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프랑스 아방가르드는 현존한다 [미술/전시]

리옹 현대미술관 첫 방문기
글 입력 2024.05.25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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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개관 40주년 기념 행사가 열린 리옹 현대미술관(macLyon)에 다녀왔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3가지로, 각각 실비 셀리그의 개인전, 앙투안 드 갈베르의 컬렉션, 영국문화원과 리옹 현대미술관의 협업 기획전. 거두절미하고 '프랑스 아방가르드'라는 미술 용어가 납득되는 전시였다.

 

'아방가르드(Avant-garde)'는 직역하면 '전위적인'이라는 뜻으로, 미술사적으로 기존의 전통과 관습을 탈피한 프랑스의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미술을 통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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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셀리그, 《돌아오지 않는 강》

 

1층 실비 셀리그의 개인전 《돌아오지 않는 강》부터 관람을 시작했다. 실비 셀리그는 프랑스 니스 출신의 여성 작가로 회화, 조각, 텍스타일 등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2022년 열린 제 16회 리옹 비엔날레에서 이름을 알린 작가는, 첫 미술관 전시인 이번 개인전에서 140미터 길이의 회화 〈돌아오지 않는 강〉을 중심으로 독창적인 작업 세계를 선보였다. 기이하고 엽기적인 시그니처 캐릭터가 일관되게 등장하는 것이 특징으로, 이를 주인공로 한 만화 형식의 회화 연작이 인상적이다.

 

상업적 조형물 같기도, 잔혹동화에 등장하는 크리처 같기도 한 형상의 조각 작품은 전시장 곳곳에 배치되어 섬뜩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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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투안 드 갈베르 컬렉션, 《명령》

 

2층 앙투안 드 갈베르의 컬렉션 《명령》은 개성 강한 작품들의 총체로, 프랑스 미술의 전위성을 걸음마다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프랑스 출신의 수집가 앙투안 드 갈베르는 독특한 현대미술은 물론, 민족적이고 대중적인 미술을 아우르며 다양한 형태의 예술 작품을 수집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250점 이상의 수집품이 소개되었다.

 

특히 전시장 한 켠의 커다란 통창이 눈길을 끌었는데, 전시장을 둘러보다 보니, 반대편은 유리가 다 깨져 바닥에 파편이 널브러진 작품이었다. 과감한 스케일의 설치 미술, 그리고 관객을 놀라게 하는 큐레이터의 작품 배치 센스가 돋보이는 구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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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시장 후미에는 우스꽝스러운 파티 복장을 하고 풍선을 부는 여성이 종이 팻말로 만들어진 사람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안내판에는 그녀가 미술관 40주년을 기념해 파티를 즐기러 나온 미술관의 정령이라는 소개글이 적혀 있었다. 개관 40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마련된 아카이브 및 퍼포먼스 공간인 셈이다.

 

퍼포머는 관객들을 향해 친근하게 말을 건네며 자신의 생일파티에 와주어 고맙다며 자신이 오랜 시간 동안 벽 속에 살아와서 영어 실력이 좋지 않다는 둥 외국인 관람객을 위한 유머를 뽐내기도 했다. 평소 퍼포먼스 장르에 관심이 많았기에 '미술관의 정령'과의 만남은 특히 인상 깊었는데, 한국의 미술관에서 보던 퍼포먼스보다 훨씬 생동감이 느껴져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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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전쟁의 친구들 - 최고의 적에 대한 찬미》

 

유쾌한 만남을 뒤로 하고 마지막 전시실로 이동했다. 3층에서는 우정을 주제로 한 《사랑과 전쟁의 친구들 - 최고의 적에 대한 찬미》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우정이라는 감정을 정의하고 그 본질을 탐구하는 기획전은 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그들이 적으로 돌아서는 순간, 친구를 선택하는 방법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전시에는 다수의 영상 작업이 소개되었는데, 연속성을 가진 매체로 '우정'의 오묘한 면면을 시각화해 주제를 더욱 다채롭게 드러냈다.

 

영국문화원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이번 기획전은 자매결연을 맺은 두 도시, '리옹'과 '버밍엄'에서 차례로 개최된다. 영국의 브렉시트 이후 기획된 전시는 외교적 우호 관계와 두 지역의 문화 기관의 긴밀한 협력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기획 배경은 전시 주제가 맞물려 사회, 정치, 문화를 넘어선 '우정'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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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고전-근대 미술은 미술사에 유일무이한 족적을 남기고 동시대에 이르기까지 무한한 영광과 찬사를 누리고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의 미술관 하면 고전미술을 다루는 공간(Musée des Beaux-Arts)을 떠올린다. 때문에 프랑스 현대미술은 과거의 명성에 가려져 비교적 각광받지 못한다고 치부해왔으나, 이번 방문을 기점으로 생각을 완전히 뒤엎었다. 프랑스는 지역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며 가능한 한 넓은 범위로 현대미술을 정의한다.

 

고로, 프랑스 아방가르드는 현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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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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