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취향의 규칙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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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좋아할 줄 알았어."
이 말은 세 가지 이유에서 설레게 한다. 마음 담고 있었던 것들의 일관성이 입증되었다는 것, 다른 이가 이를 알아봐 주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에서 나를 다시 떠올렸다는 것.
취향이란 무엇일까.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하기는 쉬워도 그 모든 것들을 다시 한 문장 속에 집어넣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 우연히 처음 본 이들과 물질과 비물질적인 것들을 막론하고 취향의 것들을 소개할 기회가 있었다.
[ 필름 카메라, 진하게 탄 얼음 가득 아메리카노, 소프트 아이스크림, 뉴스 그냥 틀어두기, 골목 구경, 재즈 음악 듣기, 쨍한 겨울 냄새 실컷 맡기, 실없는 농담 주고받기, 짧은 에세이집 단숨에 읽기, 버스 창가 자리 앉기 ]
수많은 취향이 오갔고 각자의 취향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이는 커피 한잔과 재즈 음악에 담긴 여유를, 어떤 이는 타인과 끊임없이 닿아있음을, 또 어떤 이는 비일상의 경험을 사랑했다. 누군가가 오랫동안 마음을 품어온 것에는 그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취향은 '나'를 닮아서 취향을 드러낸다는 것은 결국 '나'를 소개한다는 것과 같다. 그래서 우리는 낯선 이의 취향이 궁금하고 또 우연한 겹침이 반가운 법이다.
무엇이든 취향인 것들을 조금씩 흘려 놓으면 조금 더 쉽고 빠르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취향을 빈번이 말하고 좋아하는 것에 나름의 규칙을 찾는 일은 필요하다.
물론 우리는 취향과 관계없이 섭취하여야 한다. 그러나 오래도록 섭취하여도 물리지 않는 내 편을 찾아두고 틈이 날 때마다 꺼내 먹을 수 있는 초콜릿 같은 취향을 일상 속에 심어 두는 것은 스스로가 던지는 작은 응원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좋아합시다, 그 무엇이든.
[최지원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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