는 찰나의 순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유물과 대화하러 간다>의 서헌강 작가도 필연을 찾기 위해 우연을 만들어 나간다고 말한다.
부여 정림사지 오층 석탑을 촬영하기 위해 서헌강 작가는 조명을 높게 설치해 고고한 모습을 담아내었고, 수원화성 봉수대를 촬영하기 위해서는 빛의 방향과 시간대까지 철저하게 확인했다고 한다. 찰나의 순간을 위해 노력하는 서헌강 작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니라 노력과 기다림의 산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서헌강 작가의 사진 속 문화유산들은 웅장한 이미지보다는 그 시대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휴머니즘과 그 속에서의 스토리텔링을 이어 나기기 위해 노력한다는 저자의 말이 단숨에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사진은 전통 가옥을 촬영한 사진들이었다. 서헌강 작가는 빛의 온기를 가득 담아 따뜻한 분위기를 담아냈고,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서도 과거 이곳에 살던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상상하며 작가 자신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갔다. 정말 책의 제목처럼 문화유산과 대화를 하며 셔터를 눌렀던 것이다.
그리고 문화유산 사진을 촬영하며 우리나라 고유의 것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서헌강 작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것들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현대 사회에서 사실 옛것을 지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서헌강 작가는 또 다른 우리의 것을 지키는 사람들인 국가무형유산 명인 분들의 모습을 촬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는 대한항공 기내지 표지를 장식하며 사람들에게 국가무형유산을 알리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에는 명인 분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까지 개최했다고 한다.
서헌강 작가가 묵묵히 걷는 본인만의 길, 이 속에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진심과 사랑이 가득할 것이다. 나도 이번 책을 통해 문화유산을 읽어내는 새로운 시선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단순히 '설명하는 사진'이 아니라 문화유산들이 지닌 매력적인 서사를 담은 '스토리텔링 사진'을 찍고 싶다. 내가 찍는 대상은 수백 년에서 길게는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과거의 산물이지만, 내 사진은 미래를 향한다고 감히 말해보고 싶다.'] -17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