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의 성공적인 첫 개최 후 많은 호평을 얻었던 피크 페스티벌이 이번 여름 다시 개최되었다. 피크 페스티벌은 '살아있는 음악, 우리들의 뜨거운 축제'라는 슬로건을 필두로 매년 밴드 위주의 다양한 장르의 라인업을 선보인다.
올해 6월 열린 PEAK FESTIVAL 2024에서도 강력한 라인업으로 구성된 23팀이 관객들을 반겼다. 1일인 첫째 날에는 NELL, 김뜻돌, 너드커넥션, 로맨틱펀치, 마치(MRCH), 소란, 원위(ONEWE), 이승윤, 정용화, 크라잉넛, PL(피엘), 2일인 둘째 날에는 FT아일랜드, PITTA(강형호), 글렌체크, 김윤아, 김필, 다섯, 몽니, 씨엔블루, 유라X만동, 이디오테잎, 하동균이 무대를 채웠다.
피크 페스티벌의 가장 큰 특징은 (락)페스티벌이 처음인 모두에게 열려있다는 점이다. 전반적인 라인업은 밴드 음악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대중성과 마니악(maniac)함을 모두 갖추고 있어, 다양한 관객들이 함께 무대를 즐기기 쉽다. 페스티벌을 처음 경험하는 팀들의 출연이 비교적 많은 것도 인상적이다. 그들이 감각하는 벅차오르는 첫 페스티벌의 경험은 관객들에게 대단한 에너지를 전달하고, 서로가 완벽하게 하나되는 순간을 만들어 낸다.
페스티벌과 콘서트가 구분되는 점은 콘서트가 짜여진 대로 완벽히 연출되어야하는 하나의 영화같은 순간이라면 페스티벌은 관객 참여형 연극같은 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 날 관객의 분위기에 따라 서로의 경험이 극적으로 바뀌고, 미리 연출된 셋리스트를 통째로 바꿔 버릴 수도 있다.
나는 중학생 때 씨엔블루의 엄청난 팬이었는데 커가며 그들과 서서히 멀어졌고 이번 피크 페스티벌에서 약간은 의도적으로 다시 만났다. 페스티벌에는 그런 면이 있다. 앞으로도 내가 씨엔블루의 단독 콘서트를 다시 찾을 일은 없겠지만, 그들이 이번 페스티벌 라인업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나를 오게 할 만한 요소 중의 하나로 충분했다.
거의 10년만의 직관이었다. 그들이 히트곡 메들리를 끝내고 In my head를 불러줬을 때는 약간 눈물이 날 뻔 했는데, 그건 그 때의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곡이었다. 지금의 나는 In my head를 발매했던 해의 씨엔블루보다 더 나이가 많아졌음에도 노래하는 그들의 표정은 놀랍도록 여전했다. 내가 앞으로 뭘해도 저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그 표정이 나를 과거로 돌아가게 했다.
내 모든 음악적 취향은 이곳에서 갈라져 나왔다. 내가 락페스티벌을 찾는 이유와 여전히 밴드 음악을 제일 사랑하는 이유, 21살 나의 팔 위에 wonderwall을 새겼던 이유를 오랜만에 만났던 거다. 페스티벌이 주는 감정은 그렇게 강렬하고 묘하다.
그리웠던 혹은 (적당히) 좋아했던 사람을 다시 만날 수도 있지만 아예 새로운 팀에 빠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내가 2일차에 글렌체크의 라이브를 들은 이후로 아직까지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그렇다.
재작년의 나와 동생은 WOODZ의 새 앨범이 나오고 이틀만에 같은 노래를 백 번 정도 반복 재생했다. 그랬더니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이 나를 2022 피크 페스티벌의 라이브 현장으로 데리고 갔다. 피크 페스티벌이 열린 첫 해였다. 사실 신생 페스티벌의 운영이 완벽하기를 바라는 건 무리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아트인사이트의 지원을 받아 다시 방문한 피크 페스티벌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재작년에 느꼈던 아쉬움이 전부 개선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입퇴장은 이전보다 훨씬 쉬웠고, 쓰레기 처리도 문제 없이 잘 되었다. 푸드트럭의 종류도 많아졌다. 특히 두 무대가 나란히 운영되었던 점이 좋았는데, 앞 팀의 퇴장과 동시에 다음 무대의 카운트다운이 들어가서 대기 시간이 아예 없는 수준이었다. 관객들은 더 좋아하는 팀의 무대를 선택할 필요 없이 모든 무대를 즐길 수 있다.
2년 사이 락과 K-pop을 아우르는 애매하지만 매력적인 포지셔닝이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슬램존(Slam zone)을 만들어내는 깃발들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피킹이(피크 페스티벌의 마스코트)가 돌아다니며 가족 단위의 사람들과 사진을 찍어주었다. 행사 두 번 만에 피크페스티벌이 만들어 낸 변화가 놀랍다. 관객들과 함께 빠르게 피크 페스티벌만의 문화를 만들어나고 있는 이 3년차 페스티벌이 앞으로는 또 어떤 성장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
나는 앞으로도 그 과정을 함께 지켜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