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글자로 펼치는 공포드라마 -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브라이언 에븐슨 소설집
글 입력 2024.03.1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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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 찌르는 순간 아는 괴담 몇 개는 거뜬히 소개할 수 있는 내가 이 도서를 선택한 건 필연일지도 모른다. 감히 자랑하자면 (사실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각종 인터넷 괴담을 섭렵해 왔고, 「심야괴담회」 정도는 밥을 먹으며 보고, 제일 좋아하는 넷플릭스 드라마는 「블랙 미러」다.

 

그러니 '환상 호러 소설집'이라는 말에 얼마나 심장이 뛰었겠는가. 그래서 오히려 기대를 낮추려고 노력했다.


 

사라진 사람들, 편집증, 정신병... 에븐슨은 독자를 미로와 함정에 끌어들이고는 그대로 내버려 둔다. 이렇게 일관적으로 두려움을 선사할 수 있다니, 믿기 어렵다.

 

- 뉴욕 타임스

 

 

물론 뉴욕 타임스에서 이렇게 극찬하긴 했지만.

 

인터넷에 널려있는 괴담들이 으레 그렇듯 막상 열고 보면 시시한 경우가 많아서,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음을 염두에 뒀다. 사진 하나 없이 글로만 구성된 책이 얼마나 섬뜩하겠어. 그런 생각을 하며 배송일을 기다렸다.

 

그런데 브라이언 에븐슨이 그걸 해냈다.

 

그러니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의 단편 중 가장 흥미로웠던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2D_L.jpg

 

 

 

자매들


 

이제 막 이사온 한 가족이 있다. 그들의 집은 블록 맨 끝에 동떨어져 있다. 언니는 휴일은 사람들과 같이 보내고 싶다며 불평한다. 하지만 엄마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건 우리 휴일이 아니야."

 

그러자 언니는 어디선가 주워들은 기념일들을 나열한다. 큰 소리로 웃는 남자가 굴뚝 아래로 선물을 던지는 날이라던가, 한 곳에서 나무를 뽑아다가 다른 곳에 심는 날을. 자신도 나무를 훔치고 싶다는 말에 엄마는 그건 '식목일'이라고 정정한다.

 

한숨을 쉰 언니는 다른 휴일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얼굴과 다른 가면을 쓰고 여러 집을 옮겨 다니면서 뭔가를 빼앗아 가는 휴일도 있어요. 그리고..."

"그럼 그 휴일을 뭐라고 불렀니?"

"핼러윈이요."

"핼러우스 이브Hallows' Eve를 말하는 거니?"

밀리는 잠시 생각하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그럴지도요."

 

 

그러자 잡고 있던 딸의 팔을 놓아준 엄마가 이렇게 말한다.


 

"그건 기념할 만한 날이야. 그날은 그들의 휴일이 아니라 우리 거니까." (82p)

 

 

여기까지가 단지 이야기의 초입이라고 설명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브라이언 에븐슨의 단편은 모두 이런 식이다. 처음엔 의미 모를 설명들을 나열하며 어느 지점으로 이끈다. 그러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팡하고 폭죽을 터트리는 것이다.

 

여섯 번째 단편인 「자매들」에서는 폭죽을 조금 일찍 터트린다. 진정한 사건은 핼러윈 당일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인간들을 따라 하는 유령 가족에게 느꼈던 귀여움은 점차 경악으로 바뀌게 된다.

 

 

 

룸 톤


 

필립은 이 프로젝트의 중심이었다. 시나리오 집필, 감독, 음향, 촬영 후 필름 편집까지. 배우들 역시 함께 학교에 다니던 친구들이었다. 그는 70년대 모습 그대로인 빈집을 빌려서 살인사건에 대한 비디오를 찍었다.

 

문제는 그 집의 주인이 생기며 발생한다. 아니, 어쩌면 이때까진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소리를 편집하며 발생했다. 집주인이 들이닥치고 혼란스럽던 촬영의 마지막 날, 필립은 미처 룸 톤을 맞추는 가장 기본적인 일을 하지 못한 것이다. 모두 새로운 집주인인 메이슨 때문이었다.

 

살인 장면의 뭉툭한 소리. 먹먹한 소리.

 

살인 장면을 채우는 그 고요함이 다른 장면에는 빠져 있었다.

 

결국 필립은 한밤중에 메이슨의 집에 몰래 들어간다. 늦은 밤 은밀하게 들어가 룸 톤을 맞출 소리를 녹음한 뒤에 빠져나오면 그만이었다. 그런 완벽한 계획을 가지고 들어간 뒤,


 

그래서 필립은 피 묻은 양말을 신은 채 다시 녹음기를 켰다. 그는 그곳에서 가만히, 완벽하게 침묵을 지키며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필름을 다 써 버린 이후에도 그는 그곳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귀를 기울였다. (112p)

 

 

과연 필립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이다. 새벽녘의 적막과 소설의 마지막 문단이 소름 끼치게 일치하는 느낌을 받았다. 당신의 룸 톤을 고요하게 유지한 뒤에 일곱 번째 단편을 읽기를 추천한다. 필립이 피 묻은 양말을 신고 기괴하게 귀를 기울이는 그 방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실종


 

아내가 실종된 지 삼 주가 지난 뒤인 십이월 말, 제라드는 시내에 있는 아파트를 팔고 시골 외딴곳에 있는 작은 집으로 이사했다.

 

그는 아내의 실종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보다 한참 어린 아내와 함께 해안가에 간 사람도, 아내 없이 혼자 돌아온 사람도 그였다. 자신은 아내의 이름을 부르며 해변을 이리저리 뛰어다녔으며 파도 속에 잠수해 가며 아내를 찾아다녔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아내가 물에 빠져 죽었다고 생각하는 거네요?"

 

주인공이 그렇게 물었다. 제라드는 그걸 어떻게 알겠냐며 반문한다.

 

그리고 일 년 뒤, 그는 제라드가 이사했다는 집에 찾아간다. 한번 들르라는 편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님을 맞이할 준비는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 이사한 지 한참이 됐는데도 이삿짐이 그대로였으며, 치약 얼룩이 묻은 유리잔에 수돗물을 받아다 대접했다. 그걸 마신 주인공은 묻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아내가 사라졌죠."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거의 일 년이 다 됐잖아요."

"아내가 와서 결정하기 전까지는 짐을 풀고 싶지 않아서요."

"제라드, 그 애는 돌아오지 않아요."

그는 몸을 돌려 나를 바라봤다. 이전에 나를 흠칫하게 했던 그 눈빛이었다. "알고 있는 게 있나 보죠?"

"아뇨, 아무것도 몰라요. 하지만..."

"질문 하나 해도 돼요? 그가 내 말을 끊으며 물었다. (163-164p)

 

 

그리고 다음 순간, 주인공은 제라드를 죽인 후 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생각한다.

 

대체 제라드는 어떤 질문을 했던 것일까?

 

위의 두 단편을 포함해서, 자세한 내용은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에서 직접 확인해 보도록 하자. 현실적인 살인부터 어떤 경계에 걸쳐있는 괴담, 그리고 포스트 아포칼립스까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들이 잔뜩 준비되어 있다.

 

 

[이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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