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끝없는 가능성 중에 날 골라줘서 고마워 [문화 전반]

마지막 커튼콜에서 박수 칠 수 있는 방법
글 입력 2024.06.1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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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종종 혼잣말을 한다. 혼잣말. 혼자 하는 말이란, 곧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다. 나는 '나'이다. 즉 나는, 같은 존재인 나에게 가끔 말을 건넨다.


우리는 당연하게도, 우리 자신을 '타인'과는 다른 존재로 생각한다. 그래서 나이기에, 어떤 때에는 타인보다 조금 더 모질게. 또 어떤 때에는 나의 주변 사람들보다 무심하게 굴기도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몇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분명 다르다. 시간이 흐른 만큼 많은 일들을 경험한 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그랬듯이, 지금의 '나'는 앞으로의 '나'와는 다른 사람일 것이다. 즉, 모든 시간에서의 나는 같은 ‘나’라고 하더라도 다른 시각과 생각을 가진 완벽한 타인이다. 똑같은 존재로서의 나는 이 세상에 결코 존재할 수 없다. 단지 지금 이 순간 스쳐 지나가고 있을 뿐이다. 조금은 난해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만큼 우리는 우리 자신을 가끔은 ‘타인’으로 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들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타인을 대할 때 그들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더 나아가 배려하고, 그들의 기분을 살피기도 한다. 필자는 이러한 인간적인 노력을 각자 자기 자신에게도 한번 시도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당신이 마주하고 있는 바로 그 존재에게 말이다.


우리가 자기 자신을 대할 때, 예를 들어 혼잣말을 할 때를 떠올려 보자. 내가 나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런데 타인을 대할 때와는 조금 다르다. 배려나 칭찬을 하기보다는, 스스로를 평가하고, 질책하고, 행동을 고치라고 말한다. 보통은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대한다. 앞서 말했듯 과거의 나도, 미래의 나도 곧 타인인데.


어떻게 보면 이 길고 긴 인생에,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어떤 중요한 순간에 꼭 함께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런 '나'와 서로 대화할 시간조차 없이 그저 자신을 옥죄고만 있다면, 앞으로 맞닥뜨릴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여유롭게 대처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스스로를 어떤 방식으로 대해야 할까. 친구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가족에게 투정 부리는 일은 익숙하고 쉽지만 '내가 나에게' 그렇게 하기란 다소 어색하고 무의미해 보인다. 그래도 그냥, 똑같이 해보는 거다. 친구에게 그러듯이, 가족에게 그러듯이. 그냥 나에게.


힘들면 하기 싫다고, 도망가고 싶다고 투정도 부려보고. 예쁜 것을 보면 들떠서 마음껏 좋아하기도 해 보고. 슬프면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느끼며 울기도 하고. 그렇게 희로애락이 가득한 일상에서 자신을 솔직하게 대하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과 조금은 친해진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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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애'라는 감정이 있다. 보통은 극한의 상황에서 서로 의지하며 싹트는 애정인데,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일상을 살다 보면, 그리고 그 와중에 나와의 대화에 집중하다 보면 스스로에 대한 전우애가 생기기 시작한다. 신기하게도 어떤 때는 내가 안쓰럽고, 어떤 때는 자랑스럽다. 마치 친한 친구나 가족을 보듯이 그렇게 된다.


이쯤에서, 데이식스의 Welcome to the show를 들으며 필자가 떠올린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젠 혼자가 아닐 무대

너무나 감격스러워

끝없는 가능성 중에

날 골라줘서 고마워

나와 맞이하는 미래가

위태로울지도 몰라

하지만 눈물 가득한

감동이 있을지도 몰라

 

 

프러포즈 곡으로 딱인 노래 가사말이다. '끝없는 가능성 중에 날 골라줘서 고마워'. 어쩌면 작곡 의도도 그와 비슷할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한번 해석해 보아도, 그 나름의 의미가 있을 듯하다.


만약 위 가사에서의 '나'가, 지금 이 순간 맞이하고 있는 나 자신이라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위태로울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어준 나 자신에게 건네는 감사의 표시라면. 노래의 의미가 조금은 다르게 와닿을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스스로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기 시작한다면, 주변에 특별히 의지 되는 누군가가 있지 않더라도 혼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힘든 일이 닥쳐도, 또 그 지긋지긋한 어려움이 찾아와도 결국 내가 여기 있으니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글을 쓰다 보니 지나친 낙관론자가 되어 가는 것 같아 첨언하자면, 필자는 그렇게 굳세고 단단한 사람이 아니다. 작은 일에도 무너지고 흔들리는 나약한 인간 중 한 명일 뿐이다. 다만 그렇게 늘 흔들리면서도 내가 나이기에, 이제까지 그래왔듯 결국 나는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것을 알기에 그 시간을 지나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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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큼은 맹세할게

내 전부를 다 바칠게

네 눈빛 흔들리지 않게

널 바라보며 서 있을게

막이 내릴 그날에도

그때도 네 손 꼭 잡은 채

너라서 행복했다고

서로가 말할 수 있도록

 

 

우리가 스스로 자기 자신과 친해질수록, 그리고 나 자신을 믿어줄수록 우리는 온갖 시련 앞에서 보기 좋게 넘어지더라도 너털웃음을 지으며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게 된다. 그러다 보면, 아주 먼 훗날이겠지만 각자가 꾸려온 어떤 것의 막을 내릴 시기가 왔을 때 내가 '나였기에' 행복할 수 있었다고 혼잣말을 하게 될지 모른다. 나여서, 나였기에 그 시간들을 지나올 수 있었다고. 그래서 참 다행이었다고 말이다.


그러니 모두, 인생이란 한편의 '쇼'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기꺼이 맞이할 수 있기를. 끝까지 함께 갈 수 있기를, 그래서 언젠가 있을 커튼콜에서 지난 모든 날들의 나에게 있는 힘껏 박수 칠 수 있기를 누구보다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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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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