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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영속] 봉합되지 않은 인간 - 김윤하 개인전 '엉기고 술렁이는 몸'

신체는 언제나 미완의 형태로 ‘되기’를 반복한다

by 김윤하 에디터
2026.01.01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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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언어와 체계 속으로 편입되는 순간 더 이상 온전한 전체로 존재하지 못하고 분열된다. 질서에 맞추기 위해 몸은 체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상실을 겪으며, 내부에서 끝내 인식하지 못하는 붕괴의 틈을 지니게 된다. 이 균열은 특정 개인의 예외적인 경험이 아니라 인간 존재에 보편적으로 잠재된 구조적 조건에 가깝다.

 

인간의 감각은 근원적으로 자신의 몸에만 머무르지 않고 외부 세계를 향해 열려 있다. 인간은 자신이 내던져진 세계 안에서 사물과 관계를 맺고, 자신의 위치를 정립해 나가는 방식으로 불안감을 극복해 나간다. 외부의 특정 대상이 유발하는 감각이나 그 대상을 향해 느끼는 감정은 그 대상을 특정하고 인과관계를 설명함으로써 언어화될 수 있다.

 

그러나 몸의 내부에서 발현되는 감각은 연관될 수 있는 외부 대상을 갖지 못한다. 이 감각들은 언어가 붙잡을 지점을 상실한 채 분쇄되고, 표현되지 못한 채 내부에 머무르며 고립감을 증폭시킨다. 인지될 수 없는 틈의 감각을 언어화하려는 시도는 역설적으로 더 큰 균열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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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부>, 면천에 유채, 90x150cm, 2025

 

 

이 지점에서 몸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몸은 단순한 물리적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담론과 제도 속에서 어떤 형태로는 포함되고, 또 어떤 형태로는 배제된다. 사회는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 기준을 통해 몸을 분류하고 이 분류체계는 어떤 신체를 가시화하는 동시에 어떤 신체를 지워버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이 분류의 경계에 놓이거나 그 틈에서 미끄러지는 몸들이 존재한다. 일부를 포기한 채 남겨지는 몸들은 언어로 환원되지 않으며 감각적 층위에서 너무도 실제적으로 작동한다.

 

규범으로 포착되지 않는 공집합의 몸, 그것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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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0일부터 24일까지 아크원 갤러리에서 진행된 <엉기고 술렁이는 몸>은 검열 체제가 통제의 언어로 생산한 몸의 불온성을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인다. 전시는 인간의 신체와 감각이 고정된 형태나 완결된 구조가 아닌, 끊임없이 변형되고 반응하며 생성되는 과정적 존재임을 전제로 출발한다. 전시장에서 몸은 하나의 결과가 아니라 언제나 도중에 놓인 상태로 존재할 뿐이다. 이성적 주체는 자신을 표상하려 할수록 오히려 환원될 수 없는 비이성적인 무리수에 빠져든다. 안정된 동일성에 도달하지 못한 채, 완전히 봉합되니 않은 '엉기고 술렁이는 상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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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로마>,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4분 49초,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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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형의 구멍>, 종이에 유채, 12점(가변 크기), 2025

 

 

등장하는 이미지와 기호들은 하나의 인물이나 통합된 신체로 완결되지 않는다. 대신 분화되고 해체된 감각의 파편들, 즉 '흩어진 감각들'로 기능한다. 덩어리들은 특정 개인의 신체를 재현하지 않으며 얼굴이나 서사를 통해 정체성을 부여받지도 않는다. 총체로서의 몸이 아닌  '혓바닥', '자궁'과 같은 분화된 특정 몸의 감각을 통해서 환기될 때, 관람자는 통합된 신체 이미지를 넘어 몸을 다시 사유할 수 있는 단초를 마주하게 된다. 몸은 전시장 안에서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채 물질로서 술렁이거나(unsettled), 다른 방식으로 엉기며(entangled) 다시 '되기(becoming)'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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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기고 술렁이는 몸>,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1분 50초, 2023

<토막난 주체>, 단채널 비디오, 컬러, 1분 15초,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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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인간은 망상적이다>, 사운드, 단채널 오디오, 3분 13초, 2025

 


참고 문헌

김호성,「검열당한 몸의 발생론 - 김수영의 시 텍스트를 중심으로」, 『현대문학이론학회』, 제87집, 2021.

나경민,「타자의 고통을 매개하는 몸 - 크리에이티브 VaQi의 <그녀를 말해요>와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휴먼푸가>의 연기 수행방식을 중심으로-」, 『한국드라마학회』, 68호, 2022.

한유나, 「뜻밖의 위로: 서유럽의 흑사병과 14-16세기 신체적 · 심리적 고통의 시각화」, 『한국미학예술학회』, 제69집,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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