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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가재가 노래하는 곳>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카야 클라크는 노스캐롤라이나 작은 해안 마을 귀퉁이에 있는 습지에 가족들로부터 버려져 홀로 살아가게 된다. 어느 날 배를 타고 가다가 만난 소년, 테이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 찬란한 순간도 잠시, 테이트는 대학교 연구를 위해 카야를 떠나야만 했다. 안타까운 이별을 맞이한 카야는, 마을의 인기 소년 체이스와의 사랑으로 테이트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고 한다. 그러나 그저 카야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라는 생각은 금물. 어느 날 발견된 싸늘한 주검의 테이트는 순식간에 장르를 뒤집는다. 이 사건에 유력 용의자로 카야가 지목되면서 잔잔한 로맨스와 함께 긴장감 넘치는 추리소설의 형태를 동시에 띈 이색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주인공, 카야

카야는 습지와 함께 성장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어머니가 곁을 떠나 완전한 가정환경에서 자라지 못했던 카야.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그리워하면서도 굳건한 홀로서기를 이어가곤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는 않다. 처음 등교한 학교에서는 카야를 명확한 이유 없이 ‘습지에서 온 소녀’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 편견으로 차별한다. 외딴 지역에서 고립된 주인공은 현실의 벽에 막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그 때문인지 글쓰기와 말하기를 익히지 못한 카야는 우연히 만난 소년, 테이트의 도움으로 언어를 익히게 된다. 습지와 한 몸이었던 카야가 그동안 모아온 생태계 샘플들과 함께 주목받기 시작하자, 출판사의 러브콜을 받아 책을 집필하는 기회도 얻을 만큼 성장한다. 이뿐만인가? 습지는 카야에게 숨을 곳도 제공해 줬다. 무성한 풀숲 사이로, 혹은 판잣집으로 몸을 숨기며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알려주고 더 나아가 말과 글로 적은 시들은 힘들 때마다 꺼내볼 수 있는 한줄기의 희망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카야가 습지를 벗어나 소속되고자 노력했던 사회에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밑도 끝도 없이 외부인을 배척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일까? 더군다나 조금은 느리지만 이제 막 걸음을 뗀 학생이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체이스의 사망 사건에 보안관이 카야를 용의자로 지목해 재판으로 이끈 것 또한 이런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됐다.
카야가 습지에서 배운 것 - 선? 악?
카야를 배척한 사회를 벗어나 카야는 자신이 나고 자랐던 습지로 돌아와 그 자체가 된다. 그 안에서는 잃어버린 엄마와 배움의 존재를 자연에 대입한다. 동물들의 짝짓기를 관찰해 직접 사랑에 비유해 보기도 하며 행동을 체득하는 등, 다양한 생태환경을 통해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삶의 이치를 알게 된다. 그건 다시 말해 카야가 아주 원초적인 방법으로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선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배우고 수집해온 생태 연구 샘플들은 테이트에게 배운 언어의 힘과 합쳐져 책으로 출판되기도 한다.

이처럼, 습지가 전부였던 카야에겐 체이스가 조금 다른 의미였다. 있는 그대로 아껴준 테이트와 달리, 체이스는 이미 약혼녀가 있을뿐더러 강제로 성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등 카야를 인격체로 대하지 않는다. 습지 너머에 사는 백로를 장난삼아 총으로 쏘는 것처럼, 장난감에 불과했다. ‘수단’으로만 대했던 행동들이 그녀에겐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왔을 것. 어쩌면 자신이나 다름없었던 백로처럼 그도 자신을 해치리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재판이 모두 끝난 후 카야는 다시 습지로 돌아와 여생을 보낸다. 마지막 결말에 다다라 테이트가 발견한 카야의 유품들에서는 동물들이 습지에 남기는 마지막 흔적처럼, 카야의 이야기가 가득했다. 직접 창작한 시들과 각종 기록들. 그건 결국 그녀가 평생을 그리워했던 엄마의 존재를 스스로 실현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잃어버린 엄마의 존재를 습지 안에서 찾아 나서고자 했던 카야의 이야기는, 새들의 깃털처럼 가볍게, 그러나 여운을 가득 날린 채 소복이 쌓이며 끝난다.
세상의 모든 판단은 사회의 기준에 따라 움직인다. 카야를 외지인이라고 구분 짓던 사람들이 재판을 위해선 이미 정해진 기준을 카야에게 대입하는 대목이, 제법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시점을 조금 좁혀보면 잘잘못을 결코 개인이 나눌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주인공 카야에겐 선과 악의 구분 따윈 없기 때문이다. 그저 나를 위험하게 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연의 순리에 따라 행동에 옮기는 것일 뿐이니까.
무죄로 재판장을 나서게 된 카야지만, 사실은 피의자라고 가정했을 때,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해서 마냥 잘못된 것일까? 이건 그녀를 배척했던 사회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부메랑처럼 보내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