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3일, 엔믹스(NMIXX)가 첫 정규 앨범 [Blue Valentine]으로 돌아왔다.
Fe3O4 시리즈의 완결 이후, 엔믹스는 이번 앨범을 통해 기존에 구축해온 세계를 확장하며 새로운 스테이지로의 도약을 시도한다. 총 12개의 트랙은 한층 견고해진 그들만의 사운드로 꽉 채워져 있다.
팀명 엔믹스(NMIXX)는 ‘now, new, next, 미지수 n’을 뜻하는 문자 'N'과 조합과 다양성을 상징하는 단어 'MIX'의 합성어로서, 새로운 시대를 책임질 최상의 조합'이라는 의미다. 이 이름처럼 엔믹스는 데뷔때부터 ‘믹스팝’이라는 새로운 음악적 정체성을 내세워왔다.
데뷔 초 뛰어난 비주얼과 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음악이 다소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당시 데뷔 동기인 르세라핌, 뉴진스, 아이브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앨범을 거듭할수록 엔믹스의 독자적인 장르인 믹스팝이 정교해지면서 완성도 높은 미니 2집 [Fe3O4: BREAK]를 기점으로 음악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기 시작했다.
엔믹스는 모든 멤버가 수준급의 춤과 노래 실력을 갖춘 전원 올라운더 그룹으로, 라이브 실력 논란이 끊이지 않는 아이돌 시장에서 눈에 띄게 안정적인 라이브를 보여준다. 특히 필자는 케이팝 아이돌 최초 출연한 ‘Tiny Korea desk‘와 ‘아카펠라 하이라이트 메들리‘(엔믹스는 매 앨범 하이라이트 메들리를 아카펠라 버전과 오리지널 버전으로 공개한다)를 추천한다.
이번 정규 1집 [Blue Valentine]은 사랑의 다면성을 주제로 한다. 사랑의 뜨거움과 차가움이 한데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을 ‘Blue’라는 색에 빗대어 표현한다.
푸른색(Blue)은 슬픔, 상처, 우울을 상징한다. 사진 속 소녀들은 차가운 푸른 빛 아래 무표정한 얼굴로 프레임 너머를 응시한다. 하지만 ‘Blue’는 동시에 진실한 사랑의 언어가 되기도 한다. ‘돌이킬 수 없다 해도’ 소녀들은 붉게 타오르다 한순간에 식어가’는 사랑을 향해 ‘다시 뛰어들’ 각오가 되어있다.
Track 1. Blue Valentine. (*Title)
짧은 훅 ‘you’ll always be my blue valentine‘으로 시작하여 서정적인 A파트가 이어진다. B파트는 낮은 읊조림으로 느려졌다 빨라지는 사랑의 흐름을 비유하는 듯하다. 코러스 직전에 들리는 붐뱁 리듬과 신비로운 사운드로 반전되는 코러스가 인상적이다.
감정의 균형이 정교하게 조율된 음악은 황홀한 기분을 선사한다.
Track 2. SPINNN’ ON IT (*선공개곡)
거친 드럼과 베이스 라인, 그리고 희망적인 코러스의 대비가 오묘한 질감을 만든다. 훅 포인트가 부족해 타이틀곡보다 대중성은 떨어지더라도 믹스팝 장르를 가장 완성도 높게 구현했다고 생각하는 곡이다.
정교한 프레이징과 탁월한 리듬감이 돋보이는 엔믹스의 보컬 실력이 드러난다. (여담으로 엔믹스의 공식 랩 포지션은 지우, 규진이지만 자체 예능을 보면 모두 랩 실력까지 출중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Track 4 and Track 5. Reality hurts / Rico
이번 앨범 수록곡 중에 가장 트렌디하다고 생각하는 두 트랙. 중독적이고 단순한 리듬을 베이스로 한다. ‘Reality hurts’는 EDM과 저지클럽, ‘Rico’는 라틴 팝과 힙합을 믹스했다. 요즘 핫한 음악 장르에 엔믹스만의 스타일이 세련되게 입혀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몰아치는 강렬한 리듬이 과감하며 도발적이다. 컨셉츄얼한 음악이라 무대 퍼포먼스가 더욱 기대된다.
Track 10. Shape of love
그나마 감성적인 느낌의 트랙 중 하나. 일렉트로닉한 사운드와 에너제틱한 리듬을 베이스로 청량한 느낌을 주는 랩 코러스가 이상한 매력이 있다.
타이틀곡과 같은 주제를 공유한다. ‘Blue valentine’이 사랑의 색을 그려냈다면, ‘Shape of love’는 사랑의 형태를 보여준다. 화자는 사랑은 ‘구름 한 점 없이 맑다가도 쏟아지는 비’처럼 예측할 수 없는 감정이지만 ‘어떤 모양이든 love you’라고 고백한다.
Track 12. O.O Part 2 (superhero)
데뷔곡 O.O의 믹스 버전. 대형 자본을 가지고 실험적인 시도를 해줘서 매우 감사하다. 특히 그러한 시도가 명확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최근 K-pop에서도 미국 팝 시장처럼 리믹스 싱글을 따로 발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아직 활발하지는 않다. 필자는 하나의 곡을 다양한 버전으로 맛보고 싶다는 욕심으로 편곡 무대를 즐겨보는 편인데 그중 밴드 라이브 편곡으로 진행되는 잇츠라이브를 좋아한다.
엔믹스가 공식으로 들려주는 Pop Rock 믹스곡의 O.O라니, 머리끝까지 짜릿해진다.
엔믹스의 첫 정규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주요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의 항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지수(N)’라는 이름처럼 엔믹스의 다음 여정을 예측할 수 없으며, 그 끝에는 믹스토피아라는 또 하나의 신세계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