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를 구할 건 나밖에 없다 - 도서 '그림이라는 위로'

전시도록 같은 예쁘고 따뜻한 책
글 입력 2024.05.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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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부트캠프에서 코딩 교육을 받는 중이다.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부트캠프에서 왜 또 공부하냐? 한다면 실력 부족 때문이다. 대학 생활을 하며 충분히 공부하지 못했다고 느끼고 이를 채울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배우려는 마음으로 이곳에 왔지만 그럼에도 자꾸만 느껴지는 박탈감이 있다. 나는 너무 못한다! 나는 어쩌면 이곳에서 가장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실은 굉장히 분명한 지표가 있다. ‘백준’이라는 사이트에서 문제를 푼 수, 내가 푼 문제의 난이도를 기준으로 레벨을 매겨주는데 우리 반 애들은 전부 ‘골드’ 레벨인데 나만 ‘실버’다.

 

뿐만이 아니다. 나는 개발은 아주아주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니까 개발은 끊임없는 문제 상황과 마주하는 일이다. 무엇 하나 쉽게 되는 일이 없다. 계속해서 배운 것과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과 시간을 쏟아붓는 것이 개발자의 태도이다.

 

그런데 난 이런 낯선 상황에 당황하고 대처하기를 힘들어한다. 반면, 우리 반 아이들의 대부분은 두 팔을 걷고 달려드는 느낌이다. 그래서 무서운 기세로 문제의 원인을 가정하고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드는 것이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포인트는 다름과 같다. 내가 최고로 뛰어나지 않을 때 나는 항상 압박을 받는다. 마치 내가 가장 잘나야 살겠다는 듯이. 웃긴 생각이다. 어떻게 한정된 시간 안에서 무엇 하나에 집중적으로 투자해도 잘 할 수 있을지 모르는데, 모든 면에서 다 남들보다 뛰어나려 하나? 불가능한 목표를 세워놓고 안 될 경우 혼자 괴로워하는 웃긴 상황이다.


이번에도 프로젝트를 하면서 아주 많이 힘들었는데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내가 개발을 잘 못하고 또 모두가 그걸 알아서 프로젝트의 팀을 정할 때 늦게 고려되는 게 슬퍼서였다.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더 짱짱하고 실력 있는 팀원을 구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서도. 그런 면에서는 경험도 지식도 부족한 내가 밀릴 수밖에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내가 뒷순위라는 것이 못내 슬펐다.

 

페어를 정하던 어느 날은 슬퍼서 혼자 일기도 잔뜩 썼다. 내가 같이 프로젝트 하고 싶었던 사람이 이쪽에 발을 한쪽 걸쳐놓고 다른 사람을 탐색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내 입장에선 그렇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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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의 파트에 붙은 소제목은 다음과 같다. “오직 나만이 나를 구할 수 있기에.” 그는 빈 대학의 의뢰로 그린 <철학>이라는 작품이 공개되면서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대학교수들과 마찰을 빚는다. 그를 향한 사회적인 비난이 거세져 이후로 공공작품을 의뢰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에 주문받은 계약을 자진 반납하고 빈의 중심에서 떠난다.

 

당시 ‘추악한’ 예술이라고 불렸던 클림트 작품의 평판이 찬사로 바뀐 건, 편견을 극복해 냈기 때문이다. 비난에도 불구 자신의 장식적인 패턴, 금을 사용한 독창적인 양식을 강화하여 <아델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을 내놓으며 황금시대를 연다.


결국 나를 구할 건 나밖에 없다. 남들이 못한다고 혹은 못 할 거라는 편견에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내가 할 일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못해도 괜찮다. 못해도 그냥 시도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꺾여도 계속하는 마음 말이다.


그래서 결국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쳤다. 남들만큼의 결과를 냈느냐 한다면 사실 그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열심히 한 것 같다. 그게 중요한 거지. 남과 비교하는 것 말고 내 역량 안에서 더 성장하는 것. 그래서 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심리적으로도 많이 극복했고 또 버티는 힘도 조금 늘었고 실력으로도 조금 성장한 것 같다. 앞으로도 이렇게 버텨나가면 되지 않을까. 그런 용기를 얻고 또 마저 개발할 힘이 생겼다.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하던 중에 이 책을 받아서 읽었는데 너무 따뜻하고 좋았다. 책보다도 한 편의 전시용 도록 같은 참 예쁜 책이었다. 선명한 프린트와 매끈한 종이의 질감, 따뜻한 글에 감탄하면서 아껴 읽은 책이다. 여러분도 가만히 힐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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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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